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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마음이 방 안에 있다 - 고립되고 은둔한 이들과 나눈 10년의 대화
김혜원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평점 :

경쟁이 치열한 한국 사회에서 나다움을 잃어버리고 고립과 은둔을 선택하는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혹시나 내 자녀가, 혹은 내 주변의 젊은 청년들이 사회적 관계보다는 혼자만의 세상에서 힘든 시간을 겪는다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지난 10년간 상담전문가인 저자가 고립되거나 은둔 생활을 해온 이들과 나눈 대화와 상담의 기록이며 그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지 지침이 되는 내용이 담긴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실제 사례들을 읽다보면, '그럴 수 있겠구나.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속내가 있었구나.' 이해가 되었고,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서도 자기다움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조심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PIE(파이)나다운청년들 대표이며 호서대학교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이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교육심리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보스턴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상담심리학회 및 한국상담학회 1급 전문상담자이기도 하다. “대학에 다니지 않는 청년들은 뭘 할까?”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청년들의 삶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모두가 대학에 다니는 것도,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사회적 관계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간에 웅크린 채 고통스러워하는 청년들을 만나게 되었다. 학교 밖, 사회 밖 청년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PIE나다운청년들이라는 사단법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 상담>, <청소년 심리 및 상담> 등 다수의 심리, 상담 전문서를 썼다.
이 책에서 만난 몇몇 문장들을 공유하면 아래와 같다.
대부분은 이렇게 지치는 줄도 모르는 채 자기 표현을 억누르다가 어느 순간 더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다. 그러한 '무너짐'이 잠수나 고립, 은둔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고립, 은둔 청년의 주변 사람들(특히 가족)은 "그들이 그 정도로 힘든지 몰랐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서 놀라고 당황스러웠다."라고 고립, 은둔 당사자를 비난하기도 한다. (중략) 다른 표현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더디고 낯설더라도 꼭 필요한 다양한 표현 방식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 했다.
나는 한국 사회에서 용납되기 어려운 세 가지 시옷(ㅅ)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도, 실수, 실패이다. 이와 동시에 이러한 세 가지 시옷 없이 또 다른 하나의 시옷이 강요된다. 바로 성취이다. 대부분의 성취는 세 개의 시옷을 통해 이뤄진다. 우리는 시도하고, 실수하고, 실패하면서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이런 과정없이 성취를 만들어 내라는 압력을 받는다. 특히 한국 사회에는 비교적 엄격한 사회적 시계(social clock)가 존재한다. 우리는 이 시계에 맞는 과제들을 해내야 한다.
p138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로도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 만큼 큰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그 사람을 뜯어고쳐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미 그 사람이 갖고 있던 고유의 특성과 색상을 선명하고 아름답게 드러내는 데 나의 힘을 보태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나답게 살자'는 메세지이다. 청소년기나 청년기에 '나답게 살기'라는 과제를 소홀히 했다면 더 큰 혼란과 고통 속에서 중장년기를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전 단계의 인생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을 때 그 과제는 계속해서 우리의 발목을 잡고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듯이 "나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정성껏 돌보고, 잘 활용해서 살아가는 '나다운 삶'은 나이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의 과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 고립과 은둔 속에서 힘들어 하는 수많은 청소년과 청년들, 그리고 이들을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이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공감과 위로를 얻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