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Medusa Collection 3
아이라 레빈 지음, 김효설 옮김 / 시작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어릴 적에 "공작왕"이라는 홍콩영화를 봤었다.
아직도 좋아하는 만화 공작왕에 비해 약간 허접한 기운이 없지 않아 있긴 해도
무척 재미있게 본 편이라 아직도 많은 장면이 떠오를 정도다.
악마와 지옥세계가 등장하는 점만으로도 내겐 충분히 매력적인데다
주인공이 퇴마의식 때 주문과 함께 손으로 인을 맺는 장면은
내 나이 즈음의 사람들에겐 한번씩은 따라해 봤음직한 일로 기억된다.

 
공작왕 2편에 보면 너무너무 이쁜 글로리아 입이 분한 아수라가 지옥으로 끌려간다.
여드름 투성이의 원표가 그를 쫓는데 문제는 지옥이 어디있는지부터 알아내야 했던 것!
아수라가 끌려간 지옥이란 나치 지배하의 독일이었다.

 
나치가 벌인 2차대전과 유태인/집시 말살정책은
유럽 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경악케 했으며 지금까지도 최악의 미치광이로 회자될 정도이다.
어린 시절 엄마 몰래 훔쳐보았던 "마루타"라는 소설책에서
한일전쟁시 일본인들이 사람에게 어디까지 잔혹한 만행을 저지를 수 있나를 엿볼 수 있었다.
나치가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곳곳에서 유태인과 집시들에게 벌인 참혹한 행위들은
인간의 상상력을 넘어설 정도였으며 아마 실상으론 더한 짓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때문인지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는 더욱 설득력이 있고 재미가 있으며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지구 어느 곳에서인가 지금도 일어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묘한 여운을 남긴다.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은 히틀러의 세포에서 복제되어 태어난 클론들이
히틀러와 같은 성장과정을 거치도록 하기 위한 환경조성의 일환으로
65세가 되어가는 양아버지들을 살해하는 나치 잔당들의 음모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로도 제작되어진 이 소설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결코 서두르는 법 없이 꼼꼼하면서도 긴박하게 전개되어 간다.
책 자체의 재미도 재미지만 실제 역사사건을 바탕으로 꾸며진 픽션인지라
독자로 하여금 긴 여운에 빠지게도 만든다.

 
소설이나 영화의 허구, 각종 홍보물이나 언론 플레이에 능한 글들에 낚이는 것은
짜증도 나고 불쾌감도 유발하지만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그 안에 포함된 얼마간의 진실마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처럼,
소설은 소설일 뿐 따라하지 말자!
......이건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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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
윌리엄 알렉산더 지음, 황정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진짜 괜찮다.
주저없이 집어들어 책장을 넘겨라.
다만 전철이나 공공도서관 열람실에선 보지 말도록.
신나게 웃다가 온갖 눈총과 손가락질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기분전환으로 재미난 책을 읽으려고 시작한 책인데
사실 큰 기대는 없었더랬다.
그치만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미친듯이 박장대소를 하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쪼그만 텃밭에서 토마토 조금 키워보던 저자는
200평방미터라는 땅에서 본격적인 원예를 시작하게 된다.
자연의 냄새, 흙냄새를 맡으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떨치고
사람들과의 어울림에서 오는 부담감 없이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영유하고
식탁에 자신은 물론 가족을 위한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올리려는 소박한 욕심에
각종 채소와 과일 등을 심기 시작한 일이 엄청 커져버렸다.

 
정원을 만드는 것부터 순탄치 않았다.
척박한 땅과 구조, 도와줄 인력의 고용, 정원 설계까지의 기다림,
기나긴 공사와 기다림, 날씨의 변덕 등에서 시작된 문제는
정원이 완성된 후에도 계속 되었다.
맘에 드는 품종을 고르고 키우게 되자 각종 균과 벌레들의 습격이 계속 되었고
갖은 노력과 좌절 끝에 매달린 열매는 사슴과 우드척과 다람쥐의 식량이 되어버린다.
꿈에 그리던 과일과 채소를 얻게 되자
수확과 보관, 저장의 어려움이 또 남게 되었다.
애초에 취미생활로 선택한 일이 주객이 전도되어
트레스가 가득한 엄청난 노가다가 되어가고
설상가상으로 허리 디스크가 생기고 가족들과 다툼도 일어난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채소밭과 과수원을 가꾸며 일어나는
갖가지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다양한 인상을 남긴다.
저자가 원예 생활을 하면서 보람된 순간이나 고생한 순간들까지도
너무 재미나게 묘사되어 있다.
그의 가족인 앤과 두 아이들인 자크, 케이티의 개성 강한 성격까지도
이 책이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내 주위엔 도시에서의 삶을 지겨워하고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너무 늦지 않은 나이에 일을 그만두고 시골에 가서
텃밭을 일구고 소일거리를 찾아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전형적인 도시여성이고 이 정신없는 삶을 너무 좋아해서
시골이라면 가끔 쉬러 가는 거 외엔 관심도 없지만
그들이 시골행을 실천에 옮기기 전에 슬며시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물론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들이 바라는 삶의 모습은 조금 다르겠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하지 않던가...
두 손에 꼬옥 쥐어 주어야겠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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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블루 - 기억으로 그린 미술관 스케치
김영숙 지음 / 애플북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기억으로 그린 미술관 스케치라는 부제가 애석하게도
미술관 이야기는 없고 그녀의 이야기만 가득하다.
예술, 특히 미술에 관심이 많아 뒤늦게 공부까지 시도한 그녀가
12,000원이란 책값을 매기며 사람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겨우 자기 신세한탄스런 속내털어놓기뿐인지...마냥 아쉽다.

