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아름다운 니체의 철학수업 작고 아름다운 수업
지연리 지음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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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멈춰서게 하는 질문과 대답, 그리고 아름다운 삽화가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책이다. 이 책을 접하며 내 안에 일렁이는 작은 생각의 파편들이 하나씩 정리되었고 아이들과 어떤 이야기를 하나씩 나누어야 할지 가다듬으며 설레였다. 철학자 니체와 함께 떠나는 놀라운 100가지 질문여행! 그 여정은 어느 누구라도 만족하지 않을 수 없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 같다.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니체가 나누어주는 삶의 지혜가 궁금하지 않은가?

이 책의 저자는 한국과 프랑스에서 미술을 전공하였으며, 현재 화가와 삽화가, 번역가, 동화 작가의 일을 병행하고 있다. <북극 허풍담> 시리즈, <우리 함께 살아요>, <두 갈래의 길>등 다수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파브르 곤충기>시리즈,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 여러 도서에 삽화를 그렸다. 쓰고 그린 책으로 <저어새 엄마>, <걱정 많은 새>, <자루 속 세상>,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코끼리 이야기>, <파란 심장>이 있다. 2020년 눈높이 아동 문학 대전에서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코끼리 이야기>로 그림책 분야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이 책에는 100명의 아이들이 각자 인생에 필요한 질문을 하나씩 하고, 그 100가지 질문에 철학자 니체가 아이들 눈높이에게 맞게 대답해주는 형식으로 이루어져있다. 그 질문의 주제는 크게 5가지로 나뉜다. '나 자신이라는 꽃', '마음의 꽃', '관계의 꽃', '삶이라는 꽃', '꽃 피는 아름다움'이다.

각각의 질문들은 나를 이해하고 탐색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마음과 관계,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에 대한 것이다.그 100가지 질문여행에서 마음 속에 새기고 싶은 내용들이 너무 많았지만, 각 주제 별로 한 가지씩만 공유하면 아래와 같다.

'나 자신이라는 꽃'에서...

자신의 길을 간다는 것에 대하여..

스무 번째 질문이 나왔어.

"할아버지, 제겐 꿈이 있어요. 그래서 그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가끔 이게 진짜 내 길이 맞는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니체가 대답했어.

"진정한 자신의 길을 걷는지 알려면 걸음걸이를 보면 돼. 자기 자신의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은 걸음이 가볍기 마련이니까. 늪에 빠지더라도 그는 진흙탕 위를 사뿐히 걸어. 거기서도 얼음 위에서처럼 춤을 춘단다. 이해되었니?"

진짜 내길이 맞을까? 이 질문은 어른들 역시 하는 고민이 아닐까? 아이와 함께 이 질문을 곱씹어 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니체의 대답은 짧지만 울림이 있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 발걸음이 가벼운지 무거운지 생각해보면 더 잘 알 수 있을 터였다.



'마음의 꽃'에서...

고통에 대하여..

서른아홉 번째 아이가 물었어.

"저는 고통이 왜 있는지 궁금해요. 고통이 없다면 세상이 더욱 아름답지 않을까요?"

니체가 대답했어.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자기 안에 혼돈을 지녀야 해. 고통 없이 빛나는 기쁨은 없으니까. 터널을 지난 뒤 만나는 빛이 더 밝게 느껴지듯, 힘겨운 시간을 견딘 뒤 얻는 행복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힘이 있는 까닭이지. 이해가 되었을까?"

고통은 왜 있을까? 아이들은 때로 자신에게 닥친 고통이 영원할 것 같은 생각에 두려움에 휩싸일 수 있다. 하지만 그 힘겨운 시간을 견딘 뒤에는 결국 행복이 찾아올 것임을 마음 속에 새겨본다면 어떨까? 좀 더 담대히 그 고통에 맞서지 않을까?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자기 안에 혼돈을 지녀야 한다'는 니체의 표현이 참 아름답기까지 하다.


