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를 위한 밤 데이브 거니 시리즈 2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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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일 연휴동안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책이다. 그러나... 이틀이 다 지나기 전에 몽땅 읽어 버렸다. 하루의 반나절 이상 놀러도 다니고 늦잠에 낮잠도 자면서... 재밌는 책은 아껴 읽어야 한다는 지론에 따라 그동안 고이 모셔두었었는데... 너무 재미나는 바람에 후딱 읽어버렸다. 그 어떤 정신사나운 상황에서도 집중이 잘 될만큼 몰입도 높고 재미지더라. 작가는 모하나... 다음 권 얼렁 내주지 않고......

 

나쁘거나 별로인 것에 대한 불평은 간단하다. 그런데 좋은 걸 좋다고 알려주는 건 참 어렵다. 모 광고의 카피처럼 참, 좋은데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다. 물론 캐릭터가 좋고 문장이 좋고 소재가 참신하고 따위의 식상한 걸로 얼마든지 때울 수 있지만 그게 어디 친절한 설명이라고 할 수 있나... 그럴 바엔 책 뒷면의 홍보 문구를 인용하는 게 최선이다.

 

우선 데이브 거니가 마음에 든다. 일에 있어선 철두철미하다. 흩어진 조각들을 끼워 맞추고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단서들을 조합하고 방대한 자료와 증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까지 다 기억한다. 정보를 모으고 연관성을 찾고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타고난 형사이다. 심지어 적들(?) 앞에서 자신을 지우고 심리 게임을 벌이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다. 그러나 통찰력과 눈썰미가 짱인 마누라 앞에선 완전 바보다. 마누라랑 한 약속이나 대화도 맨날 까먹고 평화로운 전원생활을 꿈꾸며 이사한 곳에선 꼼지락 하기가 싫다. 심지어 열정적 에너지가 가득한 큐레이터의 꼬임에 빠져 마누라가 질색하는 미술 취미까지 하는 답답하고 요령 없는 남편이다. 그래서인지 데이브 거니가 지닌 위험한 수준의 천재적인 형사적 능력에 비해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고독한 캐릭터도 아니고 온기가 가득한 생활과 자신을 분리하지도 않는다. 평범하고 안락한 생활에서 튕겨 나가지 않으려 아둥바둥한다. 때문에 데이브 거니가 풀어나가는 사건 해결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좋지만 한편으로는 마누라한테 쫓겨날까봐 걱정이 된다.

 

초반에 등장하는 목 잘린 신부 사건은 국제적인 규모의 범죄로 확대된다. 그러나 어느 한구석 이렇게 큰 사건을 다룬다고 힘주는 문장이나 단어가 보이질 않는다. 예전에 어떤 무용수가 추는 춤을 평가하던 예술가가 절제함으로써 더 큰 폭발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존 버든이 큰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바로 그렇다. 요란스럽지 않아서 되려 사건이 가깝게 느껴진다. 데이브 거니의 무모한 추적이 어찌 진행될까 궁금한 것 보다 주인공이 큰 위험에 빠질까 되려 걱정이 앞서는 것은 독자가 이미 사건의 규모와 무서움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다 아는데 데이브 거니가 뭣 모르고 저렇게 날뛰다 죽지... 싶은 마음이 든단 말이다. 주인공은 원래 안 죽는데... 게다가 이제 시리즈 중 2권인데 대체 뭘 걱정하는 건가... 싶긴 하다.

 

사실 범인도 어느 정도 짐작이 갔었고 결말도 대충 상상이 가긴 했다. 그렇더라도 재미가 떨어지진 않더라. 소재도 재미있었고 잭 하드윅이나 스콧 애슈턴 등의 캐릭터도 꽤 볼만하다. 작가가 결국 밝히지 않고 넘어간 데이브 거니의 잃어버린 기억에 관한 부분이 너~무 궁금하다 ㅋㅋㅋ . 데이브, 잭이랑 계속 친하게 지내야 할꺼야~. 초반에 잭 하드윅이 데이브 거니에게 사건을 연결해 줄 때 안 하겠다고 버팅기는 부분이 좀 나온다. 아마 시리즈 3권이 나오면 그 잃어버린 기억을 빌미로 잭이 협박하지 않을까? 너 이 사건 안 도와주면 네 마누라한테 그거 다 불어버린다~ ㅋㅋㅋ 재밌겠다 ㅋㅋㅋ

 

[ 한심하기는, 미루지 말고 해치우면 될 것을, 미루는 것은 장기적 문제를 유발하는 단기적 회피일 뿐이다. 그래봐야 두뇌 영역이 더 많이 잡식당할 것이고 마음은 점점 더 불편해질 뿐이다.   - p.342 ]

 

[ 언젠가 어느 심리상담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어떤 대상에 대한 집착의 정도는 그것이 사라졌을 때 느끼는 고통의 크기로 가늠할 수 있다고.   - p. 379 ]

