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리뷰오브북스 5호 - 창간 1주년 특집
주경철 외 지음, 서울리뷰오브북스 편집부 엮음 / 서울리뷰오브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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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판매대에서 우연히 발견한 전문서평지 서울리뷰오브북스.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디자인이 깔끔하고 예뻐서 시선이 갔다. 책 표지에는 사막으로 보이는 땅 위에 페이지의 결이 그대로 드러난 책이 비스듬히 세워져 있다. 특집 명이 빅 북(Big Books)’인 것을 보니 벽돌집을 대신한 벽돌 책인 듯하다. ‘리뷰 오브 북스라는 타이틀과 책을 전면에 내세운 표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여다보게 될 만한 디자인이었다. , 책 편식이 심하고 책 읽는 속도도 느린 나에게 표지에 적힌 , , 》 《21세기 자본》 《한국주택 유전자》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명은 아주 매력적이었다. 많은 책을 맛보기로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내가 읽은 책은 2022년 봄에 출간된 ‘5이고, 분기별로 책이 출간되니 올겨울은 ‘8가 되겠다. 서울리뷰오브북스는 전문서평지인 만큼 한 분야의 전공자가 자신의 분야와 관련된 책을 읽고 서평을 쓴다. 전공자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전공 지식으로 책 내용에 공감하기도 하고 의문점을 제기하기도 한다. 비전공자인 독자는 저자가 '~해야 한다'고 말하면 당연히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전공자가 콕 집어 '그건 아니지!' '그건 말만 그럴듯하지, 어떻게 실행해!' 하고 말하니 또 다른 시각으로 책을 볼 수 있게 된다. , 이런 게 서평이구나싶은 생각도 들면서 이게 서평이야 논문이야?’ 하는 당혹감도 있었다. 책 편식쟁이로서 지식이 전무한 분야가 많아, 이 서평지를 읽으며 그들만의 리그라는 느낌도 드문드문 들었다.

 

이번 호에서 특히 재미있었던 서평은 심채경 행성과학자가 쓴 화성에서 생명체 흔적 찾기로, 푸른 석양이 지는 별에서를 다룬 글이었다. 제목은 마치 소설 같지만 화성 탐사 역사를 개괄하는 책이라고 한다. 심채경 행성과학자는 책의 제목에 관한 이야기도 하는데, 원제인 ‘The Sirens of Mars’와 비슷한 제목인 ‘The Sirens of Titan’도 언급하며 적절한 제목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과학 서적을 소설처럼 표현해 흥미를 잡아끌려는 작전은 차치하더라도, 화성은 행성이지 별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전문가다운 서평이다.

 

서울리뷰오브북스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문학 서평이 없다는 것이다. 찾아보니 2022년 여름 6호에는 문학을 다루기도 한 듯한데, 최근에 출간된 시나 소설의 비중도 늘리면 좋을 듯하다. 실은 5호를 다 읽고 다음 호는 읽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거니와 흥미가 없는 분야는 읽는 둥 마는 둥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리뷰오브북스의 서평을 쓰기 위해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 우리나라 전문서평지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의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유대감이 느껴져 다음 호도 괜히 궁금해졌다. 나처럼 책 편식이 심한 사람 혹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읽는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잡지인 듯하다.

