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
로리 넬슨 스필먼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옆의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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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운명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이 소설은 그 운명이라는 것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책이다. 500 페이지가 넘는 두께라서 처음에는 '다 읽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괜한 걱정을 했었는데, 뒷부분으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서 속도감있게 읽기도 하고 좋은 문장을 만나면 잠깐씩 음미하기도 하며 완독하기 까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는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로리 넬슨 스필먼은 언어치료사, 생활지도 상담사, 가정방문 교사로 일해오다가 마흔이 넘어서 쓴 첫 소설 <라이프 리스트>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녀의 두 번째 소설 <달콤한 용서>에 이어 출간된 세 번째 소설 <토스카나의 저주받은 둘째 딸들>은 라이브러리리즈와 인디넥스트픽 추천도서 및 팝슈가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이 소설의 원서 제목은 <The Star-Crossed Sisters of Tuscany>이다. 200년전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한 마을,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들에게 내려진 저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둘째 딸들은 영원히 사랑을 찾지 못할 거야!"라는 저주 때문인지 우연인지 200년간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 중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을 찾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이 저주에 맞서는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인 79세의 포피는 젊은 시절에 뜨겁게 사랑했지만 불가피하게 헤어졌던 사람과의 약속을 기억하며 여전히 영원한 사랑을 믿는다. 포피는 자신의 80세 생일에 이탈리아 바닷가 아말피 해안의 성당에서 자신의 유일한 사랑을 다시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행을 계획했다. 그리고 이 계획에는 또다른 폰타나 가문의 둘째 딸 두 명이 함께 한다. 79세의 포피, 29살의 에밀리아 그리고 21살의 루시아나. 각기 나이도 다르고 성향도 다른 세 명의 둘째 딸들이 함께 하는 이탈리아 여행에서 좌충우돌하며 아파하고 성장하고 마침내 영원한 사랑을 믿게 되기 까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들이 절대 과장이 아니었음을 느끼며, 이 소설에 등장하는 에밀리아와 함께 나역시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


이 소설의 초반부를 읽을 때는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자신의 욕구는 접어둔 채 일방적으로 손해만 보는 다소 답답한 캐릭터인 에밀리아가 너무 안타까웠다. 하지만 그것은 갈등을 고조시키기 위한 장치였을 뿐. 오랜 시간 억눌러왔던 욕구들이 해소되는 지점들을 만나며 주인공과 함께 기뻐했던 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억지스럽지 않은 흥미진진한 상황 속에서 에밀리아는 서서히 변화해가고 자신만의 색갈을 찾아간다. 절망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을 찾는 포피의 강한 정신력과 회복력은 주변을 환히 비추고 삶의 소중한 가치들을 깨닫게 해준다. 저주에 쫓기듯 살아왔던 루시도 중심을 잡아가며 함께 하는 이들에게 단단한 힘을 보태는 역할을 해낸다. 애초에 저주라는 것은 없었다. 삶은 얼마든지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그 선택에 있어서 후회가 없어야 한다. 수동적 삶이 아닌 능동적 삶을 꿈꾸는 자신을 발견하게 해주는 멋진 소설이라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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