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눈
미야베 미유키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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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이런 괜찮은 책을 봤나...
미스터리 대가들의 단편모음집이다.
"50"이란 숫자를 테마로 한 단편들이 9편씩이나 들어있다.
 
각 단편이 시작될 때마다
간략한 작가 소개가 있다.
그것만 대충 살펴보아도 얼마나 대단한 작가군단들을
한곳에 모아놨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각 작가의 특성이랄까, 개성이랄까
이런 것들도 잘 파악되고, 묘하게 비교도 된다는...
즐거움이 뽀너스로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것은
역시 미야베 미유키님의 [도박 눈]과 [눈과 금혼식], [50층에서 기다려라], [하늘에서 온 고양이]였다.
[도박 눈]은 미미여사의 매력이 한껏 뿜어져 나온 에도시대 괴담이야기이다.
[하늘에서 온 고양이]의 경우 살을 좀 붙이고 수사과정을 차근히 진행했다면
장편으로 나왔어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싶은 작품이었다.
 
어린시절(요즘에도 구할 수는 있다고 하더라만) 받았던 과자종합선물세트가 생각이 났다.
그 안에는 내가 좋아하는 과자, 난 별로지만 부모님이 좋아하는 과자 등
다양한 품목이 있어서 굉장히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이 책도 그런 류가 아닌가 싶다.
내 취향이 아닌 작품도 있지만
그거야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니 별도로 하고...
대가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대단한 기획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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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스티븐 갤러웨이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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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은 그녀의 일부가 되었다. 선율은 그녀에게, 모든 일이 정확히
그녀가 아는 그대로 일어났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슬픔도 분노도 고귀한 행동도 그 일을 다시 되돌릴 순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걸 막을 수는 있었다. 가능한 일이었다.
언덕 위의 저들은 살인자가 될 필요가 없었다. 도시 안의 그들도
자신들을 공격하는 자들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릴 필요가 없었다.
그녀도 증오심에 가득찰 필요가 없었다. 음악은 그녀가 이것을 기억하기를 요구했고,
또 세상에 아직 선한 것들이 들어올 자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그녀가
확실히 깨닫기를 요구했다. 선율이 그 증거였다.]
 
전쟁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게 만들며
내가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간과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아야 할 일들에 대한 경계를
생존의 문제와 함께 모호하게 만든다.
내가 누리던 작은 사치들이 삶을 버겁게 만들고
당연히 존재하리라 여겼던 모든 것들이 내일의 희망을 앗아간다.
그러나 잊고 싶고 또한 잊혀지기 쉬운 때인 만큼
모두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하나일지도 모른다.
폭격으로 인해 빵을 받으러 나왔다가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
첼리스트가 다음날부터 연주하는 아다지오 G장조는
전쟁의 대의명분이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아름다운 터전을 더럽힌 자들에게 항의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렇게 허망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
아파하고 아파하는 그럼 마음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는
인간다움이라는 근본에 관한 호소가 아닐까...
전쟁이 주는 아픔과 추악함에 관한 호소가
굳이 총알과 포탄이 난무하고 진흙과 피가 튀어야만
사람들의 맘에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이토록 조용하게, 잔잔하게, 그리 다가갈 수도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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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엄마 찬양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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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이라 하면 대부분 난해하고 깝깝~한 작품들이 대부분인지라
몇몇의 작품 말고는 좋다~ 라고 느낄만한 것이 없었다.
물론 내가 무식한 탓이겠지만...
위대한 작품일수록 많은 대중들에게 널리, 쉬이 읽히고 사랑받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아주 적절하다 할 수 있겠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라서 요새 아주 책이 쏟아져 나온다.
여러 곳에서 본 리뷰가 책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없애주었기 때문에
선뜻 집어들어 읽을 수 있었다.
 
리고베르토는 루크레시아와 재혼하여 달콤한 신혼을 몇개월째 즐기고 있다.
그들은 서로에게 한껏 빠져들어 있으며 그 열정이 영원할 듯 싶다.
야하다기보다는 원초적인 그들의 성생활이 꽤나 직설적으로 묘사되기에
공공장소에서 책을 보기엔 조금 민망할 수 있다.
특히 사람 많은 전철 같은 곳에서 보다가 뒷사람이 슬쩍 보게 될 경우
괜시리 무안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할 듯...
그러나 고대 신화와 그림들과 연관지어 그들의 생활을 묘사하기 때문에
천박하게 보이는 그런 야함이 아닌 관능적이고 에로틱한 분위기가 물씬 풍겨져 나온다.
리고베르토와 루크레시아의 사랑 놀음만으로 작품이 끝나지 않으니 걱정마시길...
알폰소(폰치토)라는 이름의 천사같은 외모를 가진 전처의 자식이 등장하여
새로운 위기감을 조성하기에 이른다.
 