차분하고 꼼꼼하게 책을 읽고 따져보아야 한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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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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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교보문고에서 책을 구경하다 어느 추리소설을 번역한 역자의 짧은 감상을 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해 나가다 결말을 본 뒤, 놓친 암시와 복선을 깨닫고 다시 처음부터 번역을 검토했다는 이야기였다. 일반 독자라면 복선이나 암시 한두 개쯤 놓친들 문제없다. 그러나 번역가는 다르다. 작가가 숨겨놓은 메시지, 하고자 하는 말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번역가의 역할이다. 글을 쓴 작가가 아닌지라 완벽하게는 알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그 의도를 파악해 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책을 읽는 방법의 저자 히라노 게이치로는 슬로 리딩을 권유한다. 저자는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작가로, 작가가 되고 책 읽는 법이 많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 책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말한다. 직업상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미였던 작가는 속독을 동경해서 몇 번이나 마음먹고 도전해봤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나만 이렇게 읽는 속도가 느린 걸까?’ 하는 고민에 다른 작가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이 자신도 책을 느리게 읽는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저자는 많이 읽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니기에 독서를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속독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풍요롭게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슬로 리딩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조사와 조동사에 주의하기이다. ‘나는 사과를 좋아한다나는 사과를 좋아하기는 한다의 의미는 전혀 다르다. 이렇듯 조동사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놓쳐버리기 쉬운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두 번째는 사전 찾는 습관을 기를 것이다. 글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앞뒤 내용을 보며 짐작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안다고 자만했던 것이 미묘하게 다를 위험이 있다. , 작자의 의도 생각하기, 작자의 의도보다 흥미 깊은 내용을 찾아내며 읽는 풍요로운 오독 하기가 있다. 책에는 작가의 의도가 반드시 있으나, 작가는 어느 정도 독자의 자유로운 해석을 미리 상정하고 있다.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자유로운 오독을 즐긴다면 자신과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여 자기 생각을 더욱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 저자는 책 읽는 방법으로 자주 나오는 소리 내어 읽기’ ‘베껴 쓰기에는 부정적 견해를 보인다. 소리 내 읽다 보면 잘 읽는것에 의식을 집중한 나머지 내용에 대한 주의력이 산만해질 수 있고, 베껴 쓰기 역시 쓰는작업에 집중해 문장에 대한 이해는 깊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라는 의문 갖기, 앞 페이지로 돌아가서 확인하기, ‘깊게읽기, 밑줄과 표시하기 등이 있다.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제3부 슬로 리딩 실천편인데, 마치 국어 선생님이 수능 강의를 해주는 것처럼, 예문을 읽는 법을 가르쳐주고 그 속에 숨어 있는 내용을 쏙쏙 짚어낸다. 일본 소설뿐 아니라 카프카의 소설, 푸코의 철학서까지 다루고 있으니, 다른 책을 읽기 전에 , 이 책은 이런 식으로 읽어봐야겠다하고 슬쩍 보는 것도 좋겠다.


나도 저자처럼 책을 느리게 읽는 사람이다. 소설, 철학서, 과학서, 심지어 만화책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느릿느릿 읽는다. SNS한 달에 이만큼이나 읽었어요하고 올리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 나는 겨우 요만큼 봤는데, 저 사람은 눈떠서 잘 때까지 책만 보나?’ 생각하며 쌓여있는 책들을 안쓰럽게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방법을 읽고 내가 왜 책을 읽는지,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지 되새길 수 있었다. ‘적 독서가 아닌 적 독서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독서를 즐기는 비결은 무엇보다도 ‘속독 콤플렉스‘에서 해방되는 것이다! 책을 빨리 읽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책을 빨리 읽으려다보면 자연히 빨리 읽을 수 있는 얄팍한 내용의 책으로 손이 가기 마련이다. - P9

‘슬로 리딩‘이란 차이를 낳는 독서기술이다. 여기서 ‘차이‘란 속도나 양의 차이가 아니라 질의 차이를 말한다. - P9

쓰는 사람은 누구나 읽는 이들이 자신의 책을 슬로 리딩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글을 쓰는 것이다. - P23

칸트나 헤겔이 평생 동안 독파한 책의 권수가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의외로 적다고 해서, 그들을 무지하고 어리석은 인간이라 평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 P24

슬로 리딩으로 독서의 비법을 익히게 되면, 설령 속독이 필요한 경우라도 어떤 점을 주의해서 읽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오독을 줄이고 뜻하지 않은 실수를 예방할 수 있다. - P27

동사와 명사를 살리느냐 죽이느냐 하는 것은 조사와 조동사에 달려 있다. 조사와 조동사가 정확하지 않은 문장은 이음매가 엉성한 건물과 같아서, 아무리 건축자재(어휘)가 충실해도 외관상으로 보나 안정성이라는 관점으로 보나 큰 문제가 있다. - P55