 

[ 형사생활을 통해 그가 깨달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가 믿고 있는 것에 확신이 있는가"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행동에 옮길 만큼 충분히 믿는가"였다.   - p. 459 ]

 

[ 한 가지 추측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은 모험이었다. 세 가지 추측을 바탕으로 행동하는 것은 미친 짓이었다.   - p. 4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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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아이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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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노 후유미의 "십이국기"를 궁금해 했었다. 좋아하는 소재와 이야기였기 때문인데, 장편을 무작정 시작하기엔 망설임이 꽤 있었다. 재미 여부도 불확실하고 작가 스타일이 나랑 맞을랑가도 걱정이고 어설프게 시작했다가 아니다 싶어 중간에 접기에 너무 분량이 많은 작품이란 말이지... 그래서 맛배기로 집어든 책이 이것이었다.

 

일본 미스테리류에서 가끔 나온 적이 있어 눈에 익은 '가미가쿠시'를 당한 아이가 나온다. 주위와 어울리지 못 하는 이질적인 소년과 그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에 대한 이야기가 교생 히로세의 관심을 끈다. 히로세 역시 세상과 사회에 어울리지 못 하고 자기만의 세계가 강한 인물인지라 다카사토에게 관심과 동질감을 느낀다. 저주 받은 아이 다카사토 주위의 사고들은 점점 규모가 커져만 가고 다카사토 주위를 맴도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히로세의 눈에 띈다.

 

책은 몰입도와 속도감이 무척 좋다. 페이지에 쭉쭉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가미가쿠시를 당했던 1년 간의 기억을 찾고자 하는 다카사토의 노력에 비해 결과물은 보잘 것 없었고 그 기억과 연이어 일어나는 불행한 사건들을 어찌 연결시켜 마무리 지을지 궁금했다. 책이 몇 페이지 남지 않은 상태에서도 뭔가 윤곽이 잡히지 않다가 마지막 서너페이지에서 모든 게 일순간에 끝났다. 이건 모지...

12 나라의 12왕과 신수들... 저쪽 세계의 존재가 인간계에 잘못 흘러들어왔다가 다시 불려가고 또 실수로 돌아온 상황... 애초에 뭐가 문제였고 정확히 다카사토가 어떤 존재인지... 다카사토를 지키고자 했고 결국 데려간 이들의 이유랄까... 그런 것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인지 설명도 부족하고 설득력도 부족하다. 뒤에 역자 후기를 보면 작가는 이 책을 집필 할 때 십이국기의 이야기를 이미 구상하고 있었지만  이 책이 결코 프리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 책은 별개의 이야기라고... 그래, "십이국기" 는 저쪽세계 이야기, 이 책은 이쪽 세계 이야기라는 건 알겠는데, 별개의 이야기인 만큼 이 책에서도 마무리를 지어줘야 할 것이 아닌가? 이 책의 결말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결국 십이국기를 읽어야 한다는 건데, 그건 작가의 말과 다르지 않은가 말이다. "십이국기"의 이야기가 여전히 궁금한 관계로 언젠가 읽게 될 것 같긴 한데 괘씸죄가 적용되어 그 시기는 좀 뒤로 미뤄질 것 같다. 흥흥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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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버 소울
이노우에 유메히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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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딱 스토커 이야기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 스토커와 그 대상, 주변인들이 진술하는 문장들의 나열에 불과함.

 

2. 비틀즈의 음악에 대한 홍보문구가 화려하지만, 책 속에서 음악은 그냥 이걸 들었다, 저걸 틀었다, 이 상황에 잘 어울린다 정도로만 설명되고는 끝. 굳이 음악이 책 속에 등장할 이유가 없고 그 문장들을 모조리 제외시켜도 전혀 지장이 없다.

 

3. 미스터리, 심리 스릴러 등등의 뭔가를 기대한다면 당장 이 책에서 멀리 떨어질 것.

 

