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그릇 2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9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병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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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알라딘 책소개 중 발췌

어느 날 새벽, 전차 조차장에서 얼굴이 뭉개진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경찰은 전날 밤 한 싸구려 술집에서 그 남자와 일행을 보았다는 목격담에서부터 수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조사에도 실마리는 잡히지 않는다. 알아낸 것은 피해자가 도호쿠 지역 사투리를 쓴 것 같다는 증언과 ‘가메다’라는 단어뿐.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베테랑 형사 이마니시는 가메다라는 단어를 중심으로, 경찰이 반쯤 포기한 사건에 끈질기게 매달리며 조사를 계속한다. 그러나 이마니시가 수사를 진행할 때마다 그와 관련된 사람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가메다’는 전혀 의외의 곳에서 정체를 드러낸다.]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이름은 책을 선택함에 있어 믿고 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일본의 사회상을 조명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내며 담백한 캐릭터와 뭐 하나 버릴 것 없는 구성 등이 자연스럽고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완성감을 자랑하는 듯 하다. 이리저리 산재되어 있는 인물들의 행적과 얼마 있지도 않은 단서들이 손에 잡힐 듯 말듯 애를 태우다 이가 듬성듬성 빠진 퍼즐의 빈공간을 채워가며 짜 맞추어 나가는 과정은 언제나 감탄스럽다. 게다가 범인의 살인도구라 해야할지 범행수법이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워낙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것인지라 작품 내내 풍기던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를 일시에 뒤집는 감성적 반전 효과를 일으켜 그 또한 큰 재미가 되었다.

 

미스터리 소설의 경우 스포일러가 될 가능성이 많아 자세한 리뷰를 쓰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특히 이 작품에는 등장하는 인물들, 신문기사들, 하다못해 부인과 여동생의 수다에 이르기까지 뭐하나 버릴 것 없이 사건 추적에 활용되며 제 몫을 한다. 너무 단서가 없는 사건이다 보니 주인공의 주변에서 우연히 일어난 일들에서 실마리를 잡는 것이 다소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형사가 워낙 일 밖에 모르며 혼자서도 미결사건을 추적하고 자비를 들여서라도 조사를 해 나가는 성품인지라 결과적으론 그리 어색하지 않다.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답게 전후 시대의 일본의 상황과 사회, 문화적 분위기까지 잘 살려서 작품을 그려냈고 이 타지의 독자가 읽어도 알아듣지 못 하거나 그 분위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 어렵지 않게 읽으며 즐길 수 있다. 범인의 비범한 능력 탓에 사건은 완전범죄에 가까워서 단서가 너무 없었던지라 1권과 2권 중반정도까지는 긴장감이나 긴박함없이 형사 이마니시의 답답한 추적만 계속 된다만 결코 지루하게 흘려보내지 않을 재미는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유명 작가의 작품들이나 대작으로 불리우는 작품들은 일부러 몰아서 읽지 않는 편이다. 이것저것 쏟아지는 감증되지 않은 신간들과 의외로 뒤통수를 친 작품들을 읽은 후에 잔뜩 상한 마음을 달래줄 것으로 이만한 치유책이 없는지라 그럴 때마나 하나씩 꺼내보곤 한다. 그런 식으로 읽는 재미도 꽤나 괜찮다. 패스트푸드를 먹다가 엄마가 해 준 집밥을 먹었을 때 기분을 떠올려 보면 비슷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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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톤갭의 작은 책방 -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웬디 웰치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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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알라딘에서 발췌

애서가이자 이야기 구연가인 웬디와 남편 잭은 언제나 작은 책방을 여는 날을 꿈꿔왔다. 그러던 어느 날, '독사 굴' 같은 직장을 때려치우고 애팔래치아 산맥의 시골 마을 빅스톤갭으로 여행을 간 두 사람은 뜻밖의 기회와 맞닥뜨리고, 오랫동안 품어온 꿈을 실현해보기로 결심한다.
무엇이 이 충동적이고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들을 가로막았을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경기 침체와, 죽어가는 지역사회 그리고 전자책의 공습이 그것이다. 게다가 두 사람은 책방을 어떻게 운영하는지도 전혀 모른다. 그러나 열거하자면 끝도 없는 난관에도 불구하고, 웬디와 잭은 버지니아 산골 주민들의 도움으로, 그리고 책에 대한 끝없는 애정을 연료 삼아 책방 운영에 성공하고, 나아가 지역사회를 살리는 데에도 큰 몫을 한다.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은 사람과 책에 관한 이야기이자, 사람과 책의 힘으로 죽어가는 한 마을을 활기로 가득 채운 실화의 기록이며, 무엇보다도 '다른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제공해주는 책이다. ]

