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우드 호텔 모두의 집 독깨비 (책콩 어린이) 85
캘리 조지 지음, 스테퍼니 그레긴 그림, 조은 옮김 / 책과콩나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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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 책은 나에게는 처음이 아니다. 몇 년 전 초등 저학년인 조카들에게 읽히기 적당한 재밌는 원서를 찾아 열심히 검색하던 시기에 우연히 얻어걸린 책이었기 때문이다. 난 어렸을 때부터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책을 좋아했다. 아마도 아주 어린 시절 집에서 끝내주게 충성스러웠다던 개를 키웠었기 때문인 듯한데,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그 개는 어린 아가들이 좋다고 매달려도 하나도 귀찮아하지 않으면서 놀아 주었다던, 여러 일화만 들어도 보통은 아니었을 것 같은, 인간이 믿음을 주면서 집안에 들이는 그런 종류의 개였다. 가족들은 그를 얼마나 사랑했던지, 그가 병이 들어 죽자 아버지는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노라 선언을 하셨고, 그래서 내 기억 속에서는 내가 한때 개를 키우는 집에서 자랐다는 것을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기억이 없음에도 뭔가 몸에 새겨지는 것은 있는지, 나는 초등 시절 동물이 나오는 책을 보면 환장했다. 뭔가 마음이 편해지고, 따뜻해지며, 낯선 것이 당연한 것이어야 함에도 뭔가 향수가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영원한 노스탤지어에 발을 들여놓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진 마치 오랜 여행 끝에 편안한 집에 온 듯한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이 나에겐 좀 의아하긴 했었다. 어쨌거나 그렇게 꼬맹이 주제에 선호도가 분명했음에도, 책을 고르는데는 좀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동물이 주인공이 소설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해서 그 어린 시절에도 동물이 주인공인 소설을 만나면 나는 본능적으로 야금야금 아껴가며 읽었었고,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다 읽고 나면 허무함에 몸서리를 치곤했던 것을 난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자, 이제, 그런 아동 시절을 보낸 사람이 성장을 하면 어떤 어른이 될까? 아이들에게 좋은 책을 찾아줘야겠다는 명분 하에 다시 동물이 주인공인 책을 찾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어른이 된다. 되돌이표 인생인 것이다. 흐뭇하게도 말이지.


그렇게 재밌는 책 없나? 하면서 눈을 벌개가며 인터넷을 뒤적이다 발견하게 된 책이 바로 이 책 <하트 우드 호텔>이다. 생쥐가 주인공이란다. 호텔에서 일하게 됐다네? 동물들을 위한 호텔이라니, 살짝 호기심이 든다. 거기에 고아가 된 생쥐가 숲속을 헤매다 호텔 메이드로 일하게 된 설정이라는 것에 더 마음이 동했다. 난 언제나 착하고 마음이 단단한 주인공이 나오는 책이라면 사족을 못쓰는데, 그것이 동물이라면 말해 뭣 하겠는가? 하여 당장에 원서를 사서 보고는 이 책의 주인공 모 나에게 홀딱 반하고 말았다.


이 책은 고아 생쥐 모나의 시선으로 시작한다. 폭풍우에 휩쓸려 집을 잃어버린 그녀는 늑대와 추위를 피해 우연히 발견한 하트 우드 호텔에 들어가게 된다. 잠시만 쉬어 가려 던 그녀는 호텔의 안락함과 따스함에 반해 그곳에서 일하고 싶어지고, 결국 하트 우드 호텔의 메이드로 당당하게 취직하게 되자 뛸 듯이 기뻐한다. 메이드를 하기엔 다소 작은 체구의 그녀는 자신을 견제하는 선배 메이드 다람쥐 틸리 때문에 조금은 힘이 들지만, 어디에도 이만한 곳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덕에 하트 우드 호텔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숲에서 최고의 호텔이라는 자부심이 있는 하트 우드 호텔, 다양한 동물들이 쉬거나 놀기 위해 오는 이곳에서 모나는 호텔리어로써 어떤 성장을 하게 될까? 이 지구상에 가족도, 아는 동물도, 믿을만한 동물은 더더군다나 없는 고아 생쥐가 어떻게 세상을 개척해 나가는지 안쓰러운 마음과 응원하는 심정으로 보게 되던 소설이었다.


