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스티븐 갤러웨이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선율은 그녀의 일부가 되었다. 선율은 그녀에게, 모든 일이 정확히
그녀가 아는 그대로 일어났고,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슬픔도 분노도 고귀한 행동도 그 일을 다시 되돌릴 순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 모든 걸 막을 수는 있었다. 가능한 일이었다.
언덕 위의 저들은 살인자가 될 필요가 없었다. 도시 안의 그들도
자신들을 공격하는 자들과 싸우기 위해 스스로의 가치를 떨어뜨릴 필요가 없었다.
그녀도 증오심에 가득찰 필요가 없었다. 음악은 그녀가 이것을 기억하기를 요구했고,
또 세상에 아직 선한 것들이 들어올 자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그녀가
확실히 깨닫기를 요구했다. 선율이 그 증거였다.]
 
전쟁은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알 수 없게 만들며
내가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간과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아야 할 일들에 대한 경계를
생존의 문제와 함께 모호하게 만든다.
내가 누리던 작은 사치들이 삶을 버겁게 만들고
당연히 존재하리라 여겼던 모든 것들이 내일의 희망을 앗아간다.
그러나 잊고 싶고 또한 잊혀지기 쉬운 때인 만큼
모두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하나일지도 모른다.
폭격으로 인해 빵을 받으러 나왔다가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
첼리스트가 다음날부터 연주하는 아다지오 G장조는
전쟁의 대의명분이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아름다운 터전을 더럽힌 자들에게 항의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렇게 허망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
아파하고 아파하는 그럼 마음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는
인간다움이라는 근본에 관한 호소가 아닐까...
전쟁이 주는 아픔과 추악함에 관한 호소가
굳이 총알과 포탄이 난무하고 진흙과 피가 튀어야만
사람들의 맘에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이토록 조용하게, 잔잔하게, 그리 다가갈 수도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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