 
제목처럼 책 전체에 푸르스름한 우울함이 가득하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참 힘겹게 살아가는 듯 하다.
다르게 보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다르게 볼 수 있고
그녀를 아끼는 그녀 주위의 사람들이 되려 불쌍하게 느껴진다.
마음을 닫아 걸고 난 원래 이런 사람이야~식의 삶을 사는 그녀에게
어떤 손길과 마음을 베푼다 한들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목소리로 적혀있는 글 하나하나는 결코 나쁘지 않다.
다만 이 책이 파리에 관한, 그곳의 유명한 미술관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그녀 자신의 수필집이나 에세이였다면 좀더 애정어린 눈으로 볼 수 있었을게다.

 
자기 스스로 우울거리를 찾아내고
직접 그 늪에 발을 담그고 있으며
굳이 헤어나올 생각도 없는 듯 하다.
본인은 아니라 할 지언정 어떤 의미에서 그녀는 즐기고 있는 듯 보이기까지 한다.
책을 덮고 난 후 우울의 바이러스가 전염된 듯 갑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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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선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출간되었을 때부터 한눈에 확 땡끼던 작품이다.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의 악의 기원 3부작 중 첫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의 악의 기원 어쩌구 하는 홍보문구와 이세욱이라는 번역가에 확실히 낚여 주셨다.
물론 낚인 만큼의 보람도 찾았다.

 
르베르디라는 연쇄살인범(아직 용의자지만)에게 깊은 호기심을 느끼는 마르크 뒤페라.
그는 어린 시절의 친구와 성년이 된 후의 연인이
각각 자살과 살인이라는 비극을 당한 순간을 목격한 충격으로
당시의 기억을 잃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기자 나부랭이다(본인의 표현대로라면)
그는 르베르디 사건을 접하면서 그를 통해 자신이 잊고 있는 과거,
친구과 연인을 죽음으로 이끈 인간의 내재된 어두운 욕망에 관한 비밀에 다가갈 수 있음을 직감한다.
마르크는 엘리자베트 브레멘이라는 가공의 인물을 만들고
친구인 뱅상의 스튜디오에서 훔쳐낸 모델 지망생의 사진을 이용하여
교도소에 갇힌 르베르디에게 접근하여 관심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한다.
이후 그와 편지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르베르디가 벌인 살인사건의 흔적들을 뒤쫓음으로써
진정한 "악"의 비밀에 다가간다.

 
이 책의 재미는
마르크가 르베르디가 벌인 잔인한 살인사건의 뒤를 쫓으며
하나하나 밝혀지는 비밀에 가까워지는 과정을 즐기는 데에 있다. 
이미 피로 점철된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살아왔으며
르베르디와 지능적인 게임을 벌이며 철두철미한 준비와 과감한 실행력을 보여주는 마르크이지만
점차 드러나는 비밀에 경악하고 두려워하는 모습은 조금 어색하긴 하다.
또한 소름끼치는 진실이라는 비밀은 의외로 대단하지도 두렵지도 않은 것이었다.
대부분의 스릴러나 추리소설에서 묘사하듯 밝혀지는 진실들이
그리 끔찍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적어도 내 기억엔 없다.
저급한 공포영화조차도 잘 보지 못 하는 심약한(?) 내가 이럴 정도면
대다수의 이들도 그리 느끼지 않을까 싶다.
다만 범죄가 일어나고 사건이 발생하는 배경이나 과정이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다고 하겠다.