이 책은 약육강식이 판치는 동물 세계에서 혈혈단신인 어린 모나가 착하고 강단 있는 심성으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모습이 억지스럽지 않게 펼쳐 가던 것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마치 숲속 어딘가에 있는 호텔에서 일어나는 일 같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하여 읽다 보면 저절로 모나의 편이 된다. 그녀가 어려움에 처하면 마구 도와주고 싶고, 슬퍼하면 마냥 위로해 주고 싶고, 좌절을 하면 힘내라고 다독여 주고 싶어지고 말이다. 다시 말해 작가가 굉장히 주인공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뜻이다. 해서 아는 착한 동생 같은 모나가 갖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기지를 발휘해 호텔에 적응해 가고, 투숙객들에게 마음을 써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려니, 마음이 너무 뿌듯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모나, 그렇게 살아가면 돼~라면서 책 밖에서 환호를 할 수밖에 없었다. 책에서는 성장 서사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이 책이 그려내고 있는 것이 그런 것이었고, 내가 보기엔 꽤나 성공한 듯하다. 거기에 그렇게 모나가 성장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이 모나의 착한 심성도 물론이지만, 갈 곳 없는 모 나에게 마음을 쓰는 여러 동물들의 마음 씀씀이가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을 더했다. 각자의 사연이 다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등장인물들이 아닌, 서로를 바라 봐주고 도와 주려는 시선들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 마음 놓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숲속에서 가장 안전한 호텔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는 호텔리어들의 모습들. 귀엽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극히 일리 있다. 뭔가 진짜로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호텔을 작가가 잘 구현해 놨다.


그렇게 1권이 이 책 <하트 우드 호텔 : 모두의 집>에 홀딱 반한 나는 나머지 책들도 다 사서 읽어 버렸다. 내가 시리즈로 가지고 있는 책은 몇 종류 안 되는데 이 책이 그중 하나다. 아마도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모나가 호텔에서 어떻게 성장해 갈지, 틸리와는 어떤 관계가 될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부모님을 대한 단서는 어떻게 찾을지, 과연 그녀의 가족들은 찾을 수 없는 것일지가 못내 궁금하리라 본다.


난 안 그렇지롱~~~ 난 다 읽었지롱~~~다 재밌게 읽었지롱~~~해서 원서를 읽지 못하는 독자들을 위해 어서 어서 이 책의 후속작들이 나와 주길 기대해 본다. 이건 다~ 나를 위해서가 아닌, 이 책의 독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오호~ 통재라. 과연 너희들은 그 기다림을 견뎌낼 수 있겠는가? 내 그 가여움이 눈물을 떨구고 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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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기억 첫 번째 이야기 - 두더지 페르디낭의 기억 어린이작가정신 어린이 문학
미카엘 브룅 아르노 지음, 사노에 그림, 이정주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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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있던 젊은 여우 아르시발드에게 어느날 늙은 두더지 페르디낭이 찾아와 자신의 쓴 자서전을 찾아 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책을 바로 어제 누군가가 사갔다는 것이었죠. 당시 어수선한 상황이여서 누가 그 책을 사가는지 자세히 보지 않았던 아르시발드는 두더지 페르디낭이 자신이 망각병에 걸려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데, 자신의 부인 모드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녀를 찾으려면 그 책이 필요하다고 말을 하죠. 페르디낭의 절망에 마음이 움직인 아르시발드는 페르디낭이 가지고 있는 단서를 가지고 모드를 찾아 숲을 여행하기 시작하는데요, 과연 모드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페르디낭은 자신의 과거와 책을 찾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책이라고 해서 조금은 얕잡아 보고 읽었는데, 의외로 유치하지 않게 잘 읽히는 작품이다. 어린이용 작품이라기엔 좀 버거운 소재인 망각병을 소재로 책을 쓰다니 이상하군 했는데, 작가가 이책을 쓰기전에 병원에서 알츠하이머와 파킨슨 병에 걸린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했었다고 한다. 아마도 그 경험을 이 책에 잘 녹여낸 것이 아닐까 싶다. 망각병에 걸린 사람들을 우리가 어떻게 대하고 바라봐야 할까, 조금은 이해를 하게 하던 책으로, 어린이 용으로도, 어른 용으로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지 않는가 한다. 무거운 주제를 차분하게 이어가던 작가의 따스한 심성이 돋보이던 책으로, 이 책을 읽고나니 이 작가의 후속 작품이 읽고 싶어졌다. 여우가 서점을 운영한다는 이 아름다운 숲에서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오려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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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일로 독깨비 (책콩 어린이) 86
필리스 레이놀즈 네일러 지음, 조은 옮김 / 책과콩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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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키우고 싶은 소년 마티에게는 커다란 장벽이 있는데 그건 바로 그의 집이 가난하다는 것이다. 개를 키우고 싶다는 말에 개를 키우는 데는 책임감과 돈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가족 먹는 것도 부족한데, 개까지 어떻게 키우냐면서 현실을 일러 주시는 마티의 아버지. 아직 어리지만 철이 없진 않은 마티는 아버지의 말에 수긍하면서 이해한다. 다시 말해 그는 개를 키울 형편도, 그런 상황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샤일로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냥을 나갔던 마티는 우연히 상처를 입고 돌아 다니는 개 샤일로를 보게 된다. 샤일로의 주인이 못된 사람이고, 그가 샤일로를 학대한다고 짐작한 마티는 그 개를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하지만, 그건 안 되는 일 , 포기하고 있던 차, 다시 그를 찾아온 샤일로를 마티는 충동적으로 집으로 데려온다. 과연 마티는 샤일로를 키울 수 있을까? 그의 부모는 물론이려니와, 샤일로의 주인은 과연 마티가 샤일로를 데려온 것을 가만히 보고 있으려 할까? 샤일로를 사랑하게 된 마티의 고민은 샤일로를 사랑하면 사랑할 수록 깊어지게 되는데....


