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지연리 옮김 / 저녁달 / 2025년 2월
평점 :

삶에는 참 다양한 형태가 있다. 이 소설은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세 여자가 참된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고독 속의 세계 일주'라는 컨셉으로 100일간 7개의 바다를 건너 30여개가 넘는 나라를 방문하는 일정의 펠리시타 호에 탑승한 마흔 살의 마리, 60대의 안, 20대의 카미유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함께 웃고 울었다. 그녀들은 각자 다른 삶의 고민과 후회 속에서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을 선택했고, 그 여정 가운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소중한 가치를 찾고 우정을 키우며 삶은 여전히 아름답다는 공감을 이끌어낸다. 소설속 주인공들과 함께 100일간의 세계일주를 한 느낌마저 들어서 너무 사랑스러운 책이다. 내가 가봤던 장소를 떠올려보기에도 좋았고,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은 상상하며 꿈꿀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은 프랑스 소설가 비르지니 그리말디의 첫 소설이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에서 놀라운 판매 기록을 세우며 그녀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었으며, 이 소설로 2015년 에크리르 오페미닌 문학상을 수상했다.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섬세한 문체 덕분에 그녀의 소설은 이미 수백만 명의 독자를 매료시켰으며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비르지니 그리말디는 2019년부터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읽힌 프랑스 소설가이며, 그녀의 소설 <이제 다시 별을 밝힐 시간이야 (Il est grand temps de rallumer les etoiles)>는 2022년 프랑스 텔레비지옹(France Televisions) 순위에서 프랑스인이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선정되었다. 현재, 고향인 보르도에서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 책에서 주인공들이 각자의 삶에서 주도권과 희망을 찾아가는 여정은 그야말로 힐링이 되었다. 이 소설에서 만난 몇몇 문장들을 공유하면 아래와 같다.
마리는 지금 파리에 있지 않다. 지금은 카리브 해에서 이국의 물고기들과 함께 헤엄을 치고 있었다. 기항지에 도착할 때마다 새롭게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했고 새로운 경험에 놀라워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인생은 어쩌면 마흔 살에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영어 문장이 있어요. 지금의 우리와 잘 어울릴 것 같아요.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my life!"
그녀들에게는 비난받을까 봐 두려워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런 자신을 두 사람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었고 받아들여주었다. 그들과 함께 있을 때는 역할놀이를 할 필요가 없었다.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을 서로 존중한 까닭이었다.
마리는 불과 석 달 전만 해도 혼자 있고 싶어 했다. '나쁜 사람과 함께 있느니 차라리 혼자인 게 낫다'는 말을 믿고 길을 떠났었다. 그러나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새롭게 알게 된 것은 '행복한 동행은 여럿일 때에만 가능하다'는 사실이었다.
석 달 전, 여객선에 첫발을 디딜 때만 해도 그녀는 자신이 내린 결정에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목적지에 관해서는 아니었다. 그녀는 겁에 질린 채 자신의 삶에서 달아났고, 새로운 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찾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얻었다.
고백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안에게 괄호 안의 시간은 분명 행운이었다. 행복이 소소한 일상에 숨어 있다는 평범하고도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해주었으니까. 그것이 행운이 아니라면 과연 다른 무엇을 행운으로 여길 수 있을까?
나는 언제 행복할까? 나는 어떤 사람인가? 이런 질문이 종종 떠오를 때가 있다. 이 소설은 그런 철학적 질문을 품고 있다. 삶의 고단함 가운데에서 위기라고 생각했던 시점에서 떠난 여행이 전화위복이 되어, 세 명의 여자 주인공인 마리, 안, 카미유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내었고 그 과정에서 좌절과 오해도 있었지만 설레임과 희망, 위로를 얻으며 여전히 삶은 아름답다는 메세지를 전하는 듯 하다. 소설속에서 세계 곳곳을 누비며 신선한 감동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