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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우드 호텔 모두의 집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85
캘리 조지 지음, 스테퍼니 그레긴 그림, 조은 옮김 / 책과콩나무 / 2024년 10월
평점 :
그러니까, 이 책은 나에게는 처음이 아니다. 몇 년 전 초등 저학년인 조카들에게 읽히기 적당한 재밌는 원서를 찾아 열심히 검색하던 시기에 우연히 얻어걸린 책이었기 때문이다. 난 어렸을 때부터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을 좋아했다. 아마도 아주 어린 시절 집에서 끝내주게 충성스러웠다던 개를 키웠었기 때문인 듯한데,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그 개는 어린 아가들이 좋다고 매달려도 하나도 귀찮아하지 않으면서 놀아 주었다던, 여러 일화만 들어도 보통은 아니었을 것 같은, 인간이 믿음을 주면서 집안에 들이는 그런 종류의 개였다. 가족들은 그를 얼마나 사랑했던지, 그가 병이 들어 죽자 아버지는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노라 선언을 하셨고, 그래서 내 기억 속에서는 내가 한때 개를 키우는 집에서 자랐다는 것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기억이 없음에도 뭔가 몸에 새겨지는 것은 있는지, 나는 초등 시절 동물이 나오는 책을 보면 환장했다. 뭔가 마음이 편해지고, 따뜻해지며, 낯선 것이 당연한 것이어야 함에도 뭔가 향수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영원한 노스탤지어에 발을 들여놓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진 마치 오랜 여행 끝에 편안한 집에 온 듯한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이 나에겐 좀 의아하긴 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꼬맹이 주제에 선호도가 분명했음에도, 책을 고르는데는 좀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동물이 주인공이 소설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해서 그 어린 시절에도 동물이 주인공인 소설을 만나면 나는 본능적으로 야금야금 아껴가며 읽었었고,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다 읽고 나면 허무함에 몸서리를 치곤했던 것을 난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자, 이제, 그런 아동 시절을 보낸 사람이 성장을 하면 어떤 어른이 될까?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찾아줘야겠다는 명분 하에 다시 동물이 주인공인 책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어른이 된다. 되돌이표 인생인 것이다. 흐뭇하게도 말이지.
그렇게 재밌는 책 없나? 하면서 눈을 벌개가며 인터넷을 뒤적이다 발견하게 된 책이 바로 이 책 <하트 우드 호텔>이다. 생쥐가 주인공이란다. 호텔에서 일하게 됐다네? 동물들을 위한 호텔이라니, 살짝 호기심이 든다. 거기에 고아가 된 생쥐가 숲속을 헤매다 호텔 메이드로 일하게 된 설정이라는 것에 더 마음이 동했다. 난 언제나 착하고 마음이 단단한 주인공이 나오는 책이라면 사족을 못쓰는데, 그것이 동물이라면 말해 뭣 하겠는가? 하여 당장에 원서를 사서 보고는 이 책의 주인공 모 나에게 홀딱 반하고 말았다.
이 책은 고아 생쥐 모나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폭풍우에 휩쓸려 집을 잃어버린 그녀는 늑대와 추위를 피해 우연히 발견한 하트 우드 호텔에 들어가게 된다. 잠시만 쉬어 가려 던 그녀는 호텔의 안락함과 따스함에 반해 그곳에서 일하고 싶어지고, 결국 하트 우드 호텔의 메이드로 당당하게 취직하게 되자 뛸 듯이 기뻐한다. 메이드를 하기엔 다소 작은 체구의 그녀는 자신을 견제하는 선배 메이드 다람쥐 틸리 때문에 조금은 힘이 들지만, 어디에도 이만한 곳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덕에 하트 우드 호텔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숲에서 최고의 호텔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하트 우드 호텔, 다양한 동물들이 쉬거나 놀기 위해 오는 이곳에서 모나는 호텔리어로써 어떤 성장을 하게 될까? 이 지구상에 가족도, 아는 동물도, 믿을만한 동물은 더더군다나 없는 고아 생쥐가 어떻게 세상을 개척해 나가는지 안쓰러운 마음과 응원하는 심정으로 보게 되던 소설이었다.
이 책은 약육강식이 판치는 동물 세계에서 혈혈단신인 어린 모나가 착하고 강단 있는 심성으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 억지스럽지 않게 펼쳐 가던 것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마치 숲속 어딘가에 있는 호텔에서 일어나는 일 같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하여 읽다 보면 저절로 모나의 편이 된다. 그녀가 어려움에 처하면 마구 도와주고 싶고, 슬퍼하면 마냥 위로해 주고 싶고, 좌절을 하면 힘내라고 다독여 주고 싶어지고 말이다. 다시 말해 작가가 굉장히 주인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뜻이다. 해서 아는 착한 동생 같은 모나가 갖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지를 발휘해 호텔에 적응해 가고, 투숙객들에게 마음을 써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려니, 마음이 너무 뿌듯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모나, 그렇게 살아가면 돼~라면서 책 밖에서 환호를 할 수밖에 없었다. 책에서는 성장 서사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 책이 그려내고 있는 것이 그런 것이었고, 내가 보기엔 꽤나 성공한 듯하다. 거기에 그렇게 모나가 성장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 모나의 착한 심성도 물론이지만, 갈 곳 없는 모 나에게 마음을 쓰는 여러 동물들의 마음 씀씀이가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을 더했다. 각자의 사연이 다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등장인물들이 아닌, 서로를 바라 봐주고 도와 주려는 시선들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 마음 놓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숲속에서 가장 안전한 호텔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는 호텔리어들의 모습들. 귀엽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극히 일리 있다. 뭔가 진짜로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호텔을 작가가 잘 구현해 놨다.
그렇게 1권이 이 책 <하트 우드 호텔 : 모두의 집>에 홀딱 반한 나는 나머지 책들도 다 사서 읽어 버렸다. 내가 시리즈로 가지고 있는 책은 몇 종류 안 되는데 이 책이 그중 하나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모나가 호텔에서 어떻게 성장해 갈지, 틸리와는 어떤 관계가 될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부모님을 대한 단서는 어떻게 찾을지, 과연 그녀의 가족들은 찾을 수 없는 것일지가 못내 궁금하리라 본다.
난 안 그렇지롱~~~ 난 다 읽었지롱~~~다 재밌게 읽었지롱~~~해서 원서를 읽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어서 어서 이 책의 후속작들이 나와 주길 기대해 본다. 이건 다~ 나를 위해서가 아닌, 이 책의 독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오호~ 통재라. 과연 너희들은 그 기다림을 견뎌낼 수 있겠는가? 내 그 가여움이 눈물을 떨구고 가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