4. 한마디로 낚였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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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눈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6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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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나 괴기소설집은 그닥 내 취향이 아니다. 그런 류의 이야기는 사실 등장인물이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 자체가 무서운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딱히 어떤 원인과 결과, 진행 과정이 논리적으로 맞게 설명되는 것도 아니고 하니 이야기의 진면목을 느끼고자 한다면 천둥번개 치는 밤에 전등불을 흐릿하게 해 놓고 가급적 넓은 공간에서 조용히 혼자 있을 때 읽는 편이 좋다. 아무리 관련 전설이 리얼하고 작가의 묘사가 사실적이라 해도 중요한 면접 대기실 같은 곳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읽는다거나 출근길 만원버스에서 앞사람한테 발을 밟혀 가며 읽는다면 확실히 재미는 반감되고 말테니까…… 그래도 마쓰다 신조는 확실히 민간 전설, 신앙, 괴이한 이야기 등에 강한 작가라서 이 책은 꽤나 재미있었다. 표제작인 "붉은 눈"이 그중에 제일 나았고, "맞거울의 지옥" 이나 "죽음이 으뜸이다 ; 사상학 탐정"도 괜찮았다. 시간이 흘러 문득 이야기의 한 부분이 떠오르면서 그게 어떤 책에 나왔더라...하며 궁금해 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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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 - <내 여행의 명장면> 공모전 당선작 모음집
강지혜 외 33명 지음 / 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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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싫어하기도 한다. 역마살이 있는 내게 여행이란 단어 그 자체로 상쾌함을 느끼게 하지만 여건상 자주 떠날 순 없다. 다이어트를 할 때 먹지 못 하는 음식 사진들을 찾아보며 솟아나는 식욕을 달래 듯이 나 역시 이런저런 여행기를 기웃거리며 아쉬운 마음을 다독인다. 그러나 많은 여행기들은 가식과 허세에 쩔어 있거나 어디서 본 듯한 사진만 즐비한 경우가 많다. 굳이 책으로 보지 않아도 검색 엔진에 특정 나라나 도시명만 치면 죽 나오는 블로그의 글들만 봐도 충분한 뻔한 숙소, 식당, 쇼핑 등... 옥석을 골라내기란 늘 어렵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가 여행자]는 달 출판사에서 여행에세이 공모를 통해 선발된 글들만 수록한 책이다. 적어도 자기 만족적 글들과 겉보기만 번지르르한 글들은 다 쳐내주었으리라 믿어 선택했다. 다만 마음에 드는 글과 문장이 있어도 그 여행기를 쓴 사람이 전문 작가가 아니기에 그 사람의 향기를 다른 곳에서 다시 찾아볼 수 없다는 위험 부담이 있다. 책에 담긴 모든 글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후회는 없다. 여름 휴가를 다녀오느라 인천 국제 공항 출국장을 빠져 나온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건만, 다시 한번 낯선 도시를 찾아 가고 싶다. 우짤꼬……

 

[ 벌써 기억 깊은 곳 어딘가에 들어앉은 듯한 집 앞에서 6009번 공항버스에 올라탔을 때의 설렘과 공항 라운지에서의 충만한 나른함과 이 여행이 내게 행복해야 하는 몇 가지의 이유 등을 동시다발로 떠올리며 출구를 찾아나선다. 남의 나라 국제공항 도착층에 말 그대로 '도착'하여 회전문을 지나면, 열대도시의 숨이 확 막히는 후끈한 공기나, 서유럽의 그 먼지 낀 듯 습기를 머금은 회색 하늘이나, 지중해 도시들의 먹색을 섞은 원색의 바람이나, 아니면 마천루를 보여주는 도시의 냉기가 나를 가장 먼저 맞아준다.

 낯선 땅에서, 당분간은 내 집이 되어줄 숙소로 가기 위해 택시 뒷좌석에 몸을 싣고 문을 닫는 순간,

사실상 이 여행은 이미 끝나기 시작한 것이다.   - p. 39 ]

 

[ 어쩌면 편지를 쓰는 행위 자체에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편지를 쓰기 전엔 '누군가'에게 쓰는 게 중요했지만 쓰다보면 누군가에게 '이 편지를 쓰는 게' 중요해진다.  <중략>

지구를 반 바튀 돌아 당신에게 전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동안 조금은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느낌을 받았다. 그러므로 답장 같은 건 없어도 괜찮았다.   - p. 54 ]

 

[ - 엄마한테 할 얘기가 없어요. 매일 뚝같은 이야기를 해요. 아침엔 뭐 하고 오후엔 뭐 하고 저녁엔 뭘 했는지 딱 일 분 걸려요. 난 참을 수가 없어요. 내가 너무 하찮게 느껴져요. 어쩌면 이렇게 하찮을 수가 있죠? 마치 바보 같아요. 내 삶은 매일매일이 너무 무미건조해요. 내가 어느 날 갑자기 엄마처럼 생을 마감하게 된다면…….   - p. 243~244 ]

 

[ 이야기하는 동안 와인 한 병이 비워지고 다른 한 병을 연다. 와인 향이 밴 코르크는 향이 참 좋다. 내가 코르크를 만지작거리며 코에 대고 킁킁대는 동안 그가 빈 술잔에 술을 따른다. 잠시 가라앉았던 마음이 다시 한번 천천히 활기를 띈다. 다시 시작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

 두번째 와인을 반병쯤 비운 후 그가 묻는다.

 "둘 중에 어떤 게 더 맛있어?"

 길게 고민할 것 없이 대답한다.

 "이거. 약간 밍밍한 게 더 좋아. 첫번째 건 좀 맛이 강한 거 같아."

 "그럼 넌 이제 앞으로 와인이 마시고 싶으면 시라즈로 마시면 돼. 시라즈가 네 취향인 거야."

 방금, 나에게도 좋아하는 와인이 하나 생겼다.   - p.298~2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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