개와 소년의 우정을 그린 소설 중에서 플란다스의 개를 제외하고는 가장 수작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책이지 않는가 한다. 샤일로를 발견한 마티의 결심과, 그 결심을 지켜 내기 위해 마티가 받아 들인 책임감의 무게, 그 무게를 묵묵하게 받아 들이고 한창 성장하던 소년의 모습이 대견하게 다가오던 소설이다. 군더더기 없이 현실을 그려내던 작가의 빼어난 글솜씨도 이 책을 인정하게 되는 한 축으로, 책을 한번 들게 되면 끝까지 읽게 만드는 문체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초 5~에서 중2까지 정도의 학생이라면 원서를 읽어봐도 좋을 듯. 누가 읽어도 감동 받을만한 작품이고, 누가 읽는다고 해도 마티의 고뇌에 이입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라 본다. 많은 아이들이 이 책을 읽어봤음 하는 바람이다. 아련하게 인간의 심금을 울리는 뭔가가 있는 소설이니 말이다. 요즘엔 흔하게 볼 수 없는 인간애가 내재된 책이랄까. 고전이라고 해도 상관없을 , 시대가 지나도 바라지 않는 그런 작품성이 있는 책이니,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들어보신 분이라면 한번 읽어보셔도 후회는 없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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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lo Book 11: The Great Space Iguana: (A Graphic Novel) (Hardcover)
저드 위닉 / Random House Graphic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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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은 지 정확히 12시간이 흐른 뒤 , 나는 우울함에 젖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맥주 한 잔을 홀짝 홀짝 마시면서...아마도 맥주를 먹지 않았다면 이 글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말짱한 정신이었다면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을 오랫동안 박제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 것이고, 아마도 부지런히 이런 감정은 절대 없었던 것 마냥 하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었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익히 알아오던 감정, 재밌는 책을 다 읽어 버렸을 때의 허무함을 지금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몇 달을 기다렸는데, 두시간도 안 되서 다 읽어 버렸다. 이런!!! 어린이 만화책의 단점은 바로 이렇게 금새 읽을 수 있는 것에 있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 그래도 하루 정도는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으나 , 알고 보니 두 시간도 넉넉히 잡은 것이고, 한 시간 정도 되니 끝이 보이더라. 흑흑흑흑흑....나는 일단 읽기 시작하면 멈추거나 아껴서 읽는 법을 모른다. 어찌 이렇게 나쁜 습관을 들이게 된 것인지 지금까지도 한탄스럽다. 그렇게 몇 달을 기다려서 읽은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말해 보자면...


