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의 지붕
마보드 세라지 지음, 민승남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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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파샤는 책읽는 걸 좋아하는 섬세한 17살 소년이다.

결코 나역하거나 비실대는 그런 류의 책벌레 소년이 아니라

문학적, 정서적 감성이 풍부한 아름다운 소년이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함께한 절친 아메드와

무더운 여름밤, 지붕위에서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많은 대화를 나누고 사색에 잠기기도 하는 멋진 소년이다.

그에겐 멘토이자 친구인 "닥터"라는 같은 마을 선배가 있다.

그는 12살때부터 장애자인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똑똑하고 영리한, 파샤의 정신적 지주이다.

그는 독재정권 하의 이란의 사회에 대한 불만과 혁명정신이 가득차 있는 청년으로

파샤가 마음 졸이며 몰래 짝사랑하는 "자리"의 약혼자이기도 하다.

 

아메드와 파샤에겐 여러가지 장애물이 있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다가갈 수 없는 관습의 벽과

부모님과 주위사람들이 그들에게 바라는 기대,

독재정권하의 업악된 사회 분위기와 교육환경 등.

아직 17세인 그들에게 현실은 암담하지만

그 안에서 싹트는 우정과 사랑은 무엇보다 찬란하도록 아름답다.

비록 비열한 정치세력의 희생량으로 전락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책표지에 쓰여있듯이

아름다운 17세 소년의 사랑와 우정이야기이긴 하지만

흔하디 흔한 성장기 소설류는 아니라고 하고 싶다.

팔레비 왕조의 억압으로 인해 혁명의분위기가 물씬 묻어나는

이란의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문학의 아름다움, 진보적인 사상과 인물에 관한 동경,

신에 대한 고결한 믿음, 오랜세월 내려온 전통과 관습의 무게가

그들의 청소년기에 적절히 어우려져 입에 착 붙는 감칠맛을 느끼게 한다.

 

그들의 행복과 아픔, 기쁨과 고통은

순수한 시기에 겪었기에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2AM 노래 가사에 "어려도 아픈 건 똑같아~ "라는 구절이 있다.

파샤와 아메드는 결코 세상을 잘 모르는 소년들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나이가 아픔을 덜 하게 해 주진 않았다.

파샤와 아메드가 지붕위에서 별을 바라보며 나누던 많은 이야기들이

마치 내가 동경하던 소녀시절의 기억처럼

내 것인양 푸근하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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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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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감탄이...감탄이...

아, 나의 어휘가 빈약함을 또다시 느끼는 순간이다.

마이클 코넬리라는 작가에 대한 칭송을 너무나 많이 들어서

당췌 어느정도기에 이런다냐... 싶었었는데...

진즉 알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마이클 코넬리 시인 3부작 중 1권이다.

일단 3부씩이나 됐다는 건 범인을 계속 놓쳤던지,

모방범죄가 저질러졌다는 가정하에 3권씩이나 있는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잘 쓰여진 책은 계속 나와도 좋다 ㅋㅋㅋ

물론 뒷권들도 좋다는 전제 하에!

그치만 이젠 믿쑵니다~ 뒷권들도 무지 재밌으리라는 기대 만빵입니다.

 

사건을 쫓는 자는 기자, 존 맥커보이다.

그는 물론 경찰출입기자이긴 하지만

이번 사건에 뛰어든 것은 그의 형인 션 맥커보이가 시체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자살이라 결론지어졌지만 그에겐 뭔가 석연치 않은 것이 있다.

형의 죽음을 쫓던 중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닌 연쇄살인의 징후를 발견하게 되고

사건은 점차 커져만 간다.

 

경찰이 제일 싫어라 하는 종족인 기자가 사건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

묘하게 재미를 준다.

무능했던 경찰들과 이상한 권위의식을 지닌 FBI를 깔아뭉개주는

존의 능력과 언변이 독자에게 큰 공감을 이끌어낸다.

경찰 조직망과 FBI가 범인에 관한 자료를 조사하고 추적하는 과정 자체 역시

지루하지 않게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이 자체로서도 읽는 재미를 주고 있다.

또한 범죄자들이 잔혹한 범행을 저지르는 이유에 관해 결코 밝혀낼 수 없다며

그들을 달나라에서 온 자들로 묘사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고개를 끄덕일만큼 납득이 간다.

그들이 그런식으로 살아가는 원인은 애초에 그들이 온 달나라에 존재한다는 FBI의 표현은

분명한 원인을 밝혀 내어 차후 이런 범죄가 재발하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존과 션, 그들의 누이, 션의 와이프,

동료 기자, 존의 신문사 부장, FBI의 고든, 레이철 등

등장 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분명하고

어린 시절의 아픔을 하나씩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인"의 뒤를 쫓고 있는 모습은 아련하기까지 하다.

 

어설프게 얘기를 늘어놓다가

작품을 직접 읽는 재미를 반감시킬까 조심스럽다.

하나만 말한다면, 마이클 코넬리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앞으로 아무 거리낌없이 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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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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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기리노 나쓰오의 책에는

비슷한 유형의 여자들이 종종 등장한다.

어딘가 소심하고 자신을 아낄 줄 모르며

내면의 속삭임을 외면하고 타인과 부딪히는 일은 최대한 피하려고 하는 그런 여자...