 
작품 전반에 걸친 요사스러운 두려움이
책을 읽는 내내 두근두근하는 긴장감을 몰고 오며
2권이라는 책을 순식간에 읽어버리게 만든다.
아마 이는 작가가 그려낸 작품 그 자체의 매력이라기 보다는
번역가 이세욱님의 힘이 아닐런가 싶다.

 
결국 최종적으로 밝혀진 별 것 없는 르베르디의 비밀이나
마지막 반전이라고 해야하나 싶은 빤히 예상되던 결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재미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파리에서 살던 마르크가 르베르디의 지시에 따라 
동남아시아를 돌아다니며 그의 발자취를 쫓고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면서 
여러가지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나 
마르크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시절의 이야기 역시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다.
4일 연휴 중 마지막 하루반나절을 후딱 지나가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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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 전2권 세트
에쿠니 가오리.쓰지 히토나리 지음, 김난주.양억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다작을 하는 작가의 책이 괜시리 두려운 이유는
최근작일수록 필력이 떨어져감을 느끼며 안타까워 해야 하는 점에 있다.
물론 백이면 백 모두 좋은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과연 누가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책을 몇권 접해보고나서 드디어 베스트셀러인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게 되었다.
이건 2권이 세트로 되어 있는 책인지라 좋던 싫던 다 볼 수 밖엔 없다.
Rosso는 여자의 감성으로 쓰여진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고
Blu는 남자의 시선으로 바라 본 츠지 히토나리의 책이기 때문이다.
말다툼만 일어나도 쌍방의 얘기를 다 들어봐야 한다는데
하물며 몇년씩 곪아터진 사랑의 기억을 더듬는 데 있어
어찌 한쪽의 말만 듣는단 말이냐...식의 의미인가 보다.

 
이 책을 읽은 평가가
Rosso의 경우 무척 짜증나고 여자 캐릭터가 이해가 안 된다하며
Blu의 남자캐릭터가 훨씬 설득력이 있다 한다는데...
난 조금 다르다.
내 경우 Rosso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여주인공인 아오이의 캐릭터가 너무 와 닿았다.
그녀는 과거의 상처를 이겨내지 못 하고 가슴 속 한쪽 구석에 몰아넣은 뒤
그것을 외면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일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책을 보고 새 연인을 만나며
그녀의 닥친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 아닌, 글자 그대로 살아낸다.
Blu의 남자 캐릭터는 의외로 흔한 유형이 아닐까 싶다.
아니, 흔하다는 말로는 적합치 않다.
아마 대부분의 남자들이 첫사랑을 간직하듯이
이따끔 그녀를 떠올리고 다른 이에게서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며
궁금해하고 적당히 후회하며 불가능할 듯 보이지만 다시 한번 만날 날을 꿈꾼다.
결국 그들은 약속의 날 재회하지만
상처와 기억을 정면으로 마주한 그녀는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남자는 과거라 믿었던 그녀와 다시 한번 마주함으로써
이미 과거가 아닌 자신의 현실에 이른 그녀의 존재를 감지하고
남은 미래까지도 함께 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그녀의 뒤를 쫓는다.

 
내가 아오이의 삶과 태도를 이해할 수 있다고 느낀 것은
나와 같은 방식으로 상처와 위기를 받아들이는 방법때문이다.
위기가 닥쳐 왔을 때, 내 스스로가 상황을 바꿀 여력이 안 된다거나
상처가 너무 크게 남아 뒤탈이 크게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대로 손을 놓아버린다.
단념이나 포기 등 그 어떤 것도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임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펼쳐진 그 상황 그대로 두고 모른척 눈감아 버리고 아무일 없었던 듯 군다.
괜시리 건드려 일을 키우거나 다시 눈치채어 뭔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봐서
자신을 낮추고 숨을 고르며 조용히 살금살금 살아간다.
언제까지나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것은 알지만
그 순간의 나는 그 일을 결코 해결하거나 받아들일 수가 없다.
어른이 덜 되었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고 우유부단하다거나 현실도피라고 해도 방법이 없다.
최후의 방어선에서 마지막 사투를 벌이는 군인들처럼
나 자신을 보호할 마지막 껍데기인 것이다.

 
그런 그녀에겐 재회한 연인에게 다시 한번 손을 내밀만한 용기가 있을 턱이 없다.
마지막 순간으로부터 이만큼의 시간이 흘렀으며
무뎌진 상처는 더이상 그녀를 해칠만큼 날카롭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뿐이다.
왜 여자는 늘 수동적인 입장만 취하느냐는 말을 한다면 대꾸하기 곤란하지만
용기를 내어 다시 한번 그녀를 잡으러 가는 쥰세이가 조심스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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