1. 확실히 10편이 걸작이었다는 것을 알겠더라. 10편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자 마자 1페이지로 다시 돌아가야 했을 만큼 재밌었거든. 그런데 이 책은 그 정도는 아니다. 아마도 hilo의 전편을 다 읽은 팬들이라면 동의하겠지만서도, hilo의 정수는 10편이다. 이야기의 흐름, 재치, 감성을 건드리는 정도, 순도 높은 농담, 폴리와 핍의 티티카카 케미, 폴리와 핍의 난장판을 어른다운 깊이로 잡아주는 폴리의 부모님들....한 장면도 버릴 것이 없었다. 특히나 장면 장면 터지는 웃음 보따리는 정말로....웃기다 생각에 잠기게 하다, 웃기다 감동에 젖게하다의 연속이었다. 대체로 나는 재밌는 책을 좋아하는데, hilo 10권 이 책은 바로 딱 그런 책이었다. 웃을 수 있고, 감동 받을 수 있고, 생각할 거리를 주는 그런 책, 내가 홀딱 반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게 한껏 기대를 높여 놓고 보니, 이 책에 대한 기대치가 하늘 높을 줄 모르고 올라 갔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 이후 내가 이렇게 목 놓아 기다린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시피, 정말로 나는 이 책을 기다렸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 속에는 0.00001% 정도 실망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왜 나쁜 예감은 틀린 법이 없나, 라는 말이 있듯이 나쁜 예감은 그래도 적중했다. 다시 말해 10보다 못하다. 그리고 어찌 보면 10편 만큼의 퀄리티를 기대한다는 것이 양심이 없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10편이 워낙에 잘 만든 것이었고, 거기에 부응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럼에도 이 정도의 퀄리티를 내준 것 만으로도 나는 작가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고 싶었다. 다시 말해 10편 보다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재미는 있었다. 다만 10편보다 못하다는 것 일뿐. 이래서 훌륭한 형 밑에 잘난 아우가 없다는 말이 있는가 보다. 하여간 잘난 형을 둔 덕분에 졸지에 못난 아우 소리를 들어야 하는 11권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그 아우가 아주 형편없었다고 한다면 그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알았다. 이 작품에 실망했다고 한다면 나는 아주 분수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배은망덕에 가깝겠다고 하겠다. 작가가 만들어준 웃음에 나는 기꺼이 즐겁게 웃어 댔으니 말이다. 하여간 10권에 비해 11권이 못하다는 건 분명했고....


2.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우울했던 것은 10권보다 재미가 못하다는 것에 있지는 않다.(조금은 그렇기는 하다.) 그보다는 이 책을 다 읽어 버렸다는 것에 대한 것이 크다. 몇 달을 기다렸건만( 다시 말하지만, 지금 음주 리뷰 중이다. 말이 중복이 되는 걸 이해 바란다. 횡설수설하는 것도 감안 바란다. 왜냐면 음주 상황이 아니라면 이걸 쓰고 있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제정신이 아니라서 이걸 쓰고 있는 것이다.) 2시간도 안 돼서 다 읽고 말았다. 그리고는 마지막 페이지를 보니 다음 편이 2026년에 나온 단다!!!! 지금은 2025년 2월인데! 못해도 10개월 재수가 없으면 22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내가 우울하지 않고 배기겠는가? 정말로 우울해서 맥주를 마시게 된 것이다. 더우기 더 우울한 것은 내년에 나온다는 그 책이 이 책의 연작이 아니라 쉬어가는 편이 될 거라고 한다. 다시 말하자면 연작이 아니라, 중간에 쉬어가는 하일로 할러데이 스페셜이 도리 것이라고 한다. 이런 이런....이런 참사가. 나보고 이들의 이야기를 3년 넘게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렸다. 정말로 내가 성격이 좋아서 --그리고 책을 험하게 다루는 걸 싫어해서--가만 있었지, 성질 같으면 책을 벽에 던지고 싶었다. 작가가 한국인이라면 지금 장난해? 하면서 댓글 워리어가 되어서 열심히 그를 갈구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호 통제라....나는 영어에 능통하지 못하니...그저 하염 없이 달력만 보면서 도대체 2027년은 언제쯤 올 것인가, 내가 얼마만큼 인내해야 할 것인가 계산하게 되더라. 이 나이가 되도록 참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니...도대체 나이를 어디로 먹은 것인지 알다 가도 모를 일이다.


 3. 거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미묘하게 그림체가 좀 다른 것 같다 싶었는데---하일로가 묘하게 뚱뚱하게 나온다. 하일로가 나이가 들어서 살이 찐 설정인가 싶었는데, 과연 작가가 그렇게 미묘한 것까지 캐치해서 그릴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서도, 알고 보니 이젠 작가에게 조수가 있는 모양이다. 작가가 왜 혼자 그리지 않고 조수의 도움을 받는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원래의 그림체를 좋아했던 나로써는 조금은 실망이다. 작가 혼자 그릴 수는 없었던 것일까? 자기 자식을 그리는데 자기보다 더 잘 그리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말이다.


