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아이를 죽이고 싶었던 여자가 살았네 NFF (New Face of Fiction)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지음, 이경아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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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 동화...라고나 할까... 세상사에 찌들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픈 뭔가 비뚤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당연히 아름답고 따듯한 이야기들이 아닌 뭔가 불편하고 외면하고픈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다. 흔히 동화라고 불리울 때 떠올리는 권선징악이나 긍정적인 결말로 마무리 되는 이야기는 3개... 정도 인 듯 하다. 더 되려나... 암튼 그 정도... 따뜻한 마무리의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테니...

이런 류의 이야기는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굳이 따지자면 안 좋아하는 쪽이지만 러시아 작가의 작품인지라 호기심이 도져서 질러버린 케이스... 더운 여름에 시원~한 이야기가 땡기는데  피 튀기는 잔혹 스릴러나 미스테리가 질린 분께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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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차일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3
존 하트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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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은 어둠을 바라보면서 무릎을 팔로 감싸 안았다. "우린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조니는 막대기를 가지고 불 속을 쑤셔댔다. "내가 너에게 말하면 겁먹고 도망가기 없기다. 발뺌할 수 없어. 그러니까 지금 낄 건지 빠질 건지 말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정하기 힘들어."

 조니는 어깨를 추켜올렸다. "지금이라도 너희 집에 데려다줄 수 있어. 하지만 내가 뭘 하는지 네가 알면 안 돼."

 "맙소사, 조니. 난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야."

 "할 거야, 말 거야?"

 모닥불 건너편에서, 연기와 불에 그슬린 공기의 엷은 막 너머로 잭은 팔뚝으로 코를 문질렀다. 고개를 돌릴 때까지 그의 눈이 오렌지색으로 흐릿해지다가, 그 색깔이 사라지면서 그는 다시 황갈색 피부에 사방으로 머리카락이 뻗힌 지저분한 소년으로 돌아왔다.

 "넌 내가 가진 유일하게 좋은 것이야, 조니. 빠질 순 없지." 그의 갈색 눈이 너무나 순진해 보여서 순간 강아지의 눈이 떠올랐다. "그러니 어서 털어놔봐."

 "이리 와."   - p.313 ]

 

감당하기 어려운 일에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 캐서린은 주저앉아 버렸고, 헌트는 집착한다. 켄은 이용하고 잭은 눈을 감았으며 앨런은 어긋나고 조니는 정면으로 마주본다. 조니의 성정이 남달리 도덕적이거나 가족애가 깊거나 용감무쌍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마 나이를 먹어가면서 얻게 되는 비겁함, 세상의 때, 편견 등에 있어서 아직은 거리가 있는 나이이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사람은 나이를 먹고 교육을 받으면 받을수록 현명해지고 지혜로워지는 것과는 멀어지는 것 같다. 모른 척하고 덮어두며 이용할 방법 등을 더 많이 배운다. 분명 교과서에 실린 텍스트와 선생님의 말씀에 그런 부분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교육되고 성장한다.

 

어릴 적 유괴된 조니의 여동생을 찾는 건 결국 어른들이 아니라 작고 마른 조니이다. 조니는 지키지 못한 어른들의 약속과 답을 주지 않는 하느님의 가르침에서 벗어나 직접 행동하려고 한다. 오로지 그 작은 아이 혼자 사건을 들여다보고 추적하고 접근해가며 결국엔 해결한다. 분명 재미나고 잘 쓰여진 책인데도 마음이 계속 불편했던 것은 부끄러운 어른들과 대비되는 조니의 깨끗하고 당당한 모습 떄문이었을 것이다. 어른들도 어쩔 수 없었다고 편들어주고 싶은 나는 이미 너무 나이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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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교육
로맹 가리 지음, 한선예 옮김 / 책세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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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바이올린을 집어들었다.

 더러운 누더기를 걸친 아이, 유태인 거주 지역의 학살로 부모를 잃은 유태인 아이가 악취 풍기는 지하실 한가운데 서서 세계와 인간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있었다. 신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있었다. 그는 연주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더 이상 흉하지 않았고, 그의 어설픈 몸은 더 이상 우스꽝스럽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자그마란 손에서 활은 요술 막대기가 되었다. 승리자처럼 의기양양하게 머리를 뒤로 젖히고, 승리의 미소로 반쯤 입을 벌린 채 그는 연주하고 있었다. 세계가 혼돈으로부터 빠져나왔다. 세게가 조화롭고순수한 모습을 띠어갔다. 연주가 시작되자마나 증오가 사라졌고, 처음 몇 곡에 굶주림과 경멸과 추악함이 달아나버렸다. 빛이 비치면 까무라쳐 죽어버리는 음지의 애벌레들처럼, 가슴마다 사랑의 온기가 숨을 쉬고 있었다. 모두가 손을 내밀고, 모두의 가슴에서 형제애가 숨을 쉬었다. 아이응 이따금 연주를 멈추고 의기양양한 태도로 야네크를 쳐다보았다. 그러면 야네크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 한 번 더."   - p. 178~179 ]

 

