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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고 머츠가 치워드립니다
이언 맥웨시.캐리 매크로슨 지음, 이신 옮김 / 문학수첩 / 2023년 8월
평점 :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다소 자극적인 소재이고 무거운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빠져들어 읽게하는 매력이 넘치는 소설이다. 주인공 마고머츠는 17살 고등학생 소녀이지만, 대학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온라인에서 일어나는 더러운 흔적들, 오물들을 치워주는 디지털 장의사 일을 하며 돈을 모으고 있다. 삶을 꿰뚫어보는 듯한 어른스러움과 조금은 냉소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에 잊지 못할 상처를 받고 마음의 문을 닫은 후에 더 은둔형 생활을 하며 부업을 하고 있는 가여운 소녀이다.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열일곱 살 소녀의 감성은 충만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감에 불타는 사랑스러운 마고머츠. 이 소설을 읽다보면 그녀를 응원하게 되고, 그녀가 하나하나 해결하는 모습에 감탄하게 되고, 그 무엇보다도 믿음과 신뢰를 저버리지 않으려는 그녀의 노력이 반짝반짝 빛나기에 소설을 읽는 내내 어두움 속에서도 밝은 빛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이 소설은 매우 촘촘하지만 흡입력있는 전개와 유쾌함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금방 완독할 수 있는 책이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건 이후 우리나라 법령이 개정되어 어떤 음란물들은 시청하거나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처벌받도록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처벌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피해자는 평생을 지옥 속에서 살 것이기에 가해자들에게 내려진 처벌은 그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우리 모두는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는 소설! 요즘 디지털 세상에 흠뻑 빠져 있는 우리 청소년들이 좀 걱정되는 부분도 짚어주고 있기에 더 관심이 가는 소설이기도 하다. 말랑말랑한 열일곱 살의 소녀의 시선에서 풀어가는 순수함과 정의감에 불타는 행동 하나하나가 힐링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의 두 명의 저자인 이언 맥웨시와 캐리 매크로슨은 부부이다. 이언 맥 웨시는 50개 넘는 나라에서 공연한 희곡을 쓰고, 미국에서 가장 많은 단막극을 만든 베테랑 작가로 손꼽힌다. 아내인 캐리 매크로슨과 함께 <마고 머츠가 치워드립니다(Magot Mertz Takes It Down)>, <Magot Mertz for the Win>을 집필했다. 캐리 매크로슨은 배우 겸 작가 겸 코미디언으로 활동하고 있다. 아들에게 수제 나무 장난감 사주는 걸 즐기며, 스스로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자꾸만 뒤를 먼저 읽고 싶은 유혹에 이끌리기는 했으나,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흥미있는 전개에 압도되어 정주행하며 끝까지 완독할 수 있었다. 악랄한 캐릭터들이 등장하기는 하나, 마고머츠를 둘러싼 인물들의 인간적인 면모들과 가족애, 십대들의 풋풋한 사랑도 느낄 수 있었던 것도 덤이다. 결국 어두운 세계의 끝에는 희망이 없음을 알지 않던가. 마고머츠가 험난한 디지털 세상을 어떻게 파헤쳐 해결해가는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