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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5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평점 :
처절한 복수의 끝장면에서, 오랜 숙원에 마침표를 찍은 주인공이 더이상 삶의 목표를 잃고 무너지거나 자신의 복수가 예정된 선을 넘어 그 여파가 크게 번질 경우 되려 망가지는 모습들을 본 기억이 있다. 피는 피를 부른다고 하고,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고 하지만 사실 주인공이 당한 괴로움과 고통을 생각했을 때 어느정도 억울한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힘들었던 세월과 고생했던 과거를 보상할 만한 뭔가가 그에게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악인은 신의 심판을 받고 선인은 복을 받는 당연한 진리에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복수는 정녕 하늘의 몫인지라 그걸 대신할 권리는 주되, 행한 이에게 다시 어떤 굴레와 대가를 요구하는 것인지... 최종장이 다가올수록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최후가 걱정이 되었다. 철저하고 세심하게 계획되고 실행된 그의 복수가 뭔가 대가를 바랄까봐... 이를 악물고 버텨온 그가 복수를 이루고 난 후의 삶에 대해 아무런 기대와 희망을 갖지 못할까봐... 워낙 유명작이라 의미가 있을까 싶다만... 미처 이 책을 접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결말은 덮어두자, 그냥 난 만족스러웠다고만 하련다.
뒤마는 이야기꾼이다. 훌륭한 스토리텔러... 게다가 그는 사람의 삶, 인간의 행동과 감정의 움직임에 대해 깊은 통찰력을 지닌 듯 하다. 그의 작품에선 그 누구도 조연이 아니다. 자신의 생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분명한 희노애락이 존재한다. 주인공의 그늘에 가려 그들의 인생, 사랑, 고뇌, 비극이 결코 작게 다가오지 않는다. 단지 주인공에게 영향을 미치고 연관을 가진 이들이 아니라 그 모든 사람들이 서로 얽히고 섥혀 살아가며 관계를 맺고 시간과 감정을 나누며 존재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때문에 나와는 거리가 먼 유럽의, 그것도 꽤나 오래 전 과거를 배경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동시대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서울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처럼 멀지 않게 느껴진다.
작가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적이 있다. 뒤마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그 진리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남녀노소 그 누가 읽어도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재밌게 즐겁게 읽을 수 있다고 본다. 그의 작품은 이것 외에도 삼총사가 유명하다. 그 것 역시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었다. 그의 작품 중 또 다른 유명작인 "철가면"을 꼭 한번 보고 싶은데 국내엔 번역본이 없다. 언젠가 좋은 번역가와 출판사가 그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길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