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교실 거꾸로 공부 : How to flipped learning
정형권 지음 / 성안당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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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탄이 나오는 책이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미래 교육이 반드시 가야 할 길을 명확히 제시해 주고 있어서 놀라워 하며 끝까지 완독한 책이다. 배움의 주체는 누구인가? 즐겁게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그동안 너무 열심히 가르치려고만 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보게 되었다. 이 책은 교육의 변화에 관심이 있는 교사나 학부모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는 이번에 처음 알게된 교육전문가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왜 그동안 몰랐을까?'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저자는 현재 진로와 학습, 책쓰기를 전파하는 <행복한 공부 발전소>와 <한국 직업 능력 인증평가원>을 운영하면서 많은 코치와 부모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으며, 자기주도학습과 진로에 관련한 저서를 지속적으로 써왔다. 지금껏 많은 교육전문가들이 강조해왔던 자기주도학습의 중심에 거꾸로 교실과 거꾸로 공부의 필요가 시급하기에 이 책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목차는 아래와 같다.

1부 배움을 스스로 조직하는 아이들

2부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 칸 아카데미

3부 교실 이데아, 거꾸로 교실

4부 기적의 교실, 슬로리딩

5부 콘텐츠 생산과 거꾸로 공부

이 책을 읽으며 밑줄 친 부분들과 메모한 부분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 마음 속에 더 담아두고 싶은 내용들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부

배움을 스스로 조직하는 아이들

12억 인구의 절반 이상이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는 인도, 그 곳의 한 지식인인 '수가타 미트라'는 한가지 의문점을 갖는다. '부자집 아이들만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걸까? 가난한 아이들은 유전자부터 다른 것일까?' 그는 이러한 궁금증을 파헤치기 위해 한 가지 실험을 진행한다. 벽에 구멍을 뚫어서 컴퓨터를 끼워놓고, 빈민가의 아이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살펴본 것이다. 교육 자체가 사치에 가깝다고 여겨지는 빈민가에서, 아이들은 컴퓨터를 가지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었을까? 2주 뒤에 그 변화는 실로 놀라웠다. 컴퓨터와 영어에 무지했던 아이들은 서로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하며 컴퓨터 사용법을 스스로 익힌 것이다. 이 실험은 빈민가 여러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실시되었고,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것을 공부한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모든 아이들은 자기 안에 공부할 수 있는 힘과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미트라 교수는 배움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면서 중요한 발견을 하게 된다.

- 아이들이 혼자 있을 때보다 함께 있을 때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학습한다.

- 부모나 교사의 지지와 격려가 있다면 아이들은 자기 능력을 극대화시킨다.

-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적절한 질문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면 아이들이 배움에 적극적이 된다.

- 자기조직학습환경(SOLE, Self Organized Learning Environment)은 다양한 배움이 동시에 일어나도록 북돋아 주는 시스템이다.

19세기, 프랑스인 자코토는 벨기에 대학의 교수가 되면서 프랑스어를 가르칠 기회가 있었다. 언어의 장벽이 있었기에 어떻게 가르칠까 고민했던 그는 가르치기 보다는 학생들이 해야 할 영역을 넓혀 스스로 익히도록 하였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자코토는 이 과정을 통해 '보편적 가르침'이라는 교육법을 개발한다. 보편적 가르침은 세 가지 원리로 구성된다.

첫 번째, "모든 인간은 동등한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도 가르칠 수 있다."

세 번째, " 모든 것은 모든 것 안에 있다(전체는 개별적인 것 안에 있다)."

저자는 자신이 학습 코칭 전문가로서 아이들에게 접근했던 방식도 자코토의 방식과 너무 유사해서 놀랐다고 한다. 코칭하는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방법을 깨닫게 하거나 기본원리와 지식을 익히도록 안내하는 방식으로 코칭을 하여 도움을 주었다고 전한다. 열심히 가르칠수록 아이는 반대로 학습의욕이 떨어지는데 반하여, 아이가 그날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설명하도록 했을 때 더 적극적으로 배움이 일어났다. 아이들에게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스스로 배운다는 것! 가정과 교실에서 가르침의 방식을 거꾸로 뒤집으면 아이들에게 배움이 충분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은 후에, 며칠 전부터 아이에게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을 엄마에게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아이가 그날 배운 것의 기억을 되살려 이야기를 나누고, 좀 헷갈렸던 부분들은 함께 찾아보기도 하면서 즐거운 배움이 일어나는 것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2부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 칸 아카데미

칸 아카데미의 시작은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펀드 애널리스트였던 칸은 학교수업을 못따라가는 조카를 위해 인터넷에 수학강의를 올렸는데 세계 각지의 많은 이들에게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것이다. 그래서 그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동영상 교육 업체인 칸 아카데미를 설립하였다. 칸 아카데미는 창립초기에 자금난을 겪었으나 빌게이츠의 후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으며, 구글에서도 '세상을 바꿀 다섯 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로 선정되어 후원금과 기술 지원을 받은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 지속적으로 교육 콘텐츠를 올리며 명실공히 세계인을 위한 공짜학교로 자리매김하였다.

