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프라하의 소녀시대 ㅣ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평점 :
[알라딘 책소개 중 발췌
일본의 동시통역사 요네하라 마리가 이데올로기에 휩쓸린 소녀들을 통해 그린 동유럽 현대사. 1960년대 초, 프라하에서 보낸 유년시절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논픽션이다. 프라하 소비에트 학교에서 5년을 함께 한 세 친구와의 만남, 그리고 이별, 재회를 기록했다.
1960년, 당시 열 살이던 지은이는 공산당 이론 정보지의 편집위원으로 부임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 프라하로 건너가 5년간 머무른다. 1980년대 후반 이후, 동구 공산주의 정권의 몰락과 베를린 벽이 붕괴된다. 러시아어 동시통역사가 된 마리는 소련의 붕괴를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다. 그리고 1995년 11월, 프라하의 옛친구들인 그리스인 리차, 루마니아인 아냐, 유고슬라비아인 야스나를 찾아 나선다. ]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을 해외에서 보낸 사람들을 무척 부러워한다. 다양한 문화와 언어, 사회, 사람들을 책이나 영화, 뉴스나 풍문으로가 아닌 생활로 접하면서 성장한 아이들은 뭔가 달라도 다른 것 같다. 물론 그네들이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외국어가 탐 나서 관심을 갖게 되었지만 알면알수록 그네들은 나를 비롯한 한국땅에서 자고 나란 이들과 뭔가 달라보였다. 유년기인지 청소년기인지는 각자 달라도 다른 문화와 언어권에 살았던 그들은 조금은 더 열린 마인드와 다양한 사고방식, 색다른 체험과 기억으로 인해 한 곳에서 나고 자란 이들보다는 대게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 훨씬 크고 넓었다. 내게는 뉴스 시간에 외신이라는 이름으로 잠깐 등장하거나 저 멀리 바다건너 어디서 벌어지는 사건사고 소식들이 그 땅에서 자란 경험을 가진 이들에겐 국내 뉴스만큼이나 남일이 아니었다. 내가 짧게 배운 세계사가 걔들에겐 또다른 국사가 될 수 있었고 내가 책이나 영화로만 접했던 공간들이 그들에겐 삶의 기억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들이 무척 부러웠다. 세계는 하나,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등 각종 슬로건으로 그럴싸하게 묘사해도, 아무리 해외여행이 편해지고 자주 들락거려도, 관광지가 아닌 주거지로 살아본 기억이나 경험과 비교할 수는 없다. 살아갈수록 좁고 편협한 나의 머리와 마음을 깨닫게 될수록 이 감정은 더욱 커져만 갈 뿐 결코 줄어들지는 않더라.
그런 점에서 요네하라 마리는 내겐 충분히 부러운 존재이다. 어린 시절에 격변의 시기를 겪으며 이런저럼 아픔과 상처도 컸고 여러모로 힘들고 어려운 시기도 존재했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그만큼 성장하고 성공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미국이나 서유럽쯔음은 되어야 그나마 주워들은 것도 많고 친근감, 호감도도 상승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동유럽에서 국제학교를 다니며 역사의 현장 속에 살았던 것이나 부유한 대지주의 아들로 살 수 있었지만 혁명의 길로 뛰어든 아버지를 어린 시절에도 충분히 이해하며 존경한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결코 쉬이 접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니 말이다. 내 부족한 언어로 그녀의 어떤 점을 높게 치는지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단지 외국생활을 했다는 것을 부러워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지만 그 역시 여의치가 않아 책 속의 문장을 하나 이용해볼까 한다. 그녀가 아냐를 만나러 간 2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가이드가 하는 말이다.
" 단순히 경험의 차이겠죠. 인간은 자기의 경험을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하니까요. 불행한 경험은 하지 않는 게 좋은 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