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
윌리엄 알렉산더 지음, 황정하 옮김 / 바다출판사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진짜 괜찮다.
주저없이 집어들어 책장을 넘겨라.
다만 전철이나 공공도서관 열람실에선 보지 말도록.
신나게 웃다가 온갖 눈총과 손가락질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기분전환으로 재미난 책을 읽으려고 시작한 책인데
사실 큰 기대는 없었더랬다.
그치만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미친듯이 박장대소를 하게 되는 나를 발견했다.
쪼그만 텃밭에서 토마토 조금 키워보던 저자는
200평방미터라는 땅에서 본격적인 원예를 시작하게 된다.
자연의 냄새, 흙냄새를 맡으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떨치고
사람들과의 어울림에서 오는 부담감 없이 자신만의 취미생활을 영유하고
식탁에 자신은 물론 가족을 위한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올리려는 소박한 욕심에
각종 채소와 과일 등을 심기 시작한 일이 엄청 커져버렸다.
정원을 만드는 것부터 순탄치 않았다.
척박한 땅과 구조, 도와줄 인력의 고용, 정원 설계까지의 기다림,
기나긴 공사와 기다림, 날씨의 변덕 등에서 시작된 문제는
정원이 완성된 후에도 계속 되었다.
맘에 드는 품종을 고르고 키우게 되자 각종 균과 벌레들의 습격이 계속 되었고
갖은 노력과 좌절 끝에 매달린 열매는 사슴과 우드척과 다람쥐의 식량이 되어버린다.
꿈에 그리던 과일과 채소를 얻게 되자
수확과 보관, 저장의 어려움이 또 남게 되었다.
애초에 취미생활로 선택한 일이 주객이 전도되어
트레스가 가득한 엄청난 노가다가 되어가고
설상가상으로 허리 디스크가 생기고 가족들과 다툼도 일어난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채소밭과 과수원을 가꾸며 일어나는
갖가지 에피소드는 우리에게 다양한 인상을 남긴다.
저자가 원예 생활을 하면서 보람된 순간이나 고생한 순간들까지도
너무 재미나게 묘사되어 있다.
그의 가족인 앤과 두 아이들인 자크, 케이티의 개성 강한 성격까지도
이 책이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 요인이라 할 수 있겠다.
내 주위엔 도시에서의 삶을 지겨워하고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너무 늦지 않은 나이에 일을 그만두고 시골에 가서
텃밭을 일구고 소일거리를 찾아 자신을 위한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나는 전형적인 도시여성이고 이 정신없는 삶을 너무 좋아해서
시골이라면 가끔 쉬러 가는 거 외엔 관심도 없지만
그들이 시골행을 실천에 옮기기 전에 슬며시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물론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그들이 바라는 삶의 모습은 조금 다르겠지만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하지 않던가...
두 손에 꼬옥 쥐어 주어야겠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