칸 아카데미의 장점은 무엇일까? 살펴보니 수많은 장점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칸 아카데미의 동영상을 교육 자료로 활용하게 되면, 교사는 단순한 지식 전달자의 의무를 벗어던지고 피드백을 통한 동기 강화에 좀 더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칸 아카데미를 통해 우리가 더 알아야 할 지점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동영상에 집중 할 수 있는 시간은 10분 정도이다. 나머지는 토론이나 협동 활동을 통해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집중도를 높이고 유지할 수 있다.

- 모르는 내용은 멈추거나 반복할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 완벽하게 습득하지 못하였다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 칸 아카데미를 적용한 뒤에는 수업 방식을 다각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 미리 동영상을 보고 수업에 참여한다면, 수업시간에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거나 심화학습이 가능하다.

- 기존의 전통수업을 하는 곳에서는 SOLE이나 칸랩 스쿨의 방식을 접목해 가면서 변화를 꾀하는 것이 좋다.

- 에듀테크 시대에는 교사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토론이나 협동활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고, 내 아이에게 개념학습의 구멍은 없는지 살펴봐야 겠구나 느꼈다. 완전학습을 무시한 채 진도만 뽑는 선행학습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다시금 인지했다. 선행학습을 해도 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확실하게 구분되어야 할 것이기에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칸 아카데미의 학교 버전인 칸랩 스쿨에서는 오전에 학생들의 흥미와 수준에 맞춰 수학, 작문, 컴퓨터 등을 공부하고 오후에는 예술활동이나 운동을 통해 창의력과 인성을 함양한다고 한다. 배움이 다각도로 이뤄져야 겠구나 또 자극을 받기도 했다.

3부

교실 이데아, 거꾸로 교실

거꾸로 교실 방식은 미국 콜로라도의 두 명의 교사가 수업에 자주 빠지는 운동부 학생들을 위하여 만들어 둔 강의 동영상이 시초가 되었다. 수준 차이로 인해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다보니 지루해 하는 학생, 결석으로 진도에 구멍이 나는 학생들에 대해서 고민이 깊었던 교사, 존 버그만은 대안을 고민하다가 강의 동영상을 만들어 여러 학생들에게도 활용해 본 것이다. 집에서 강의 동영상을 보고, 수업시간에는 이해가 어려운 내용을 학생들이 교사에게 질문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놀라운 시도는 그 학교의 부교육감으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아 거꾸로 교실의 윤곽을 잡아간다.

거꾸로 교실 수업 방식은 말 그대로 '수업'과 '숙제'를 하는 장소를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교사가 단순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주어진 정보에 대해 학생들이 응용, 분석, 활용하고, 창의적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거꾸로 교실의 시도는 비로소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해지는 포인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카이스트에서 거꾸로 교실의 적용사례로 2012년에 Education 3.0 프로그램을 도입하였고, 현재 Education 4.0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MIT 역시 온라인 동영상 강의를 중심으로 자율학습 콘텐츠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등 전 세계 일류 대학들도 다각적인 교육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거꾸로 교실이 검증된 교육 모델로서 실행되고 있는 것에 반하여, 한국에서는 거꾸로 교실이 초기 단계라는 지점이 안타깝다.

이밖에도 거꾸로 교실 모델을 통해 우리가 짚고 넘어갈 지점을 이야기하면 아래와 같다.

- 이제 거꾸로 수업을 통해 다양성이 살아있는 개별화 수업이 가능해졌다.

- 교사는 가르침의 유혹을 벗어나 배움의 마당에서 그 과정을 함께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 얼마든지 옆길로 샐 수 있으며, 다양하고 창의적인 배움이 여기저기서 일어날 수 있다.

- 학생은 수업의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이다!

- 유대인의 하브루타 교육방식에서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질문이다. 질문하는 공부는 아이들의 천재성을 키워주는 기술이다.

- 거꾸로 교실은 수동적인 학습 방법이 아닌 참여형 학습 방법을 구현한다.

- 참여형 수업을 통해 배움을 즐기도록 이끌 수 있다.