 

'책'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단 '책'을 사랑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며 삶을, 인생을, 매 순간을 소중하고 고맙게 여길 줄 아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헌책방을 열게 된 사연과 서점을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 그 수입만으로 먹고 살 수 있게 된 순간까지의 과정도 물론 그려져 있지만, 부부가 시골 마을에 정착하여 그 곳 토박이들과의 삶에 끼어들어 녹아들어가면서 그들이 꿈꾸던 사람다운 삶을 영위하는 기쁨이 가득한 책이다.

 

물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겠지만 웬디와 잭의 경우 무척이나 운이 좋았던 경우였음도 사실이며, 이 책을 보고 부러운 마음에 그들처럼 덜컥 일을 벌이는 사람이 있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때로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그런 것들도 있는 것이다. 내 경우엔 이런 책방의 주인이 되기 보다는 가까운 곳에 이런 책방이 있었으면 좋겠다.

 

[가격과 가치가 기본적으로 다른 점이 이것이다. 하나는 돈으로 계산이 간으하고, 다른 하나는 추억의 순간들로 값이 매겨진다.]

 

[스코틀랜드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진정 네 것이라면 너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

 

[취향을 가지고는 다툴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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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알수집가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장수미 옮김 / 단숨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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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 이후 무수히 쏟아지는 독일 출신 스럴러 작가들 중 드뎌 눈에 들어오는 작가가 생겼다.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받아온 책인데 제목과 표지 그림이 너무 적나라해서 좀 망설이게 되었던 책이기도 하다. 작품 속 범인은 눈알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애는 아니고 걍 경찰들이 범인을 부르는 별명일 뿐이지만 저 적나라한 표현은 범인의 잔임함과 결말의 잔혹함을 드러내는 데 조금의 부족함도 없다.

 

대개 첫 살인을 시작으로 진행되는 대다수의 작품들과 달리 첫 페이지를 펴는 순간 벌써 앞 선 몇몇의 잔인한 사건으로 인해 범인은 '눈알수집가'라는 별명을 얻은 뒤이며 주인공은 책을 그만 보고 덮으라 한다. 작가는 범인이 그러는 것처럼 작품 진행 역시 일종의 게임처럼 꾸며 놓았다. 독자는 주인공이 독서를 말리는 이유를 궁금해 할 것이며 책 속의 각 챕터에 매겨지는 숫자가 거꾸로 진행되는 것을 보며 호기심을 증폭시켜 갈 것이다. 물론 작가의 의도가 지니는 바는 책 말미에 밝혀진다.

 

전직 형사였던 초르바흐는 몇년 전 사람을 죽였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범죄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형사였던 과거의 경험을 살려 최신의 정보와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글을 써 나가는데, 과거의 기억으로 인해 정신병에 시달리며 가족과도 소원해진 상태다. '눈알수집가'에 대한 기사를 써 나가다 함정에 빠져 주요 용의자가 되자 맹인 알리나와 함께 사건을 추적해 간다.

 

작가는 이 끔찍한 스릴러를 쓰면서도 피식~ 하는 웃음을 짓게 하는 재주가 있다. 이 살벌한 사건의 진행을 쫓으면서도 유머 감각을 결코 잃지 않고 꽤나 냉정하게 써내려 가는 탓에 '눈알수집가'의 잔인함과 초르바흐가 처해 있는 갑갑하고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더욱 리얼하게 다가온다. 사건을 풀어가는 열쇠를 제공하는 알리나가 '과거를 보는 능력'을 지닌 자라는 점에서 살짝 반칙의 기운을 느꼈다. 사실 장르 소설에서 이런 초능력은 훌륭한 탐정이나 영리하고 끈기있는 형사의 매력과 범인과 추적자 간의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오는 긴장감을 좀 떨어뜨린다. 범인이 흘린 단서, 요리조리 꿰맞추는 탐정의 추리, 프로파일러와 법의학자 등이 밝혀내는 정보와 증거들을 모아 범인의 윤곽을 좁혀가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실마리가 제공되고 내비게이션 안내처럼 진행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에 장르 소설이 가진 본질적인 재미와 긴장감을 툭 끊어버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괜찮은 작품인데 요게 좀 걸리네...했었는데 책 후반부에서 이런 알리나의 능력마저도 하나의 장치로 사용해 버리는 작가의 솜씨를 목격하고 바로 깨갱했다. 그래, 내게 감히 누굴 평가할 자격이 있던가...