[ "나 화 안났어, 조시아. 하지만 나는 결국 배우게 되었어.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어. 그들은 우리를 훌륭한 학교에 보냈고, 나는 언제나 훌륭한 학생이었어. 우리는 유명한 교육을 받았어. 타테크 흐무라 기억하지? 그는 그것을 우리의 '유럽의 교육'이라고 불었어. 그떄는 이해하지 못했어. 나는 너무 어렸거든. 그는 자신이 곧 죽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래서 아무 데서나 빈정거리고 다녔어. 하지만 나는 이제 알아, 그가 옳았어. 그가 그토록 비꼬아 말했던 이 유럽의 교육이라는 것은 바로, 그들이 너희 아버지를 쏠 때, 또는 너 자신이 뭔가 대단한 명분을 내세워 누군가를 죽일 때, 또는 네가 죽도록 굶주리고 있을 때, 또는 네가 마을을 파괴하고 있을 때 이루어지는 거야. 우리는 훌륭한 학교에 있었어. 우리는 정말 교육되었어."   - p. 273  ]

 

[ "너한테는 다른 방법이 없었어, 야네크. 그건 그들 잘못이야. 이 추악한 짓을 벌인 건 바로 그들이야."

 "추악한 짓을 벌이는 사람은 언제나 존재해요." 야네크가 화가 나 말했다. "타테크 흐무라가 옳았어요. 유럽에는 가장 오래된 성당들,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유명한 대학들, 가장 커다란 도서관들이 있어요. 그래서 거기서 가장 훌륭한 교육이 이우러지죠. 세계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이 유럽을 찾아와요. 공부하기 위해서요. 하지만 그 유명한 유럽의 교육이 가르치는 것은 결국, 그럴싸한 이유들과 용기를 찾아내는 법일 뿐이에요. 얼음판 위에 스케이트응 실고 앉아서 그저 고개를 숙인 채 방아쇠가 당겨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요."

 " 너 많이 배웠구나." 도브란스키가 슬프게 말했다.   - p. 2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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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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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작가 괜찮다. 이른바 장르소설 분야에서는 마음에 맞는 작가를 만나기가 좀 어려운 것 같다. 거장들 몇몇을 제외하고는 이런저런 이유로 궁합이 맞지 않는 작가가 많다. 치밀한 짜임새와 구성이 장점으로 부각되는 분야인지라 뭔가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보이면 다른 부분까지 다 부족해 보인다.

 

처음엔 책 뒤표지의 홍보문구에 혹 했다. 돈이 궁한 라이언은 바네사를 납치해서 숲 속 동굴에 가둬둔다. 바네사의 가족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전에 라이언은 다른 죄로 감옥에 가게 되고 형량이 늘어나는 것이 걱정이 되어 그대로 입을 다물고 만다. 시간이 흘러 2년 반이 지나고 라이언은 출소를 한다. 책은 그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라이언은 물론 나쁜 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엄마한테 혼날 것이 두려워 실례한 이부자리를 베개로 가리는 아이처럼도 보인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타인의 시선과 질타를 두려워하고 의식하며 살아간다. 라이언은 그가 저지른 범죄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고 극악무도한 살인범은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두려움과 실수 때문이었다고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세상과 사회는 한 사람이 저지른 행동과 그 결과를 가지고 판단을 내린다. 그 때문에 많은 오해가 벌어지기도 한다. 자상하고 인정 많은 옆집 할아버지가 사실은 아동성추행범이고, 이쁘고 능력있는 커리어우먼 엄마를 둔 자식은 지쳐서 퇴근한 엄마에게 매를 맞는다.

 

남들에게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고, 아직 이쁘고 남자들에게도 매력적이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남자를 만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고 싶다.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행복한 척, 괜찮은 척하며 힘내서 그 상황을 벗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도 했을 것이고, 동정과 연민의 시선이 싫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면 뒤에서 마침내 나올 수 없게 되고 정말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하루하루는 물을 잔뜩 먹어버린 솜처럼 무거워 버티기에 위태위태 했을 것이다. 가족이라고... 친구라고... 동료라고... 모든 사람의 모습을 전부 알 수는 없다. 자신이 보여준다고 그대로 보여질 리도 없을 뿐더러 감춘다고 언제까지 드러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 작품엔 여러가지 소재들의 얼개가 잘 짜여져 있다. 철저하게 사건 중심이거나 지나치게 심리 묘사로 가지도 않는다. 그래도 독자가 충분히 재미나게 사건을 뒤쫓고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만든다. 스토리 자체도 나쁘지 않지만 그런 균형감이 나로 하여금 작가의 다른 책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다만 저 표지... 저건 영 맘에 안 든다. 신간이 나온 후 바로 구입하지 않고 머뭇거렸던 이유가 바로 저 표지 때문이다. 뒤표지의 문구를 보고 혹 했던 마음이 앞 표지를 보고 냉정해졌으니 말이다. 역시 뭐든지 완벽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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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딸이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2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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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어렵다. 한없이 가까운 듯 하다가도 정말 먼 것 같은 사람들... 타인과는 가장 하기 어려운 일들이 되려 제일 편한 사이가 가족인 거 같다. 같이 목욕하기, 방귀 트기, 말 꼬투리 잡기, 어른(엄마아빠)한테 반말하기, 승질내고 문 쾅 닫기, 싸우고 사과나 화해의 절차 없이 또다시 어울리기 등등...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과 일반적으로 하는 것들이 가족과는 어렵다. 진지하게 이야기 들어주기, 적당한 도움주기, 곤란한 주제 피하기, 마음에 없는 말로 맞장구 쳐주기...