'관계의 꽃'에서...

진실한 우정에 대하여..

"니체 할아버지, 그럼 진짜 우정이란 함께 즐거워해주는 거네요? 진짜 우정이라고 할 수 있는 다른 건 없나요?"

쉰한 번째 아이가 물었어.

니체가 대답했어.

"우리가 넓은 대자연 속에 있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자연에게 우리에 대한 아무런 견해가 없기 때문이다. 자연은 좋다거나 나쁘다는 판단 없이 우리가 우리 자신으로 있게 해 주거든. 진실한 우정은 그런 것이야. 상대의 장점이나 단점을 가르지 않고, 본래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지지하며 곁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 자연이 우리에게 해 주듯이 말이야."

진실한 우정이란 무엇일까? 아이들이 청소년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부터 우정에 대한 화두는 정말 중요하다. 인간은 누구나 관계를 맺고 살아가기에 건강한 관계맺기는 필수인데, 아이들은 경험부족으로 인해 진정한 우정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 질문에 대한 니체의 표현은 놀랍다. 자연이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듯이 상대의 장점이나 단점을 가르지 않고 본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요즘들어 진실한 우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첫째 아이와 이 부분을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참 좋았던 페이지였다. 장황하지 않으면서 핵심을 이야기하는 구성이 참 마음에 든다.


'삶이라는 꽃'에서...

살아야 할 삶에 대하여..

"그렇군요. 인생이란 굉장하네요. 배울 게 정말 많아요. 삶에 관해 우리가 또 알아야 할 것이 있나요?"

일흔아홉 번째 아이가 물었어.

니체가 대답했어.

"우리가 살아야 할 삶이란 지혜로운 삶, 기쁨이 있는 삶, 현명한 삶이야. 이 중에서 기쁨이 있는 삶은 정말 중요해. 그런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시간이 한정되어 있기에 기회는 늘 '지금'일 수밖에 없어. 그러니 울부짖는 일 따윈 영화배우에게나 맞기고 우린 마음껏 웃어야 해. 되도록 혼자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 이해가 되었지?"

기쁨이 있는 삶이 정말 중요함을 마음속에 새겨본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기에 기회는 늘 '지금'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유한한 시간 속에서 한 번 더 웃으며 기쁨이 있는 삶을 함께 누려보자.


'꽃 피는 아름다움'에서...

영웅에 대하여..

"할아버지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영웅이 살고 있다고 하셨어요. 저는 할아버지가 어떤 사람을 영웅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아흔네 번째 아이가 말했어.

니체가 대답했어.

"내가 생각하는 영웅이란 극도의 고통 속에서 최고의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야. 그런 사람은 고통에 처했을 때도 기뻐해. 영웅이 되어 '나'라는 신화를 써 나갈 가장 좋은 조건이 마련된 셈이니까. 하지만 처음부터 영웅인 사람은 없어. 우린 모두 자기 안의 작은 영웅을 깨워 진정한 영웅이 되어 가는 과정에 있거든."

이 글을 읽으며 내 삶의 궤적들을 회상해봤다. '맞아. 내 안에 영웅이 있었지! 깨워야 겠구나. 그리고 내 삶으로 경험했던 값진 이야깃 거리들을 아이들과 나누어야 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움 속에서도 절대 꺾이지 않고 온전히 과정을 겪어내면 더 건강하게 피어날 수 있는 꽃이 될 수 있음을 아이들에게 전하리라. 그래서 그 어떤 어려움도 담대히 맞서는 멋진 성인으로 자라기를. 아이에게 따뜻하고 단단한 믿음을 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작고 아름다운 니체의 철학수업>은 아이와 함께 어른도 읽어보고 아이와 대화를 나누기에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안의 아름다운 삽화들은 눈을 즐겁게 하며, 인생에 필요한 질문과 대답으로 구성된 글이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간파하는 내용이라 울림을 준다.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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