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이 작가 괜찮다. 이른바 장르소설 분야에서는 마음에 맞는 작가를 만나기가 좀 어려운 것 같다. 거장들 몇몇을 제외하고는 이런저런 이유로 궁합이 맞지 않는 작가가 많다. 치밀한 짜임새와 구성이 장점으로 부각되는 분야인지라 뭔가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보이면 다른 부분까지 다 부족해 보인다.

 

처음엔 책 뒤표지의 홍보문구에 혹 했다. 돈이 궁한 라이언은 바네사를 납치해서 숲 속 동굴에 가둬둔다. 바네사의 가족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전에 라이언은 다른 죄로 감옥에 가게 되고 형량이 늘어나는 것이 걱정이 되어 그대로 입을 다물고 만다. 시간이 흘러 2년 반이 지나고 라이언은 출소를 한다. 책은 그 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라이언은 물론 나쁜 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엄마한테 혼날 것이 두려워 실례한 이부자리를 베개로 가리는 아이처럼도 보인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타인의 시선과 질타를 두려워하고 의식하며 살아간다. 라이언은 그가 저지른 범죄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나쁜 사람이 아니고 극악무도한 살인범은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것은 두려움과 실수 때문이었다고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세상과 사회는 한 사람이 저지른 행동과 그 결과를 가지고 판단을 내린다. 그 때문에 많은 오해가 벌어지기도 한다. 자상하고 인정 많은 옆집 할아버지가 사실은 아동성추행범이고, 이쁘고 능력있는 커리어우먼 엄마를 둔 자식은 지쳐서 퇴근한 엄마에게 매를 맞는다.

 

남들에게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고, 아직 이쁘고 남자들에게도 매력적이지만 스스로의 의지로 남자를 만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고 싶다. 처음부터 그럴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행복한 척, 괜찮은 척하며 힘내서 그 상황을 벗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기도 했을 것이고, 동정과 연민의 시선이 싫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면 뒤에서 마침내 나올 수 없게 되고 정말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하루하루는 물을 잔뜩 먹어버린 솜처럼 무거워 버티기에 위태위태 했을 것이다. 가족이라고... 친구라고... 동료라고... 모든 사람의 모습을 전부 알 수는 없다. 자신이 보여준다고 그대로 보여질 리도 없을 뿐더러 감춘다고 언제까지 드러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 작품엔 여러가지 소재들의 얼개가 잘 짜여져 있다. 철저하게 사건 중심이거나 지나치게 심리 묘사로 가지도 않는다. 그래도 독자가 충분히 재미나게 사건을 뒤쫓고 인물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만든다. 스토리 자체도 나쁘지 않지만 그런 균형감이 나로 하여금 작가의 다른 책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다만 저 표지... 저건 영 맘에 안 든다. 신간이 나온 후 바로 구입하지 않고 머뭇거렸던 이유가 바로 저 표지 때문이다. 뒤표지의 문구를 보고 혹 했던 마음이 앞 표지를 보고 냉정해졌으니 말이다. 역시 뭐든지 완벽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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