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가라사대, 우리는 모두 별이다 - 2024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에린 보우 지음, 천미나 옮김 / 밝은미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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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가라사대 우리는 모두 별이다> 이 책은 2024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이며, 슈나이더 패밀리북 아너상까지 동시에 수상한 책이다.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따뜻함과 사랑스러움, 아픔도 결국 유쾌함으로 승화하는 아름다움을 느끼며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뉴베리 수상작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에 읽은 책 <뉴베리상 필독서 35>에서 만났던 내용 중 한 가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뉴베리상이 어린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것은 그들만의 고민을 세련된 언어와 이야기로 잘 풀어주기 때문입니다. 따돌림, 차별, 외모, 소심함, 폭력성, 혼자만의 고민 등 또래가 겪는 감정 문제를 유치하지 않게 풀어냅니다. 교과서 같은 훈계가 아니라 진짜 아이들의 고민을 그들의 언어로 이야기 속에서 풀어내기 때문에, 읽는 동안 이해받는 느낌이 들고 카타르시스를 경험합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을 책 속 주인공과 해소해 가는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뉴베리상 필독서 35>, 조연호 저


이 책의 주인공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TSD)를 겪는 열두살 소년, 사이먼의 이야기가 그 중심에 있으며 그와 함께 하는 친구 아게이트와 케빈이 주요 등장인물로 이 소설의 큰 흐름을 이끌어 간다. 사이먼은 총기난사사건 현장에서 유일한 생존자로 남아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인물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인터넷도 와이파이도 스마트폰도 금지된 곳에 이사를 와서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어한다. 새로운 학교에서 만난 아게이트는 자연친화적인 가정환경과 자녀의 재능을 존중해주는 부모의 울타리에서 살아가는 친구이고, 케빈은 아게이트와는 상반된 가정환경에서 자란 친구이다. 선택권이 있으려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가정분위기에서 자란 케빈은 답답하지만 그것이 정답인줄 알고 살아왔다. 그렇게 각기 다른 세 명의 친구인 사이먼, 아게이트, 케빈은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는데... 과연 성공을 했을까? 그들은 그 색다른 프로젝트를 하며 내적으로 많이 성장했으며 특별한 우정을 쌓았고, 일부 편협한 어른들의 잘못된 생각을 꼬집어 주기까지 한다.

이 책도 다른 뉴베리 수상작과 비슷한 맥락으로, 올바른 어른의 모습도 함께 보여주기에 아이와 함께 부모가 읽어도 너무 좋은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아 맞아 어른이라면 이렇게 행동해야 하는 게 맞는데! 이렇게 이끌어 주면 참 좋겠구나.'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이 책의 저자인 에린 보우는 물리학자 출신이며 유럽 원자핵 연구센터에서 일했던 과학자였으나 책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작가로 전향했다. 과학자 출신답게 이 책의 큰 흐름을 이끌어주는 과학적인 설명 부분에서도 입체적이고 사실적이기에 읽는 재미가 쏠쏠하기도 하다. 이전에 지은 책으로는 총독상 수상작인 <하늘에 서다(Stand on the Sky)>, <무늬 없는 연(Plain Kate)>, <슬픔의 옹이(Sorrow’s Knot)>와 과학소설 2부작인 <전갈의 세상(The Scorpion Rules)>와 <스완 라이더즈(The Swan Riders)> 등이 있으며 여러 상을 받았다.

이 책의 번역도 너무 좋아서 번역가를 찾아보니, 이전에 번역한 책으로 <원더>, <어둠을 걷는 아이들>, <파란색을 볼 때>, < 닮았어!>등이 있다고 한다. 유쾌한 부분을 너무 잘 살린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번역도 마음에 들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그린 앤 베어잇 지역의 사람들은 두 편으로 나뉜다. 천체물리학자들과 전파 망원경에서 일하는 전문 기술자들이 속한 과학팀과 친환경적인 삶을 중시하는 농장팀. 그래서 과학 이야기와 농장 이야기가 주로 많이 나오는데 과학적인 이야기에서는 독자로 하여금 과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농장팀 이야기에서는 시골의 풍경과 가축 이야기의 묘사가 너무 훌륭해서 그 자연의 생생함이 상상이 되고 푸르른 내음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세 친구가 특별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프로젝트 실행 바로 직전에 주인공 사이먼의 생각이 담긴 이야기 중 하나를 공유하면 아래와 같다.


사흘 전만 해도 난 떠오른 별 중에 어느 별이 베가인지도 몰랐다. 지금은 베가에 대해서는 모르는 게 없다. 파란 별. 밝은 별. 북동쪽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 여름철 대삼각형의 한 꼭지점.

나는 직녀성 베가와 견우성 알타이르, 그리고 데네브. 이렇게 세 별이 만드는 여름철 대삼각형이 너무 좋다. 그리고 나에겐 두 친구가 있다.

p383, <사이먼 가라사대 우리는 모두 별이다>


프로젝트를 막 실행하고 나서 사이먼의 독백은 이러하다. '이번에는 내가 선택한 일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버튼을 눌렀다.' 그렇게 스스로 한 선택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책 후반부에 아게이트가 사이먼에게 선물한 티셔츠에 적힌 말은 정말 너무 웃겼다. "나는 이글 크레스트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생존자고 남은 거라곤 이 거지 같은 티셔츠뿐이다." 결국 유머로 다 승화했다. 그들의 그 우정이 참 빛나던 순간이다.

사이먼이 그 모든 것을 극복하기 까지 든든한 조력자인 부모의 사랑과 배려가 있기도 했다. 사이먼에게 그런 부모가 있기에 괜찮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을까. 그리고 너무나 찰떡궁합인 두 친구까지. 절대 순조로운 흐름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굴곡진 이야기속에서 희망과 사랑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가 힐링이 된다. '사실은 우리 모두 별이라는 것을 잊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메세지를 전하는 듯 하다.

이 책의 끝 부분에는 작품 속 진짜와 가짜가 무엇인지도 밝혀두고 있으며, 트라우마가 있거나 의심이 되는 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는 곳의 정보까지 수록되어있다.

작가가 이 책의 마지막에 적은 문장도 인상적이라 공유한다.


마지막으로, 만약 트라우마를 겪었고 피티에스디(PTSD)가 있다면, 그것은 나라는 사람의 극히 일부일 뿐임을 명심하세요. 나의 생존은 나의 지금에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나라는 사람을 정의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하나의 온전한 인간이고,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여러분은 반짝이는 별들로 가득 채워져 있답니다.

p471, <사라먼 가라사대 우리는 모두 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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