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5학년인 우리 아이는 이 작품속 명숙이에게 얼마나 공감하며 읽을까 궁금해 하며 아이에게 이 책을 권했다.
이 책의 저자가 쓴 책, <지우개 따먹기 법칙>과 <우주호텔>은 각각 초등 국어교과서 4학년, 6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 나온 신작 <명숙이의 숙제>에서도 교훈적인 감동을 줄 것이라는 예상을 살며시 해보기도 했다. 아이는 지난 해에 국어교과서에서 만났던 <지우개 따먹기 법칙>이 꽤 재미있는 이야기였다며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이는 이 책을 집어들자 단숨에 읽었고 너무 감동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정정했다. 감동적이라기 보다는 명숙이가 너무 불쌍하다고... 명숙이가 그렇게 희생을 하는데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못들은 것이 너무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아무리 그 당시 상황이 그러해도 그건 아니지 않느냐고.
친정엄마가 생각났다. 친정엄마도 명숙이처럼 집안에 보탬이 되어야 하기에 배움의 기회를 누리지 못했다. 그래서 나이들어 여유가 생겼을 때 배우고 싶어서 이것저것 도전하셨지만, 나이들어서 배우려고 하니 쉬 입력이 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친정엄마를 보면 안다. 삶으로 터득한 지혜가 너무도 깊고 광활하다는 것을. 이 이야기속 명숙이를 보면 친정엄마를 보는 듯하고, 딸아이에게도 너의 외할머니도 명숙이처럼 그랬노라고. 그렇게 이야기해주며 아이와 소통했다. 아이는 지금 이 시대에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눈치를 보이기도 했다.
아래는 이 책을 읽고 아이가 남긴 감상평이다.
<명숙이의 숙제> 이 책은 조금 불쌍하고 슬픈 스토리를 담고 있다. 주인공 명숙이는 죽은 엄마와 지금의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다. 명숙이의 엄마가 죽은 후에 아빠는 새로 결혼을 해서 명숙이 곁에는 친엄마 대신에 새엄마가 있다. 그리고 얼마전 새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이복 동생 진주가 있다. 안그래도 새엄마는 장사하고 아빠는 항상 집에 없는 터라 명숙이가 집안일을 전부 맡아서 하는데 동생까지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명숙이도 원하는 것이 있다. 새엄마의 사랑과 학교에 가는 것! 하지만 새엄마는 매일 장사하느라 바빠서 명숙이가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데도 고맙다는 말 한마디, 십원 한 개도 주지 않았다. 명숙이는 그런 새엄마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받고 싶었고, 학교에 매일 가고 싶었다. 하지만 동생 돌보랴, 집안일 하랴 학교 갈 시간은 없었다. 부모님이 집에 없으니 자신이 학교에 가면 동생 진주는 혼자 남기에, 어린 진주를 두고 갈 수가 없기에, 항상 가고 싶은 학교에 못간다. 그러던 어느 날 명숙이에게 숙제가 주어진다. 바로 자기 이름의 뜻을 알아오는 것! 그렇게 명숙이는 자신의 이름, 유명숙의 뜻을 알게 된다. '버들유, 밝을 명, 맑을숙 '해서 유명숙. 이 숙제를 통해 명숙이는 자신의 이름답게, 아름다운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지고 말았다. 명숙이가 학교에 가기로 한 날인데, 아빠가 나가려는 게 아닌가?! 그럼 진주는 혼자 있어야 되고 혼자 있으면 위험하니까 결국 명숙이가 보살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심지어 아빠는 명숙이에게 이런 말까지 했다. "학교가 뭣이 중요하다고 그러냐. 그리고 진주는 누가 보냐?" 결국 화가 치밀어 오른 명숙이도 소리쳤다. "아버지 자식이니까 아버지가 보라고. 난 학교 갈 거라고!!" 하지만 아버지는 나가버렸고, 명숙이는 진주에게 밥풀과자와 인형을 쥐어주고는 학교에 간다. 쉬지 않고 달렸지만, 뒤에서 진주가 우는 것만 같다. 결국 명숙이는 진주를 두고 학교에 가지 못한다. 명숙이는 그렇게 다시 진주를 보게 되었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난다. 명숙이는 이렇게 힘든 삶을 살았다. 그래서 불쌍하고 슬픈 스토리라는 것이다. 또 이 이야기를 읽으니, 풍족하게 사는 내가 복받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슬프지만 깊이 있는 스토리를 읽고 싶다면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