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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ㅣ 사이언스 클래식 4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12월
평점 :
나는 별과 달을 참 좋아한다. 너무 지친 하루 끝에 하늘에 떠 있는 달과 별을 올려다보면 왠지 모를 위안을 얻는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을 내고 있기 때문일까, 잠시 모습을 감추었을 때도 언젠가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리라는 평안한 믿음 때문일까. 하지만 단순히 바라보기를 좋아할 뿐 우주에 대한 지식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읽어보겠다고 결심하고 있었다. 바로 이 《코스모스》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1980년에 방영된 과학 다큐멘터리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정리하고 내용을 덧붙여 펴낸 것이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코스모스》이다. 이 책은 총 13장에 걸쳐 우주를 소개한다. 대우주로의 항해, 진화, 과학과 종교, 금성, 화성, 보이저 우주선의 탐험, 은하수, 블랙홀, 별의 일생, 우주의 시작과 종말, 보이저호에 실린 편지, 외계인, 지구의 미래.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우주만을 다루는 책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인간은 우주만을 주제로 이야기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우주는 지구를 품고, 지구는 사람을 품고, 사람은 꿈을 품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코스모스》에는 정말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과학, 종교, 역사. ‘세상은 왜 무가 아니고 유인가?’라는 질문을 내던지는 철학까지. 모든 분야를 다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다방면으로 지식이 많은 독자라면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책이다. 하지만 지식이 없으면 또 어떠랴, 이 《코스모스》가 다양한 분야로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도록 지지해 줄 것이다.
양장본과 보급판, 전자책 중 무엇을 사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양장본을 살 것을 권장한다. 벽돌책이라 들고 다니며 읽기는 힘들지만 이 아름다운 도판을 본다면 후회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번역을 공부하는 입장이라 번역가 언급을 안 할 수가 없겠다. 역자는 서울대 천문기상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교수로 31년간 재직했으며 한국 천문학회 회장, 소남천문학사연구소 소장 등 많은 직책을 맡았다. 이런 천문학자에게도 번역은 쉽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코스모스》는 천문학만 다루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자 역시 옮긴이 후기에서 “‘번역하기는 고문이다.’라는 명제를 재삼 확인”했다며 “《코스모스》의 번역은 맨발로 가시밭길 걷기”였다고 말한다. 전문서인 만큼 그럴 리야 없겠지만 ‘나에게 이와 비슷한 책이 온다면...?’이라는 상상을 하면 절로 몸서리가 쳐질 따름이다.
어부들 사이에 구전되는 전설에 따르면 헤이케의 사무라이들은 게가 되어 지금도 일본 내에 단노우라의 바닥을 헤매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곳에서 발견되는 게의 등딱지에는 기이한 무늬가 잡혀 있는데 그 무늬는 섬뜩하리만큼 사무라이의 얼굴을 빼어 닮았다. … 우연하게 이 게의 먼 조상 가운데 아주 희미하지만 인간의 얼굴과 유사한 형태의 등딱지를 가진 것이 나타났다고 가정해 보자. 어부들은 단노우라 해전 이전에도, 그렇게 생긴 게를 먹는다는 생각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이 게들을 다시 바다로 돌려보냄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진화의 바퀴를 특정 방향으로 돌렸던 것이다. … 이 과정을 우리는 인위 도태 혹은 인위 선택이라 부른다. - P53
성性은 대략 20억 년 전부터 생긴 듯하다. 그전에는 새로운 종의 출현이 무작위적 돌연변이의 축적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 P63
‘고려하다’는 뜻의 ‘consider’를 살펴보는 일도 유익할 것이다. 이 단어는 ‘행성과 함께’라는 뜻인데, 진지하게 생각할 때에는 반드시 행성을 함께 고려했어야 했나 보다. - P90
미지의 세계로 향하는 탐험의 정신과 낯선 사회와의 잦은 접촉은 자기만족의 타성을 송두리째 흔들어 사상가들로 하여금 사회 전반에 걸쳐 유효한 통념들을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동인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수천 년 동안 의심 없이 받아들여졌던 주장들조차 근본적인 오류가 있음이 지적되고 과감하게 수정됐다. - P235
여태껏 인류가 멋모르고 부렸던 우주에서의 특권 의식에 먹칠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우리는 코스모스를 제대로 이해해야만 한다. 자신의 위상과 위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주변을 개선할 수 있는 필수 전제이기 때문이다. - P314
무슨 일을 하든 심사숙고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리가 그 일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으며 거기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 P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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