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크리스토 백작 3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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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응용되어 오던 복수의 모습들은 상대방의 잘못과 자신의 결심을 밝히고 상대방을 응징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이 흔한 패턴이다. 코미디 프로에서도 자주 회자되던, "아버지의 원수, 그 후로 20년동안 난 오늘을 위해 칼을 갈아왔다. 자, 내 칼을 받아랏!." 이게 일반적이란 얘기다. 많은 복수극들이 존재하지만 대체로 죽어가거나 망해가는 이에게 자신의 정체와 복수의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음을 밝히는 것은 당연했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벌이는 화려한 복수극의 마지막이 어찌 끝날지 아직은 모르지만 그는 현재 상대방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을 빼앗고 그 상실감과 거기에서 오는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즐기려 하는 듯 보인다. 게다가 그의 가까이에 있는 하인들이나 지인들이 그의 과거와 가까이 연관된 사람들이라는 점을 볼 때, 그것이 우연이든 필연이든 기나긴 세월 준비해 온 그의 복수는 단순히 분노나 억울함, 잃어버린 시간, 상실의 괴로움 등의 범주에서 벗어나 집착과 비뚤어진 욕망에 가까울 정도에 이르러 있다.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 책들에서 이미 학습한 바로는 저렇게 삶의 유일한 목적이자 이유가 되어버린 복수는 그것이 끝나는 순간 주인공의 삶마저 파괴시키기 마련이다. 상대에게 치명타를 입히기 위해 흑마술에 손을 댄 마법사가 그것의 부메랑 효과로 자신을 다치게 되는 일을 피할 수 없듯이 그의 복수가 처절하고 치밀하며 잔인할수록 그가 후에 받게 될 또 다른 허무함과 고통의 무게가 점점 자라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기에 더이상 즐겁지만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용서가 최고의 복수라는 이쁘게 포장된 진리는 사실 나도 동조할 수가 없다. 다만 오랜세월 받아온 고통을 끝내기 위한 스스로를 달래고 위로할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되어진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까지 이르는 경지에 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정도 응징엔 동조한다. 그러나 상대방을 파멸시키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그러한 적정선이 어디인지... 비단 복수의 영역을 떠나 어느 분야에 있어서도 그것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의 영역인 것이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드디어 칼을 들이대기 시작했다. 당글라르와 빌포르 각자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물론 그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자면 해당 인물의 주위 사람들조차 그 영향을 피할 순 없겠지만 현재까지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복수를 대물림까지 해서 갚으려는 마음으 없는 듯 보인다. 물론 모렐 같은 젊은이가 거기에 섞여 있다보니 그럴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가 모렐 가족을 대하는 모습이나 모르세르 백작부인을 대할 때 흔들리는 모양을 보면 복수로 모든 정신줄을 내려놓은 건 아닌 듯 한데... 후반부에서 복수는 가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특히 빌포르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에 대한 의심은 일방적으로 한쪽에서만 공격해서 무너지는 양상을 막을 듯 하여 이후가 더욱 기대되게 만든다. 처음 이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는 완역본이며 5권이라 길구나 싶었던 고전의 무게가 더이상 무겁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 작품을 다 읽고 난 후 다음에 어떤 책을 보게 될 지 모르겠으나 섣부른 선택은 한 사람의 작가가 고생하며 쓴 글을 졸작으로 느끼게 할 것 같아 걱정되는 마음이 벌써부터 샘솟고 있다. 너무 괜찮은 작품은 다음 책을 오징어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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