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사나이 - 새번역판 그리폰 북스 6
알프레드 베스터 지음, 김선형 옮김 / 시공사 / 2003년 12월
평점 :
품절


[줄거리-알라딘 발췌

제1회 휴고상 수상작. 텔레파시 능력자들의 출현과 '파괴'형의 실시에 의해 계획적 범죄가 거의 사라진 24세기. 전 태양계를 자신의 지배 하에 두려는 야망에 사로잡힌 재벌 총수 벤 라이히는 '살아 남기 위해' 라이벌 기업의 사장을 살해하려고 결심한다. 그는 불가능에 가까운 이 범죄를 실행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그러나 밤마다 꿈에 나타나 그를 괴롭히는 '얼굴 없는 사내'의 환영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모호하기만 하다. 텔레파시가 실용화된 24세기의 사회를 무대로 펼쳐지는 쫓고 쫓기는 대추적극. ]

 

SF와 미스터리가 적절히 조화되었다고 해야 하나... 다만 텔레파시 능력을 보유한 경찰이 등장함으로써 추적극이 새로운 재미를 더해 준다. 심증은 확실한데 물증은 없는 벤 라이히의 범죄를 밝히려는 과정에서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꽤나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서 단순한 장르소설분야를 넘어섰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 부분이 심리학이나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에 관한 지식이 없는 사람도 지루하지 않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가는 여러가지 장치를 마련해 두었다. 의식, 무의식의 세계를 마치 눈에 보이고 접촉할 수 있는 개념으로 설정한 데다가 마치 하나의 장치처럼 닫고 열고, 연결하고 전파하는 모양새로 그려내고 있다.

 

인간이 초능력이라는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되는 미래사회의 모습은 그닥 좋아뵈지는 않는다. 에스퍼는 에스퍼끼리만 결혼하게 하여 능력의 대물림과 강화를 요구하는 사회와 남성중심으로 돌아가는 문화가 그렇다. 작가가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작품 내에서 여성의 역할은 극도로 미비하며, 결국 금발머리에 흰 피부를 가진 백치미(왜냐면 정신연령이 아이다) 여성이 남주인공 중 하나인 파웰의 사랑을 얻는다.

 

살인죄를 저지른 범인에 대한 처벌, 이른바 '파괴'로 불리우는 형벌이 좀 새로웠다. 징역이니 사형이니 하는 것들은 사라졌고 인간의 자의식을 몽땅 지우고 새로운 자아를 주입시키는 것이다. 컴퓨터로 치자면 싸악 밀어버리고 새로 프로그램을 까는 것과 같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고래적부터 내려온 선조들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만, 무시무시한 형벌이 아닐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고, 잠재적 능력을 지닌 인간의 육체를 재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마냥 사악해 보인다. 핑크빛 미래따위는 바라지도 않지만 왜 영화나 소설에서 묘사하는 미래사회는 하나같이 이 따위인지...

 

이것저것 다 눈감고 재미만으로 따지자면 꽤나 괜찮다고 할 수 있지만, 상징성이니, 미래관이니, 사회성이니, 정치적 관점이니 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따지자면 암울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난 기분이 그리 개운하지만은 않다. "타이거! 타이거!"도 약간 그런 풍이라 들은 것 같아서 살짜기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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