하여 이래저래 실망만 하게 된 하일로 11권. 아마도 며칠은 이 실망과 우울의 바다를 아무도 모르게 나 혼자 둥둥 떠 다녀야 할 것 같다. 작가에게 밉다고 소리치고 싶지만, 또 사랑한다고 소리치고도 싶은 이 상황. 그저 작가가 건강하고, 나도 건강해서 이 시리즈의 마지막을 흥미롭고 즐겁게 감상했음 하는 바람이다. 이제 와서 알게 된 연작 중인 책을 읽게 된 사람의 심정을 말해 보자면...내가 왜 이 책이 종결 되고 난 후에 읽지 않았을지 그게 참 아쉽다는 것이다. 다 나온 후에 한꺼번에 읽었다면 좀 좋아. 아마도 이렇게 우울하다면서 맥주를 들이켤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시리즈가 나오는 중에 책을 보게 된 자의 비참한 결말이 바로 이렇다는 것을 , 독자들은 염두에 두길 바란다. 하니, 인내심이 없거나 우울한 자신이 싫으신 분들은 나중에 한 10년 뒤에 시리즈가 다 나온 뒤에 읽으실 것을 추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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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름다움은 이미 때 묻은 것 - 모성, 글쓰기, 그리고 다른 방식의 사랑 이야기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송섬별 옮김 / 반비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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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멋지게 나온 책이, 결혼과 출산, 모성과 글쓰기에 대한 글을 담고 있다는 보기만 해도 근사할 것 같은 이 책이 , 이렇게 황당하게 읽기 어려운 책이 되었을 줄 그 누가 알았으리요. 언젠가는 재밌어 지지 않을까, 언젠가는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기대를 하면서 쭉 읽어보았지만...끝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일단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왜 이렇게 횡설수설하는 것이냐다. 정신이 사납다. 남편하고 만나서 결혼을 한 부분까지 이르는데도 한 세월이고, 그것도 한번에 이야기 하는 게 아니고 감질나게 이랬다 저랬다 한다. 좋은 사람이었다가, 이상한 사람이었다가, 자상한 사람이었다가, 감상적인 사람이었다가,....도무지 정신이 없다.종래에는 이 여자가 왜 이 남자와 결혼을 했는지도 미심쩍다. 사랑하긴 해서 결혼한 것인지, 남자가 결혼하자니까, 뭐 하면서 결혼을 한 것인지. 이 여자의 진심이 무엇인지, 어디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작가의 말을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다 보니 하도 어지러워서, 종래는  어쩌면 남편이 이혼하자고 한 것이 이 여자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 


이렇게 정신 사나운 책인데도 어떻게 번역이 되어서 이렇게 근사한 표지를 달고 나온 것일까, 궁금해서 생각해보니, 작가의 문장력은 괜찮다. 사실 우수하다고 표현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구슬이 다 아름다운데, 그걸 꿰어 놓으면 싸구려처럼 보인다는게 아마도 이 책의 큰 패착이겠지. 어쩌면 이 작가는 정신과 의사를 먼저 찾아가서 상담을 받는게 좋아 보인다. 이 책 자체가 거대한 자신의 내면 상담소 정도인데, 보아하니, 자신의 힘으로는 자신이 파놓은 굴에서 나오지 못할 성 싶어서 말이다. 진저리나게 끔찍한 굴. 아무리 파도 또 다른 굴이 나오는 , 이렇게 자신이 만든 함정에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은 또 작가들 중에서는 보기 드물지 않는가 한다. 왜냐면 작가들은 보통 자신을 객관적으로 걸러내는 필터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인데, 아 사람은 그런 것이 없어 보였다. 그렇다보니 ,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모두 불평 거리고 떨어지기 마련이고, 이 모든 것은 세상에 잘못 된 탓이고, 자신이 불행한 것은 그녀가 여자로 태어나서 그런 것이고 말이다. 


그만해라! 많이 묵었다 아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이 이 지구상에 너 하나인 것도 아니고, 그것이 뭐 대단한 것인냥 호들갑을 떨던데, 그건 사실 예기치 못한 불행측에 들지도 못한다. 그러니 , 제발 호들갑 그만 떨어주셈. 뭐 이왕 떨고 싶으면 떨어도 되는데, 좀 재밌게 떨으라고. 듣는 사람 질리게 하지 말고. 고상한 척, 자신은 피해자인 척, 하지만 그저 아직 철들지 못한 아이가 고자질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글을 써 제끼면서 자신이 대단한 척 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시간 낭비지 싶다. 해서 시간 낭비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 왜냐면 이런 류의 글은 넘쳐 나는데 훨씬 더 매력적으로 써내는 작가들이 많으니 말이야. 훨씬 더 군더더기 없이 ...아침 방송만 봐도 넘쳐 나는데 불행한 결혼을 하는 사람이거늘, 이런 류의 고발은 이제 식상해도 너무 식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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