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네의 일기
안네 프랑크 지음, 데이비드 폴론스키 그림, 박미경 옮김, 아리 폴먼 각색 / 흐름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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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노블로 <안네의 일기>를 만나보다니, 이 책을 읽으며 감탄을 거듭했다. 세계 2차 대전 중 비참했던 안네의 삶과 그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안네의 생각의 흐름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정말 위대한 책이다. 이 책은 분명, 기존의 <안네의 일기>와 다르고 더 특별하다! 이 책만이 가지는 장점은 무엇일까?

우선, 이 책이 나온 배경을 살펴보자. 5년 전, 안네 프랑크 재단은 아리폴만 감독에게 안네의 일기를 그래픽 노블로 편집해 줄 것을 제안을 했고, '과연 어떻게 그래픽 노블로 원본의 매력을 잘 살려낼 것인가'라는 고민과 노력 끝에 이 책이 나왔다. 아리폴만 감독이 처음에 주저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안네의 일기>는 성인이자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로서 다시 읽어봐도 깜짝 놀랄 만큼 훌륭하다. 열세 살 소녀가 성숙하고 서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매우 간결하면서도 세밀한 문장으로 옮겨놨는데, 연민과 유머가 넘치고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좀처럼 도달하기 어려운 자의식이 드러나 있다. 그런 문장으로 이뤄진 책을 내가 어떻게 '편집'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본문 전체를 그래픽으로 옮기려면 10년은 족히 걸리고 분량은 3,500쪽에 달할 것이었다. 따라서 안네의 원래 일기 중 일부만 활용하면서도 전체 내용을 충실히 담아내야 했다."

그래픽 노블로 재탄생한 <안네의 일기>는 원본의 내용을 시각적으로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노력했던 부분들이 매우 진솔하게 다가오는 부분들이 많다. 후반부로 갈수록 작가로서 안네의 재능은 점점 더 뚜렷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그 부분의 일기를 도저히 삽화로 대체할 수 없었기에 삽화를 생략하고 긴 구절을 거의 그대로 살리기도 했다.

이 책의 지은이는 안네 프랑크이지만, 그래픽 노블로 다시 엮어낸 작가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각색자인 아리 폴만과 그림을 맡은 데이비드 폴론스키는 모든 프레임에서 안네 프랑크의 정신을 기리고 보존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전한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본 이라면,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할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초등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했고, 아이는 이 책을 읽고나서 아래와 같은 서평을 전해주었다. 참고로, 이 아이는 처음으로 이 책을 통해 <안네의 일기>를 접해본 아이이다.


안네의 일기는 꽤 유명하다. 전쟁 중 안네의 유대인 생활이 고스란히 잘 적혀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안네의 은둔 생활은 정말 끔찍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숨어지내야 했고, 매일 굶주리며 살다가 결국은 붙잡혀서 비참하게 죽었다. 유대인이라고 차별하는 것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같은 인간인데 다르면 뭐가 그렇게 다르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내가 마냥 착하다는 것은 아니다. 나도 가끔씩 안좋은 생각을 하곤 한다. 예를 들어 부자라고 세금을 많이 내고 가난하다고 세금을 적게 내는 것에 똑같이 내야 한다고 불만족스러워 하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고도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친 적도 있다. 그런 나에게도 이 책에 나오는 안네는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아무 죄도 없는 안네가 이렇게 죽어야 한다는 것이 말이다. 안네의 삶 이야기를 지나 이 책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래픽 노블로 읽는 안네의 일기는 글로만 되어있는 책보다 확실히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림도 깔끔하면서도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안네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위주로 간추려서 생동감있게 전하는 부분도 좋았다. 개인적으로 그래픽 노블을 좋아하기에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안네의 일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가 이 책을 읽고난 후 기대했던 반응이 있었다.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안네의 내면이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더 깊은 감명이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내가 다시 읽어보니 '아직 사춘기를 지나지 않은 아이가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 다회독을 해도 좋은 책이라 생각하기에 실망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래픽 노블이라는 형식을 통해 더 수월하게 <안네의 일기>를 일회독 해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안네의 일기>는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주는 책이었다. 기존에 나왔던 수많은 버전의 <안네의 일기>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이 책은, 그래픽 노블이라는 형식을 통해 독자층을 넓혔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절대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섬세한 그림과 탄탄한 각색으로 원본을 제대로 살렸다는 점도 너무나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아직 <안네의 일기>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이전에 다른 책으로 봤던 이들에게도 분명 또다른 감동으로 다가올 책이라 생각하며, 한 번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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