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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 삶의 근본을 보여주는 부모,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아이
지나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아이를 키우면서 내 인격의 부족함을 여러번 느낀다. 내가 가진 삶의 가치관이 건강하지 못해서, 나의 말버릇이 쉬이 남에게 상처주는 것이어서 나는 아이의 삶에 얼마나 큰 그늘을 만들까 두려웠다. 남편과 아주 사소한 일로 언쟁을 벌일 때마다 나의 좁은 인격은 남편을 잔인하게 할퀴고, 극단의 상황을 가정하며 제멋대로 결론 지으며 악다구니를 쓴다. 그런 모습이 아이에게 어떻게 보여질지도 걱정됐다. 그래서 아이가 더 많은 행동을 모방하고 말을 이해하기 전에 나의 부모 공부가 절실했다.
그때 만난 지나영 교수의 유튜브 영상은 무언가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 같은 강력한 힘이 있었다. 한국인 최초로 존스홉킨스 소아정신과 교수로 재임 중인 지나영 교수는 비뚤어진 육아 문화에 일침을 놓으며 부모의 육아 마인드를 바꿀 부모 트레이닝 영상들을 올렸다. 이 몇 개의 영상을 보던 중 마침 이 방법들이 잘 정리된 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 육아>. 책 제목에 '가장 쉽다'는 말이 붙은 건 아무래도 요즘 부모들이 육아를 너무나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리적인 어려움도 있겠지만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뒤지지 않는 학력수준을 만들어주기 위해 사교육 시장에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으며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니까. 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심플하게 말한다. 본질에만 치중하고 나머지는 힘을 빼라고.
본질은 뭘까? 삶에 대한 가치관과 건강한 자기 자신에 대한 신념을 기를 수 있게 조력해주라는 것. 신념을 기르기 위해서는 조건 없는 사랑과 보호가 필요하다. 이건 부모에겐 당연한 감정이지만 우리는 현실 육아에서, 특히 학부모가 되는 순간부터 타인과 비교하는 말을 섞고 조건을 달아 아이를 불안하게 만든다. 이런 조건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나는 사랑받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말이다. 이건 아이의 자존감에도 영향을 준다.
책을 읽다보면 지 교수가 부모로써 해선 안될 말, 아이의 자존감을 갉아먹는 말들은 우리가 자라며 흔히 들어오던 말들이다. 아이는 부모 말 잘듣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자신의 속에서 꿈틀대는 잠재력을 억누르다 이제 어떻게 꺼내는지도 잊어버린 채 어른이 된다.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적이고, 좋아하는게 뭔지도 모르는 어른. 동일한 성공잣대, 그 속에 들지 못했다는 열등감, 부모에게 들은 자존감을 갉아먹는 말들이 축적되어 삶을 포기해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런 진단은 너무나 가슴 아팠다.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으니까. 나 역시 좋아하는게 뭔지 몰라 아직도 방황하고 있고, 타인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잘보이는 비뚤어진 시각을 가진 채 타인에게 상처주는 방식의 소통 밖에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으니.
"진짜 가르쳐야 할 것은 수학이 아니라 가치"
책은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삶의 근본이 될 가치라고 말한다. 그 가치는 부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이기도 하겠지만 '정직', '성실,' , '기여', '배려'와 같은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갈 수 있는 가치이다. 이런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이는 자기의 내적 동기로 뭔가를 이루기 위해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 부분은 내가 일의 의미를 느끼지 못했을 때 더욱 큰 무기력에 빠졌던 경험을 비춰보면 정말 공감이 갔다. 반면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내 일의 성과를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으로 이어졌고 나를 더 괜찮은 사람으로 한뼘 성장시켰다. 하지만 육아를 하며 잊었던 가치들이었다. 물론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이기에 이르기도 하지만 아이의 지적 발달에 부족함이 없게 여러 자극을 주느라 소홀했던 부분들. 이 4가지 가치는 반드시 알려줘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부모도 4가지 가치를 지향하는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결국 부모는 아이의 롤모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책 속에는 '부모연습'이라는 지면을 통해 부모가 성장 마인드셋을 가질 수 있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답해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뒀다. 내가 가진 생각을 정리하고, 성장을 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