 

[사이퍼]라는 만화가 있다. 찾아보니 작가가 '나리타 미나코'란다. 어릴 적엔 "사랑은 약속이야" 혹은 "시바와 사이파"라는 제목이써는데... 아무튼... 주인공 시바와 사이파는 쌍둥이다. 서로의 행세를 하고 다닐만큼 가깝고 닯았다. 아니스라는 여자애가 둘 사이에 끼어들면서 견고한 것만 같던 둘 사이엔 틈이 벌어지고 오랜 시간 외면해 왔던 가족으로서의 아픈 상처와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기억이 정확히 나지 않는데, 그 둘이 어릴 적에 집에 뭔가 일이 생겼었다. 누가 돌아가셨던가... 동생인 사이파는 아빠 품에 안겨 울었던 것 같고, 형인 시바는 아빠로부터 집안을 부탁받는다. 사이파는 어리광 부린 자신과 달리 집안단속의 책임을 맡은 형에게 뭔가 모를 감정을 느꼈다. 시바 역시 슬프고 아픈 마음은 같은데도 아빠로부터 따뜻한 위로를 받지 못하고 형으로서의 의무를 부여받은 것에 자신의 역할이 한정된 것 같아 부담스러워 한다. 같은 사건이, 동일한 상황이 다른 의미로 서로에게 상처가 되었다. 이건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상황이, 그 순간이 서로에게 다르게 다가갔을 뿐이다. 아빠가 그 둘에 대한 대응을 반대로 했다 하더라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앤은 딸 세라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한다. 딸 세라 역시 엄마를 현명하고 따듯한 존재로 느낀다. 그들 사이에 시간이 흐른다. 엄마에겐 새로운 남자가 나타나고 세라는 자신의 입장에서 그가 엄마에게 어울리는 남자가 아니라며 반대의 뜻을 세운다. 엄마의 남자 리처드와 세라는 날이 선 대립을 반복하고, 결국 앤은 딸을 저버릴 수 없어 리처드를 떠나보낸다. 그 후 앤은 변한다. 세라는 이른바 나쁜 남자와 결혼해서 집을 떠난다. 둘은 뭔가 문제가 있고 전과 다르다는 것은 느끼지만 구태여 되돌리려 하지 않고 시간은 흘러 서로를 원망하는 단계에 이른다. 이 책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이라고 볼 수도 없고, 사건이 잘 해결되고 마무리 되었다라고 보기도 애매하다. 물론 두 사람 사이의 맺혀있던 감정의 응어리는 풀어졌다. 하지만 가족은 원래 그런 거니까. 가족이란 여러가지 감정이 얽혀 있는 어려운 관계이다 보니 교통사고 처리처럼 20:80, 40:60 이런 식으로 피해를 규정지을 수 없다. 하나의 문제에 하나의 일만 얽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족은 더 없이 가까울 수 있고 편할 수 있는 존재이지만, 상황에 따라 가끔은 타인을 대하는 듯한 자세와 태도로 서로를 대하고 바라보아야 큰 트러블 없이 지낼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가족이잖아~"라는 말은 문제의 근원이 되기도 하지만, 해결점이 되기도 한다.
 

["로라도 그런 감정을 느껴보셨어요?" 앤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아, 물론이지. 스물여섯 살 때였나, 사실 아주 화기애애했던 가족 모임 도중에 그런 순간을 맞았어. 나는 섬뜩했고 두렵기도 했지만 결국 받아들였어. 진실을 부정하지 마. 요람에서 무덤까지 같이 갈 동반자는 세상에 딱 하나, 나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지. 그 동반자와 사이좋게 지내야 해. 자신과 사는 법을 배워. 그게 답이야. 언제나 쉬운 일은 아니지만." - p. 21 ]

 

["감히 제까짓 게...... 감히 제까짓 게...... 그리고 로라...... 그 여자도 날 나무랐지. 전부 나한테만 뭐라고 해. 이건 너무해...... 내가 뭘 어쨌는데? 난 아무 짓도 안 했어......" - p. 262 ]

 

["애 태우지 마세요. 이제 다 괜찮을 거예요."

앤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절대 그렇지 않을 거야. 우리 둘 다 주워담을 수 없는 말을 해버렸으니까."

"그럴 리가 있나요. 아무리 심한 말도 뼈를 부러뜨리지는 못 한다...... 이런 말도 있잖아요."

앤이 말했다.

"절대 잊을 수 없는 것들, 근본적인 것들이 있어."

이디스가 쟁반을 들며 말했다.

"절대란 말은 허풍이에요." - p. 29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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