- 가르치는 사람의 철학과 마인드가 바뀌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 믿음의 눈길로 학생들을 바라보며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

거꾸로 수업의 프로세스와 거꾸로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도 이 책에 구체적으로 소개되는데 이 부분들도 참고할 만하다. 우리의 가정과 학교에서 이런 부분들이 적극적으로 벤치마킹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4부

기적의 교실, 슬로 리딩

하시모토는 지극히 평범한 학교였던 나다 학교를 '명문'으로 만든 '슬로 리딩'학습법의 창시자이다. 중학교 국어시간에 문고판 분량의 소설 '은수저'를 3년에 걸쳐 읽는 것으로 파격적인 시도를 하였고 큰 성과를 거두었는데, 그 성공의 요인은 무엇일까? 천천히, 그리고 깊이 음미하면서, 연관된 내용을 찾아 '옆길로 새기'도 하면서, 조별 토론을 하고 자유롭게 발표하고 쓰게 하면서 학생들이 수업의 주인이 되게 만들었던 과정이 가히 놀랍다. 학기 중에는 슬로 리딩을 진행하지만, 방학 중에는 다독을 장려하기도 하였다.

이 책에 <은수저 연구 노트>의 구성과 활용이 나와있고, 그 외 수업 활동 내용이 담겨 있어서 제대로 공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기적의 교실, 슬로 리딩에서 우리가 알게 되는 중요한 지점들은 아래와 같다.

- 체험하고 느끼는 시간을 제공하면 아이들의 배움의 동기가 강화된다.

- 공부하다가 옆길로 새도 괜찮다. 그렇게 익힌 지식은 학생에게 배움의 흥미를 더해 주고, 세상을 살아가는 든든한 교양을 형성해 준다.

- 공부에서 '생각하는 시간'은 절대적이다.

- 천천히 읽는 공부는 생각의 힘을 길러준다.

- 놀이의 장점을 취해 공부에 가미한다면, 아이들은 더 쉽게 공부에 빠져들 수 있다.

- 쓰기를 통해 생각이 깊어지고 사고가 정교해진다.

- 쓰기 활동은 학습 효과를 극대화한다.

5부

콘텐츠 생산과 거꾸로 공부

학생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이 아니라 생산자의 입장에서 공부할 수 있다면, 배움의 열망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사고하며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면 그 과정에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미래 역량으로 '창의'와 '융합'은 교육 현장의 화두가 되었고, 거꾸로 온라인 학교인 스탠포드 온라인 학교와 미네르바 스쿨이 주목받고 있다.

스탠포드 온라인 고등학교는 프로젝트 기반 학습을 통해 과제의 수립과 수행, 해결 등 전 과정을 학생 스스로 주도하도록 함으로써 실전감각과 문제해결능력, 유연한 사고, 협업 등의 필수적인 역량을 기르도록 한다.

미래의 학교라 불리는 미네르바 대학은 기존 대학의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모든 수업은 100%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강의실과 캠퍼스가 없다. 대신 세계 7대 도시에 7개의 기숙사가 있다고 한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단순히 생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 학기 수업마다 LBA(Location Based Assignment)와 시빅 프로젝트(Civic Project)를 수행하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견문을 넓히며 글로벌 시민이 되는 법을 배운다. 모든 클래스가 20명 이하로 구성되어 있고, 수업 중 그룹별로 영상 회의를 할 수 있으며, 교수들은 일방적 강의자가 아닌 능동적 학습을 도와주는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미래의 교실은 학생의 열정이 반영된 교실에서 공부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배움이 일어날 수 있다"는 문장이 강한 울림이 되어 내 안에 요동친다. 아래 공유한 페이지는, 칸 아카데미의 설립자인 칸의 어린 시절 이야기인데, 이 책의 뒷부분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미래를 주도할 아이들에게 전통적인 교육방식을 너무 고집해오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보게 되어서 좋았다. 우리나라의 교육관계자들이 거꾸로 교실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화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학교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가정에서라도 먼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이 책에서 제시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의미있는 배움이 일어날 수 있음을 잊지말아야 겠다. 어른이라고 해서 권위적으로 행동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모르는 것은 함께 찾아보고 서로 지식을 나누고, 동기부여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 호기심을 자극하는 역할을 해야 겠다. 적절한 환경과 기회를 제공한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배움을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믿고 기다림의 여유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흥미 분야를 존중해주고 배움이 적극적으로 일어나도록 쌍방향 소통을 통해 즐겁게 배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겠다. 이 책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교육이 도달해야 할 방향성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책이기에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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