문화는 전파과정에서 ‘오독력‘에 의해 풍부해지며, 이는 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이러한 풍요로움은 어디까지나 책의 입장에서 풍부하다는 것이다.
확실히 ‘오독력‘은 책의 가능성을 확대시켜준다. 그러나 ‘작자의 의도‘를 완전히 무시하고 언제나 ‘오독력‘에 의지해서 책을 읽는 사람은,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도 늘 독선적인 결론만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 그것은 독자로서의 가능성을 편협하게 하는 독서법이다. - P64

의문이 생기면 대충 넘어가지 말고, 혹은 일방적으로 책의 결함이라고 단정짓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그 구절에 귀를 기울여보자. - P65

하나의 작품은 여태까지의 문학이나 철학, 종교, 역사 등의 방대한 말의 축적에 의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책을 서둘러 ‘앞으로‘만 읽어나갈 것이 아니라, 보다 ‘깊게‘ 읽어야 한다고 발상을 전환할 수 있지 않을까?
작자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일까? 그리고 그 주장은 무엇을 근거로 하는 것일까? - P72

…작품의 주제를 현대로 끌어들여 비교해서 생각하는 것 역시 작품의 독해에 깊이를 제공할 것이다. - P110

예를 들어 등장인물이 대화 도중 차를 한 잔 마셨다는 등의, 이런 묘사가 왜 필요했을까 싶은 사소한 대목도 실은 긴장에서 오는 갈증을 나타내거나 한숨 돌릴 행간의 필요성을 암시하는 장치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 뒤에 이어지는 내용은 긴장감을 갖고 이야기해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 P110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단순이 교양이나 오락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겪을 수 있는 경험은 한정되어 있고, 더군다나 극한적인 상황을 경험하는 일은 더욱 드물 것이다. 소설을 그러한 우리의 인생에 예고 없이 침입하는 일종의 이물(異物)이다. 그것을 그냥 배제해버리고 말 것인지 아니면 잘 다듬어서 진짜와 같은 하나의 경험으로 만들 것인지는 독자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 - P135

같은 작가가 반복해서 다루는 테마를 작품마다 비교해가며 읽는 것도 슬로 리딩의 중요한 테크닉이다. - P144

…소설을 읽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작자의 의도를 찾아내는‘ 것은 확실히 의의 있는 일이지만, 반드시 그에 구속될 필요는 없다. 작자의 의도를 이해하고자 하는 방법과 자기 나름대로 해석을 시도하는 두 가지 방법을 항상 병행하며 책을 읽고, 작품에 따라서는 그 비중을 바꾸는 것이 아마 가장 무난한 전술일 것이다. - P149

독서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상을 과신하지 않는 태도이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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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 잘 팔리는 책들의 비밀
한승혜 지음 / 바틀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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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재주가 없다. 우리 오빠는 학창시절 글쓰기 대회를 나가 상을 받아오곤 했는데, 그런 오빠의 글을 읽으며 아, 나는 글을 정말 못 쓰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번역가가 되겠다는 꿈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 점이 줄곧 마음에 걸렸었다. 그러나 번역은 원문을 한국어로 옮겨 쓰는 것이니 언어 공부만 착실히 하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있었다! 바로 옮긴이의 말’. 번역이 된 책 가장 뒷부분에 옮긴이의 서평이 실리는 것이다. 그제서야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하는 가 고민을 시작했다. 늘 독후감 형식으로 느낌만 간단히 남겨왔었는데 서평이라니! 찾아보니 서평은 책을 읽게 된 배경 > 작가 소개 > 책 소개 > 추천 이유·대상순으로 쓰면 된다더라. 그래서 내 모든 서평은 이러한 순서를 걸친 형식적인 글이 됐다. 단조롭고 재미없는 내 글을 보며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읽어봐야 했다.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는 서평 쓰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은 아니다. 책을 읽어보고 싶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될지 몰라 베스트셀러만 뒤적거리는 사람들 그리고 베스트셀러는 진짜 책이 아니라며 베스트셀러를 읽는 독자를 비난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저자는 만일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베스트셀러를 읽는 독자가 아니라 베스트셀러여야 한다고 말하며, 베스트셀러를 직접 읽고 베스트셀러로서의 가치가 있는 책인지 아닌지 주관적 의견을 표한다. 시중에 나온 베스트셀러를 몇 권 접해본 사람이라면 목차에 있는 책 목록을 보고 , 나도 이 책 봤는데!’하며 펼쳐보게 될 것이다.