그의 다른 작품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등은
[새엄마 찬양]과 비슷한 류의 작품인 반면에
[세상 종말 전쟁] 등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라 하니
작가와 그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다.
새롭게 옷을 바꿔 입고 재출간된 작품들이 쏟아지니 한번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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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섬 미도리의 책장 2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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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라고 하기엔 부족하고
로맨스라고 하기엔 유혈이 낭자하다.
딱히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분위기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꽤나 싸~아 하다.
서늘한 분위기라고나 할까...
본 작품을 읽고 남은 것은...

 
1. 불륜은 항상 끝이 안 좋다.
2. 이상한 멤버(손님과 함께하는 직원여행같은...)들과 여행가지 마라.
3. 여행지가 무인도라면 더더욱 가지 마라.(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알려주는 교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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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인문학 서재
크리스토퍼 베하 지음, 이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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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총장 엘리엇이
초년에 교육받을 기회가 없었던 미국인들을 위해
고등교육졸업자 수준에 맞는 교양을 쌓게 해 준다는 목표를 가지고 엄선한
하버드 클래식 전집, 이른바 5피트 책꽂이를
작가가 1년동안 읽어낸 기록이다.
리뷰가 아니라 '기록'이라 한 것은
크리스토퍼 베하가 각 책들의 줄거리나 메세지, 감상 등을 적어내려가지 않고
이 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힌트가 될 법한
작가들과 작품의 비교(특히 인문학 문외한들에게 적합한)랄까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어떻게 접근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지에 대한
자세에 대해 알려주기 때문이다.
서점에 많이 깔려있는 인문학 서적들처럼
고매하고 도도하게 굴지 않고
애초의 목적처럼 교육받지 못한(나처럼 이 분야에 무지몽매하고 다가가기 두려워하는) 자들을 위해
적절히 소개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그다지 어렵고 지루한 느낌 없이 읽어낼 수 있다.
또한 책 중간중간 들어있는 삽화들(곳곳의 장소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이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동일시하기에 참 적절하게 느껴진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도중에 벤저민 프랭클린이 내 옆에서 함께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부르도록 먹지 마라. 취하도록 마시지마라."
나는 대답했다. "닥쳐요, 벤."]
 
[책 읽기에 몰두하다 보면 에머슨의 충고는 새롭게 다가온다.
"각 세대는 자신만의 책을 써야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각 세대는 다가오는 다음 세대를 위해 써야 한다."
옛날 책들이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세월이 흘러 그 책들이
'고전'이 되자 그걸 너무나 존중한 나머지 우리는 그 책의 본성을 알려 하지 않는다.
"온순한 젊은이들은 키케로,로크,베이컨의 견해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자신들의 의무라 믿고, 키케로,로크,베이컨이 서재에서 그 책들을 썼을 때
고작 젊은이였다는 사실은 잊어버린 채 서재에서 성장한다."]
 
[하버드 클래식은 연대순으로 편찬되어 있지 않다. 사실은 순서가 아예 없다.
여기에는 장점이 있다. 방대한 시대에 걸친 작품을 읽으면서 가끔식 이후
작품부터 읽다 보면, 인간의 경험과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음을 선명히 알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인은 '믿음'의 힘과 '문화'의 힘으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100년 전 미국 사회에서 종교가 문화 자체와 일치한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찰스 엘리엇과 동시대인들은 이를 당연히 여겼을 것이다. 그들은 문화를
도덕 발전의 도구로 생각했고, 종교는 이런 교화의 핵심 요소라고 믿었다.] 

[현대인은 예전과 달리 서로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자신을 알릴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하버드 클래식 전집을 읽다 보면 문화란 형질의 집합이나 지식의 축적이라기보다는
내면의 발전이라는 엘리엇의 생각에 더욱더 공감하게 되었다. 플라톤에서 에머슨까지 전집에서
가장 빼어난 저자들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한 게 아니라 앎에 다가가는 특별한
접근 방식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책은 인생이 아니다. 어떤 작품에서 형식과 절제를 만족스럽게 찾아볼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분명 작품들 안에 세상이 부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중세 초기에 클라시쿠스란 말이 변화하여 인간이 심리적 위기에 닥쳤을 때,
정신적 힘을 부여해주는 책이나 예술작품을 일컬어 '클래식'이라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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