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은 에피쿠로스처럼 - 탐식이 괴로운 이들을 위한 음식 철학
안광복 지음 / 북트리거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일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일을 반복하다보면, 가끔씩 지칠 때가 있다. 먹는 즐거움은 때때로 크게 다가오지만,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탓에 괴로울 때가 있다. 과연 식탁을 어떻게 차리는 것이 좋을까? 그런 단순한 물음에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현대사회에서 먹거리는 필요한 '칼로리 채우기'와 혀의 즐거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인간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 갈까? 변화된 인류 사회는 과연 아름답고 바람직할까?

p20, 먹방과 혼밥의 시대_ 왜 나는 늘 다이어트에 실패할까?

이 책은 아래 세 가지 물음을 바탕으로 우리의 음식과 음식 문화를 탐색하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 음식의 윤리학

'어떻게 ' 먹어야 할까? - 음식의 문화학

'누구'와 먹어야 할까? - 음식의 정치학

이 책을 읽으며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아래는 책 내용을 아주 조금만 정리해보고자 한다.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할까?

설탕 열 숟갈, 비계 한 덩이 혹은 식용유 한 컵을 통째로 삼킬 수 있을까? 일상에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이런 일이 숱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단맛에 짠맛을 입히면 단것을 훨씬 많이 먹게 되고, 기름진 음식에 단맛을 입히면 우리는 배가 불러도 끊임없이 음식 접시를 끌어당긴다. 이른바 '단짠'의 마법에 걸린 것이었다. 그동안 왜 그렇게 단짠에 끌려다니며 과식을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제 비만은 세계적인 전염병이 되었고, 이 문제의 중심에는 시뮬라크르(가짜 맛)가 있다고 한다. 이제는 단짠보다 재료 본연의 단백함을 찾아보려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가 인스턴트식품을 먹는 까닭은 맛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빠르고 간편해서 그런 음식을 찾는 경우가 더 흔하다고 한다. 매번 사료 먹듯 끼니를 해치운다면, 내 삶 또한 가축의 그것과 비슷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강하게 다가왔다. 나와 우리 가족이 먹는 식사를 몸 건강과 즐거움의 수단으로 여기며 의식을 치르듯 준비한다면 삶은 어떻게 바뀔까? 반문하고 있다. 삼시 세끼를 어떻게 장만하고 어떻게 먹는지는 나의 삶을 가꾸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잊지 말자. 가공음식보다는 재료의 식감이 살리는 방식으로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해보자고 다짐해본다.


어떻게 먹어야 할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최고의 쾌락주의자였지만, 그가 추구한 식생활은 식탐이 아니라 미식에 가까웠다고 한다.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필수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눈다. 에피쿠로스는 자신의 욕망을 필수적인 욕구 수준에 머물도록 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의 식생활은 "하루에 음식을 장만하는 데 1므나(mina)의 돈도 쓰지 않고 포도주 4분의 1L만으로도 만족하면서, 그나마 대부분은 물만 마시는 생활을 즐기"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에피쿠로스의 식습관은 절제 그 자체였으며, 한마디로 "배고플 때만 먹어라"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지중해 지역의 식단은 지방과 탄수화물이 과잉된 상태로 건강식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생각보다 날씬한 이들이 많다. 마이클 폴란은 그 이유를 음식 문화에서 찾는다. 지중해 사람들은 여럿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식사를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화하며 천천히 먹기 때문에 먹는 양도 자연스레 줄어들어과식하지 않게 된다. 반면에 혼자 허겁지겁 먹게 되면 포만감을 느끼기도 전에 먹어댄 음식들로 인해 위를 늘려놓고 뱃살을 쌓이게 한다고 하니 혼밥을 경계하여야 할 것이다.


누구와 먹어야 할까?

인간은 마땅히 함께 먹어야 한다. 혼자가 아닌 함께 먹다보면 자연스레 음식을 나누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하나라는 마음이 싹튼다. 식사를 함께 한다는 것은 친근함을 키우며 관계를 가꾸는 일이기도 하다고 전한다. 사람들과 식사할 때는 예의를 차려야 하기에 식탐도 절로 내려놓게 된다. 하지만 혼밥을 할 때는 마음껏 음식에 고개를 파묻게 된다. 홀로 식사를 하더라도 제대로 상을 차리고 자신을 대접한다는 느낌으로 격식을 갖춰먹어야 한다고 조언해준다.

칸트는 규칙적으로 1일 1식을 하였는데, 12시 45분부터 15시 30분까지 길게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초대하여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했고, 그 이후로 산책을 했다고 한다. 그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하며 먹는 것을 실천하였던 것이다. 칼로리를 채우기 위한 식사가 아니라 영혼을 채우는 식사시간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칸트는 재치와 위트가 넘쳐서 인기가 많았으며 세상 물정에도 밝았으며 돈관리도 꼼꼼하게 잘 했다고 한다. 칸트의 일화를 보며 '1일 1식을 실천해볼까?'라는 엉뚱한 상상도 해보았는데, 하루에 꼭 세끼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보았다.

이 책을 읽으며 건강한 음식 철학을 많이 배웠기에 너무 좋았다. 단짠보다는 재료의 맛을 더 우선시 하리라는 생각을 하였고, 과식하지 않고 필요를 채우는 수준으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하면서 천천히 음미하며 먹으리라는 다짐을 해보았다. 나를 위한 음식 철학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