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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인문학 서재
크리스토퍼 베하 지음, 이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평점 :
하버드 총장 엘리엇이
초년에 교육받을 기회가 없었던 미국인들을 위해
고등교육졸업자 수준에 맞는 교양을 쌓게 해 준다는 목표를 가지고 엄선한
하버드 클래식 전집, 이른바 5피트 책꽂이를
작가가 1년동안 읽어낸 기록이다.
리뷰가 아니라 '기록'이라 한 것은
크리스토퍼 베하가 각 책들의 줄거리나 메세지, 감상 등을 적어내려가지 않고
이 책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힌트가 될 법한
작가들과 작품의 비교(특히 인문학 문외한들에게 적합한)랄까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어떻게 접근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지에 대한
자세에 대해 알려주기 때문이다.
서점에 많이 깔려있는 인문학 서적들처럼
고매하고 도도하게 굴지 않고
애초의 목적처럼 교육받지 못한(나처럼 이 분야에 무지몽매하고 다가가기 두려워하는) 자들을 위해
적절히 소개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그다지 어렵고 지루한 느낌 없이 읽어낼 수 있다.
또한 책 중간중간 들어있는 삽화들(곳곳의 장소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이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동일시하기에 참 적절하게 느껴진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도중에 벤저민 프랭클린이 내 옆에서 함께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부르도록 먹지 마라. 취하도록 마시지마라."
나는 대답했다. "닥쳐요, 벤."]
[책 읽기에 몰두하다 보면 에머슨의 충고는 새롭게 다가온다.
"각 세대는 자신만의 책을 써야 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각 세대는 다가오는 다음 세대를 위해 써야 한다."
옛날 책들이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세월이 흘러 그 책들이
'고전'이 되자 그걸 너무나 존중한 나머지 우리는 그 책의 본성을 알려 하지 않는다.
"온순한 젊은이들은 키케로,로크,베이컨의 견해를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자신들의 의무라 믿고, 키케로,로크,베이컨이 서재에서 그 책들을 썼을 때
고작 젊은이였다는 사실은 잊어버린 채 서재에서 성장한다."]
[하버드 클래식은 연대순으로 편찬되어 있지 않다. 사실은 순서가 아예 없다.
여기에는 장점이 있다. 방대한 시대에 걸친 작품을 읽으면서 가끔식 이후
작품부터 읽다 보면, 인간의 경험과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았음을 선명히 알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인은 '믿음'의 힘과 '문화'의 힘으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100년 전 미국 사회에서 종교가 문화 자체와 일치한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찰스 엘리엇과 동시대인들은 이를 당연히 여겼을 것이다. 그들은 문화를
도덕 발전의 도구로 생각했고, 종교는 이런 교화의 핵심 요소라고 믿었다.]
[현대인은 예전과 달리 서로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자신을 알릴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하버드 클래식 전집을 읽다 보면 문화란 형질의 집합이나 지식의 축적이라기보다는
내면의 발전이라는 엘리엇의 생각에 더욱더 공감하게 되었다. 플라톤에서 에머슨까지 전집에서
가장 빼어난 저자들은 단순히 사실을 전달한 게 아니라 앎에 다가가는 특별한
접근 방식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책은 인생이 아니다. 어떤 작품에서 형식과 절제를 만족스럽게 찾아볼 수 있다면,
그 이유는 분명 작품들 안에 세상이 부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중세 초기에 클라시쿠스란 말이 변화하여 인간이 심리적 위기에 닥쳤을 때,
정신적 힘을 부여해주는 책이나 예술작품을 일컬어 '클래식'이라 부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