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고양이 명화
냥송이 그림, 젠 베일리 글, 양승현 옮김 / 키움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낮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 그만큼 햇살도 더욱 강렬히 창으로 들이닥친다. 그리고 우리집 고양이들은 해가 만든 거대한 조각 아래 몸을 늘어지게 뻗는다. 마치 가을의 주홍빛 햇살을 한점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바닥에 널브러진 거대한 핫도그를 보고 있자면 절로 웃음이 난다. 햇살의 온기를 듬뿍 받은 고양이들의 털은 보기에도, 만져보아도 따스하다. 여기 그런 둥글둥글한 고양이들의 따스한 털을 한 올 한 올 만끽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언제부턴가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의 치명적인 매력에 빠지고,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나 역시 일찍이 그 매력에 치였기에 이렇게 고양이 두 마리의 집사로 살아가고 있는데, 고양이와 관련된 책은 절로 눈길이 간다.  <우아한 고양이 명화>는 그런 고양이 덕후들에게 지나칠 수 없는 책이다. 고양이들이 명화 속 주인공이 되다니!



책 속에는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었던 사람이라면 아는 명화들이 등장한다. 나 같은 사람에게도 익숙한 명화들이여서 너무나 반갑고 눈이 즐거웠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렘브란트 반 레인의 '야간 순찰',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에드가 드가의 '발레 수업',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의 침실', 유럽에도 영감을 줬던 우키요에인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등. 유명한 사진도 뚱냥이들로 패러디 된다. 대공황 시기 아찔한 뉴욕 상공에서 건술 노동자 11명의 점심 식사 시간을 담은 찰스 클라이드 에베츠의 사진 '마천루 위에서의 점심 식사'. 명화 속 고양이들은 늠름하기도 하고, 잠에 취해 나른하기도 하고, 생선을 통통한 냥발에 꼭 쥔 비장한 모습이기도 하다.



특히 영화 산업 시작에 영감을 줬던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의 '질주하는 말의 기수'라는 사진 작품을 우다다를 즐기는 고양이로 패러디된 그림은 원작의 달리는 말만큼 역동감 넘친다. 실타래를 따라, 쥐를 따라 이리뛰고 저리뛰는 각양 각색의 고양이들. 



반 고흐의 '아를의 침실'은 따뜻한 색감의 원작에 나른하게 잠들어 있는 고양이들이 널브러져 있어 더욱 사랑스럽게 완성된다. 그 중에서 입벌리고 자는 고양이는 우리집 고양이와 너무 닮았다. 일러스트 작가 냥송이의 냥덕후 10년 이상의 내공이 여기서 제대로 느껴진다. 퉁퉁한 몸매를 덮은 털의 보송보송한 질감이 온전히 느껴질 정도로 고양이 묘사에 탁월하다.



이야기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엄마 고양이는 말 안 듣는 아기 고양이들에게 '고양이 예술'에 대해 들려주는데,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속 아프로디테로 변신한 고양이는 날 때부터 신성한 존재라는 것. 고양이가 타고난 우아하고 신비한 매력에 대한 이야기는 구구절절 고개가 끄덕여진다.



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광대가 솟고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힐링 책. 동시에 아이에게는 명화에 대해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