주위사람들이 자신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바에 맞추어 살아가다

예상치 못한 일을 계기로 뒤늦게 정신적으로 방황하는 여자...

기리노 나쓰오는 그런 여자들의 심경과 정신적 변화들을

정말 섬세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도록 묘사한다.

 

59세인(맞나?) 가정주부 도시코는 남편의 급작스러운 죽음이후로

여지껏 느껴보지 못한 혼란을 겪게 된다.

오랜세월 연락을 끊고 살다가 갑자기 찾아와 유산문제를 꺼내는 아들과

10여년을 남편과 깊은 관계를 가졌던 여성의 등장까지...

남편과 가정이라는 울타리안에서

특별한 위기감이나 긴장감없이 하루하루 살아가던 도시코에게

돈 문제, 아들과 딸의 냉정한 태도, 남편의 내연녀, 삐걱거리는 오랜 친구들에 이르기까지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연이러 터진다.

남편의 죽음조차 너무 갑작스러워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데에 시간이 걸릴 법한데

주위 상황들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는다.

 

혼자만의 생활을 즐긴다고 하는 사람들조차도

실상은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 얽혀 살아가고 있다.

예기치 않은 순간에 내가 먼저 나선 것도 아닌데

이어져있던 실이 끊어진다면 그건 누구나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그 사람이 가까운 사람이거나 내게 꼭 필요한 사람일 경우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며 그 충격의 후폭풍은 거셀 것이다.

 

도시코는 여러가지 상황을 겪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조금씩 자신을 감싸고 있던 벽을 허물게 된다.

마침내 그녀는 혼자가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외로움과 고독과의 관계에 눈뜨게 된다.

 

내 어머니, 내 친구, 나 자신이 언젠가 겪게 될 그런 모습이

기리노 나쓰오에 의해 잔잔히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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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맥주 견문록 - 비어 헌터 이기중의
이기중 지음 / 즐거운상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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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많이 안 좋아 이번엔 제대로 먹어야지 다짐하고

거금들여가며 지은 한약 먹는 동안 이 책을 읽었다.

만약 멀쩡하고 거리낄 것 없는 조건 아래서 보았다가는

낮이건 밤이건, 평일이건 주말이건 아무 것도 신경 안쓰고

냉장고에 쟁여둔 맥주들을 양껏 들이켰을테니 말이다.

한약의 힘이 컸던 거일까...아님 때맞춰 계속 내리는 비와

퇴근무렵과 주말만 되면 급 시원해다 못해 밤 되면 추운 것 같은 날씨 덕일까...

아무튼 난 자제에 성공했다.

 

뭐, 이 책이 맥주를 부르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내가 자제력이 그리 뛰어난 것도 아니고.

핑계김에 마신다고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못 마실 이유 무에 있겠냐마는

이 책은 단지 맥주를 혹하게 하는 미끼 노릇을 하기 이전에

맥주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늘어놓는다.

영국, 잉글랜드,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빠진 곳 있나...)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맥주 문화와 다양한 종류 등에 대해 친절히 설명하고 있다.

내가 굳이 친절한 설명이라고 하는 것은

걍 술은 즐기면 되지, 어떤 종류인지, 어떤 공법인지, 어떤 유래가 있는지 알게 뭐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레 겁먹을만큼 난해하거나 복잡하게 쓰여있지 않아서이다.

 

걍 내가 즐겨마시고 좋아라하는 맥주가 원래 어느 나라 것이며

어떤 종류인지 정도만 알아도 성공했다고 본다.

주도를 알고 술을 즐기는 자라면 이 정돈 센쑤로 알아두고 마시자...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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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의 부엌에서 글쓰기
차유진 지음.그림.사진 / 모요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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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이야기가 함께 하는 책들은 꽤 많다.

건강한 삶과 몸에 좋은 음식에 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져서 일까...

 

음식에 관한 에피소드를 엮은 책들도 있고

음식 레시피를 소개하는 글들도 있으며

음식을 주제로 하는 짧은 단편들도 많다.

다만 음식이라는 매개체의 특성상, 글은 쉬이 과장되기 쉽고

언제 어떻게 먹었다~ 에서 그치는 아쉬운 내용이 꽤 많아서

마음에 드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전에 타사 튜더 할머니의 책을 한번 본 적이 있는데

그 할머니의 음식과 삶처럼 소박하고 군더더기가 없어서인지

많은 인기를 누렸었던 걸 기억하고 있다.

 

인상 깊게 읽었던 책들에 등장한 갖가지 요리와 음식에 관한 글귀를 소개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나즈막히 읊조린다.

그녀의 글은 그녀가 자신이 만든 음식에 바라는 것처럼

소박하고 따뜻하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는 듯하다.

그녀가 읽은 책(여기에 등장하는)이나 여행이야기 등을 듣다보면

거기에 등장하는 음식과 요리들에 대한 자연스러운 연결지음에 쉽게 빠져들 수 있으며

나도 그랬지...하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페이지도 발견할 수 있다.

 

타사 튜더와 헬렌 니어링의 요리를 닮고 싶어하는 그녀의 마음처럼

그녀의 글 역시 날것(?) 그대로를 유지하려 애쓰며

화려하고 자극적인 향신료나 조미료도 첨가하지 않고

일상의 소소함이 묻어나는 따뜻한 맛이 느껴진다.

이거 정말 최고다~ 라는 느낌보다

음~ 역시 이 맛이야... 라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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