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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을 키우는 책육아의 힘 - 리터러시 교육 전문가가 말하는 독서교육 첫걸음
권이은 지음 / 유아이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책을 좋아하는 엄마는 으레 갖게 되는 기대와 확신이 있다. 내 아이도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라는 기대와 확신. 하지만 아이가 자랄 수록 내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며 실망감은 짙어진다. 나 역시 아이가 신생아일때부터 머리맡에 여러권의 책을 갖다놓고 말귀도 못 알아듣는 아이에게 책을 다정히 읽어주며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라길 간절히 바랐다. 물론 아이는 책을 거부하는 편은 아니지만 내 기대만큼 책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주로 소리가 나거나 열어볼 수 있는 조작 요소가 있는 책에만 흥미를 보일 뿐. 이야기가 있는 책에는 통 관심이 없다.
아이가 자랄수록 깊어져가는 책육아의 고민. 어디다 하소연하기도 힘든 이 고민을 타파해 줄 고마운 책을 발견했다. 권이은 저자의 <문해력을 키우는 책육아의 힘>. 책 제목은 얼핏 요즘 유행하고 있는 문해력에 초점을 맞춘 듯 하지만 책을 들여다보면 책육아 실패를 겪고 있는 부모를 위한 꿀팁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독서교육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전문가여서 자신의 아이가 당연히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웬걸. 인지 발달이 조금 느렸던 아이는 책에 관심을 갖지 않았고 발달 수준보다 높은 책을 어려워했다. 강연을 통해 부모들에게 확신에 차 얘기했던 이론들이 무너지는 순간들이었다. 게다가 예민하고 까다로운 아이는 새로운 것을 좀체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자기가 꽂힌 책에 대한 반복독서 외에는 전혀 흥미를 가지지 않았다. 더 넓은 책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던 엄마는 애가 탔다. 그래서 방법을 강구해낸 결과물이 이 책이다.
이 책은 문제적 독서 성향을 가진 아이들을 어떻게 책육아로 인도할지 다양한 사례로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하나에 꽂혀서 그것만 보려는 아이, 편독을 하려는 아이, 책장을 마구 넘기는 아이, 쓸데없는 질문만 하는 아이 등 어디에 말도 못할 책육아 실패를 맞이하고 있는 부모에게 정말 필요한 솔루션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전집'의 효용성과 글밥을 늘리는 방법, 질문을 효과적으로 던지는 법, 즐겁게 상호작용하는 법, 독후활동보다 중요한 독서 전 활동 등 책육아를 시도해봤던 부모라면 궁금해 했을 모든 것을 담았다.
이 책의 첫 번째 장점은 경험과 이론이 적절히 섞여있어 더 구체적으로 와닿았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 본인이 책육아를 하며 겪었던 고충들로 부모가 가질 스트레스에 대한 깊은 공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읽는 내내 엄청나게 몰입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장점은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다양한 책이다. 추천하는 책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와 소통하고 작용할 수 있는지, 책의 내용과 경험을 토대로 설명해주고 있어 리스트업해 읽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장점은 독서교육 전문가답게 아이와 책육아를 할 때 맞이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은 물론, 구체적인 대화 예시를 들어 아이와 독서 대화를 이어나갈때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이다. 사실 책육아를 하며 어떤 질문을 던져야할지 막막했는데 이 책에서 알려주고 있는 대화팁인 육하원칙과 질문 만드는 방법, 아이의 대답이 없을 때 대처하는 방법 등은 무척이나 도움이 되었다.
저자는 단언한다. 아이와의 독서는 기본적으로 상호작용이라고. 책을 인지능력 향상, 언어능력 향상의 도구로만 다룰때는 아마도 실망하고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와 책 한 권을 가지고 즐겁게 상호작용하면 어느새 아이는 부모도 모르는 새 성장해 있지 않을까?
마음처럼 책육아가 되지 않을 때 언제든 펼쳐놓고 다시 답을 구해볼 수 있는 책육아 지침서를 만나게 되어 만족스러운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