서울신문,오마이뉴스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는 한승혜 작가의 글은 이런 경력을 고스란히 드러내 듯 논리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하다. , 드라마, 영화를 통틀어 최근에 무언가를 이렇게 깔깔대며 본 적이 있던가? 미 비포 유서평은 정말... 어쩜 이렇게 유머러스하게 신데렐라로맨스 소설을 비평하는지. 서평을 쓰려다 보면 책을 냅다 비판하고 싶어도 작가의 노고나, 같은 책을 읽고 좋게 평가를 한 다른 독자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내뱉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럴땐 좋다말다 평가를 하지 않고 말을 줄이는 방법을 썼다. 그런데 저자가 쓴 신경쓰기의 기술서평은 신랄하기 그지 없었다. 비판을 하냐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근거로 비판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서평을 쓰는 이유는 예비 독자가 책을 고를 이유 혹은 고르지 않을 이유를 제공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쓴 서평의 놀라운 점은 결말을 다 스포하기도 하고, 뻔한 내용이라고 비난하기도 하는데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다. 바로 독자에게 선택권을 넘겨주는 서평인 것이다.


저자의 서평을 읽으며 나는 언제쯤 이런 서평을 쓸 수 있을까 하고 벌써부터 할 필요도 없는 걱정을 했다. 이에 답하듯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말한다. “누구나 처음에는 초보였다그게 어디 독서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 분야가 무엇이든 누구나 처음에는 초보인 것을. 서평, 독서법, 재미까지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인 사람, 잘 쓴 서평이란 무엇인가 궁금 한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런데 수많은 지식인 및 출판 관계자들은 베스트셀러를 아예 책으로도 취급하지 않는다. 베스트셀러를 구매하는 독자는 독자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어휴, 저런 책이나 읽다니, 이것 참 큰일이로다! 하고 통탄하고 끝날 뿐이다. 만약 정말로 어떤 책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 책이 어째서 문제인지, 무엇 때문에 그러한지를 설명해야 독자들도 납득할 것 아닌가. 덮어놓고 읽지 말라고 일갈하거나 베스트셀러 독자들을 싸잡아 무시하는 것은 오히려 기존의 인식, 책이란 신성하고 고상한 것이라는 인식을 부추길 뿐이며 고로 출판시장의 양극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행위가 될 뿐이다. - P19

결국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자신에게 무슨 책이 잘 맞는지, 자신의 취향이 어떤지를 파악하려면 많이 읽는 수밖에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 위주로,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말이다. 다만 조금 더 흥미를 넓힐 수 있는 방향으로 항상 문은 살짝 열어둔 채로. - P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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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 이상 작품선 한국현대문학전집 (현대문학) 17
이상 지음, 조영복 엮음 / 현대문학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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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일제강점기에 죽은, 천재라 불리는 소설가 이상. 현대문학전집 17에서는 이상의 소설과 수필을 다룬다. 이상은 독특한 언어 사용과 도전 정신으로 한국 모더니즘과 초현실주의에 기여를 한 인물로 일컬어진다. 이런 새로운 스타일은 초기 소설에서 두드러지는데, 세 문장으로 한 페이지를 꽉 채우는가 하면 마침표라는 것이 애초에 없는 것처럼 문장이 끝나도 마침표를 찍지 않기도 한다. 이상 작품선의 첫 번째 작품 지도의 암실한 구절을 보자.