 

또 하나, 이런 류의 소설에 등장하는 탐정이나 형사들은 사실 제대로 된 삶을, 평범한 삶을 영위하는 사람과는 거리가 멀다. 연인이나 와이프가 있었어도 헤어졌고, 있다 해도 사이가 안 좋다. 아이 역시 마찬가지, 오로지 일과 자신의 생물학적으로 필요한 시간 이외에 다른 것은 끼어들 틈이 없이 살아간다. 심각함의 정도만 다를 뿐 정신적인 문제나 신체적인 문제도 하나둘쯤 갖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그런 것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지나간 시간이나 놓쳐버린 순간에 대한 후회로 머리 속은 가득한 경우가 비일비재한데 작가는 그 부분 역시 하나의 장치로 사용한다. 초르바흐가 일에 빠져 소원해진 아내와 아이에 대한 관계는 다른 작품에선 주인공 캐릭터 설정을 위해 흔하게 등장하는 하나의 배경에 불과했지만 이 책에선 다르다. 이런 부분 때문에라도 나는 이 작가를 높이 치게 되었다.

 

범인이 하는 짓거리나 작품 돌아가는 상황에 눈살이 찌푸려지고 섬뜩하며 찝찝함만 가득 남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무더운 여름에 한순간이 나마 서늘함을 느낄 수 있는 괜찮은 작품이다.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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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핀 댄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2 링컨 라임 시리즈 2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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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알라딘 책소개 중 발췌

'본 컬렉터' 사건 이후 뉴욕 시경과 FBI의 수사 자문으로 일하는 전신마비 범죄학자 링컨 라임은 시카고 외곽 상공에서 폭발한 민간 제트기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사망자는 거물급 무기상 필립 핸슨의 재판에 증언을 하기로 한 조종사 에드워드 카니. 그러나 라임의 관심을 더더욱 끈 것은 이 사건에 청부살인업자 '코핀 댄서'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

코핀 댄서에게 5년 전 부하들을 잃은 적이 있기에 댄서를 잡으려는 라임의 의욕은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 이제 남은 핸슨 재판의 증인은 카니의 부인인 퍼시와 동료 헤일. 재판까지 정확히 45시간이 남은 상황, 링컨 라임은 최강의 암살자 코핀 댄서로부터 이들을 보호하는 한편, 자신의 손으로 댄서를 잡아들일 함정을 준비해야 하는데… ]

 

제프리 디버의 최고 걸작이라 하더니 과연 그럴만하다. 제프리 디버는 한 작품을 구상하여 자료 조사하는데 8개월 정도 걸리고 작품을 완성시키기까지 20번이 넘는 퇴고를 거친다고 한다. 독자들이 책을 읽으며 느끼는 단순한 재미라는 영역을 넘어 이 정도의 수고와 노력을 기울인 작품들에게 허술할 여지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건 노력하는 자의 모습만큼 멋진 것은 없고 그 결과물만큼 매혹적인 것도 없는 듯 하다.

 