 

원숭이와 절교한다 원숭이는 그를 흉내 내이고 그는 원숭이를 흉내 내이고 흉내가 흉내를 흉내 내이는 것을 흉내 내이는 것을 흉내 내이는 것을 흉내 내이는 것을 흉내 내인다 견디지 못한 바쁨이 있어 그는 원숭이를 보지 않았으나 이리로 와버렸으나 원숭이도 그를 아니 보며 저기 있어버렸을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지는 것과 같았다 원숭이 자네는 사람을 흉내 내이는 버릇을 타고난 것을 자꾸 사람에게도 그 모양대로 되라고 하는가 참지 못하여 그렇게 하면 자네는 또 하라고 참지 못해서 그대로 하면 자네는 또 하라고 그대로 하면 또 하라고 그대로 하면 또 하라고 그대로 하여도 그대로 하여도 하여도 또 하라고 하라고 그는 원숭이가 나에게 무엇이고 시키고 흉내 내이고 간에 이것이 고만이다 딱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는 원숭이가 진화하여 사람이 되었는 데 대하여 결고 믿고 싶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같은 에 호호바의 손에 된 것이라고도 믿고 싶지 않았으나 그의?

 

이것이 한 문장이다! 마침표란 찾아볼 수도 없을뿐더러, 옮겨적으며 흉내 내이는 것을을 본문과 같은 개수로 적은 건지 헷갈려 몇 번이고 되돌아갔다. 게다가 그의?’라는 끝맺음은 또 무엇인가! 책을 펼치자마자 이 작품과 조우했고 그때부터 머리가 핑핑 돌아서, 솔직히 말하자면 작품의 5%도 이해하지 못한 듯하다. 조선중앙일보에 이상의 연작시 오감도가 게재됐을 때 미친놈의 잠꼬대라며 독자들의 비난이 빗발쳤다고 하는데 이해가 안 가는 바도 아니다.

 

서평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서평, 유튜브 영상, 기사 등 이것저것 찾아봤지만 그래도 모르겠다. 현대문학 전집 중 가장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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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보듯 너를 본다 J.H Classic 2
나태주 지음 / 지혜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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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는 한국인이라면, 제목과 시인은 모르더라도 한 번쯤 접해봤을 시, 바로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다. 이 시를 처음 본 게 SNS였나...? 한창 짤막하고 직관적인 사랑 시들이 SNS 한 페이지를 장식하던 시기였던 듯싶다. 그때 나는 이 시를 쓴 시인이 젊은 사람일 것으로 생각했다. 단순하고 현대적인 문체 때문이었는지, 그저 SNS에서 봤기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나태주 시인이 45년생이며 등단 50주년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나태주 시인은 인터파크도서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시인은 젊은 사람을 자꾸 봐야”한다고. “내 마음속의 청춘과 아이 얘기를 하는 게 늙은 시인의 할 일”이라면서 말이다. 또, 시는 “너무 유식하게 유창하게 현학적으로 복잡하게 말하면 실패”라며 “시는 계층과 세대와 대상을 뛰어넘어야 해요. 더 좋은 시는 인류 전체에 적용이 돼요”라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나태주 시인의 팬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듯하다. 일본인 국적을 지닌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레이도 나태주 시인이 쓴 시를 좋아한다고 하니 시인의 말마따나 국가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이 독자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시, 인터넷 블로그나 SNS에서 많이 언급되는 시를 모아 낸 것이 2015년에 발간되어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자리에 있는 《꽃을 보듯 너를 보다》이다. 시집에 나오는 시들을 관통하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봄·꽃·사랑. 독사 서평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라는 감상이 많았는데, 사람들이 공감하는 사랑이란 봄처럼 포근하고 꽃처럼 향기로운 것인가 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따뜻하게 써 내려가니 시린 마음이 얼마나 많은 위로가 되겠는가.


다만 아쉬운 점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시들을 모아 놓다 보니 시들이 다 비슷비슷하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또, 직관적이고 단순한 시는 보편성을 띤다지만 큰 여운을 남기지는 않는 듯하다. 직관적인 사랑 시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우와 하며 감탄하기보다는 으... 하는 탄성이 새어 나왔고, 책장은 조금도 멈칫거리지 않고 휘리릭 넘어갔다.


아직도 시의 세계는 어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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