사실 링컨 라임은 목 위쪽과 왼쪽 네번째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는 천재적 두뇌를 소유한 장애인이다. 부족한 것이 완전한 것보다 아름답다 했던가... 그런 핸디캡 때문에 그의 재능은 더욱 빛을 발하는 듯 한다. 링컨 라임은 범죄학자이자 법과학자인데 그가 증거와 자료를 모아 수사를 지휘하는 모습은 흡사 셜록 홈즈의 그것과 비슷하다. 한 알갱이의 흙과 섬유 한 가닥으로 범인의 의중을 읽고 정체를 파악해 내는 모습은 뛰어난 두뇌와 최첨단 과학의 결합이라기 보다 마술사의 화려한 개인기를 보는 듯 하다. 셜록 홈즈와 루팡의 대결만큼이나 희대의 암살자 코핀 댄서를 쫓는 라임의 수사는 흥미진진하다. 움직일 수 없는 라임의 손과 발이 되어 주는 색스나 증인 역의 퍼시 등 조력자, 증인, 형사 등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그 비중의 크고 작음을 떠나 생생한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단 하나도 버릴만한 캐릭터가 없다. 정말 작은 증거와 단서들로 암살자의 뒤를 바싹 쫓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나지만 책후반에 폭탄이 장착된, 거기다 연료까지 떨어진 비행기를 무사히 착륙시키는 퍼시의 조종 능력이 한껏 발휘된 장면은 이 책 최고의 명장면이라 하겠다. 익숙하지 않은 항공 용어들이 많이 등장하긴 해도 긴장감과 긴박함, 스릴감을 만끽하는 데에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음을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많은 작품과 영화 등에서 반전이라는 상황을 남발하여 조금 식상한 스타일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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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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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알라딘 책소개 중 발췌

좋아하는 남자와의 혼인을 눈앞에 둔 처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처녀를 마지막으로 본 사람은 그녀의 아버지. 처녀의 아버지는 횡설수설하며, 피처럼 붉은 아침노을과 집을 뒤흔들 정도로 세찬 돌풍에게 딸이 '가미카쿠시(다른 차원, 사후 세계 등 이 세상이 아닌 곳으로 사람이 사라져 버리는 일)'를 당했다고 주장하다가 결국 자살해 버린다.

그 직후 다른 가게에서 똑같은 실종 사건이 일어난다. 시뻘건 아침노을과 집 안을 뒤흔든 거센 돌풍에 이어 소녀가 실종된 것. 심지어 이번에는 엄청난 몸값을 요구하는 협박장까지 날아온다. 신비한 힘을 지닌 소녀 오하쓰는 오라버니 로쿠조와 함께 돈궤를 들고 정해진 장소에 나가 협박장을 보낸 남자를 포박하지만, 놀랍게도 그곳에 관음보살을 쏙 빼닮은 아름다운 요물이 나타나는데…]

 

이건 사실 꽤나 흥미로운 소재다. 미美에 대한 비뚤어진 욕망과 집착을 가진 원령과 가미카쿠시에 관한 이야기...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그 시절의 모습이나 직업들, 사람사는 모양새들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보장하고 남음이 있다. 그런데 주인공 오하쓰는 너무 매력적이지 못한 캐릭터이다. 어느날 갑자기 얻게 된 초능력과 부모님은 안 계셔도 오빠 부부와 주변 사람들의 애정을 담뿍 받고 자란 성장과정, 본인만 인정치 않고 남들은 다 알고 칭찬하는 자신의 지혜, 기지, 용기, 미모... 본인 혼자만 아니야, 난 그런 대단한 애가 아닌 걸...하는 약간의 앞뒤 안 맞는 내숭(?)까지 떠는 정이 가지 않는 캐릭터다. 오하쓰를 그 시대에 있을 법한 착하고 순수한 캐릭터이며 당시로는 드물게 음전하지 못한 발랄함을 갖추었을 뿐이라 주장하기엔 그녀의 행동거지나 사고방식은 우리가 사는 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 나오는 탐정이나 경찰 역의 여인네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긴다이치 고스케가 사람들이 죽을만큼 죽은 뒤에야 자신의 추리를 밝히고 범인을 알렸더라도 미움을 받지 않고 독자들의 애정을 받을 수 있는 건 그러한 결말이 평소의 추레한 행색과 어설프고 덜 떨어진 행동거지와 어딘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한다. 동서양의 많은 장르 소설들 중 유난히 사랑받는 시리즈에는 독자들이 애정하는 주인공 캐릭터들이 종종 등장하곤 하는데 오하쓰가 거기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건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오하쓰는 주변 인물들보다 캐릭터 설정이 약하고 매력이 없다. 심지어 오하쓰보다 오빠들의 인기가 더 좋은 듯 하니 뭐 말 다 했다. 주인공이 이래서야 소재가 아무리 좋아도 책을 읽는 과정에선 김이 빠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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