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파울로 코엘료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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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해지는 것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그보다는 삶을 열정적으로 살고 싶어요. 위험한 일이지요.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절대로 알 수가 없으니까요."   - p. 11 ]

 

[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뇌에 빠진 영혼들은 서로를 알아보고 서로에게 다가가는 믿기 힘든 능력을 지녔다. 그리하여 두 사람의 비애가 서로 섞이는 것이다.   - p. 53 ]

 

[ 어떤 나이가 지나면 우리는 자신감과 확신의 가면을 쓴다. 이윽고 그 가면은 우리 얼굴에 달라붙어 떼어낼 수 없게 된다.

 어린 시절 우리는 눈물을 보이면 애정 어린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운다. 슬픔을 드러내면 위로를 받는다. 웃음으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눈물을 동원하면 통한다는 것을 확실히 안다.

 하지만 우리는 더이상 울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욕실에서 혼자 울 뿐. 자기 자식들에게가 아니면 웃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함부로 보고 이용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잠이 최고의 약이다.   - p. 70 ]

 

[ "당신도 분명 알아차렸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행복하냐고 물은 건 당신에게서 나 자신을 봤기 때문이야. 비슷한 사람들은 끌리게 마련이잖아. 당신은 나에 대해 그런 느낌이 없었는지 모르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아마도 당신은 정신적으로 지쳐있을 테니까. 좀재하지 않는 문재라는 걸 알면서도 그것들 때문에 기력이 고갈되고 있을 테니까."   - p. 75 ]

 

[ 오늘은 슬프지 않다. 나는 누구나 거치는 과정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고등학교 시절 반에서 졸업파티 하던 때가 생각난다. 우리는 두 시간 동안 웃어대다가 결국에는 모두 흐느껴 울었다. 영원히 헤어지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슬픔은 며칠 혹은 몇 주 정도 지속되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에는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이미 끝난 일이라는 것. 서른을 넘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난 그 시기를 아무런 준비 없이 맞이했나보다.   - p. 81 ]

 

[ 인생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이 나를 선택한다. 인생이 왜 내게 기쁨과 슬픔을 안기는지 물어봐야 아무 소용 없다. 그냥 받아들이고 살아나가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 인생을 선택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기쁨과 슬픔으로 무엇을 할지는 결정할 수 있다.   - p. 117 ]

 

[ 여섯 달 전, 새 세탁기 구입 후 세탁실 배관을 바꾸어야 했다. 바닥도 다시 깔고 벽에 페인트칠도 다시 했다. 결국 그곳은 부엌 보다 훨씬 말끔한 공간이 되었다.

 그런 불운한 대조를 피하기 위해 우리는 부엌까지 새로 바꿔야 했다. 그러자 거실이 조금 오래돼 보였다. 그래서 거실을 새로 단장했더니 이번에는 거의 십 년 동안 손보지 않은 서재가 문제였다. 우리는 서재를 고치기로 했다. 점차 우리는 집 전체를 새로 단장하게 되었다.

 똑같은 일이 내 인생에도 일어나기를. 사소한 일들이 엄청난 변화로 이어지기를.   - p. 127 ]

 

[ 내 맘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아무도, 주술사도 정신분석가도 심지어 남편도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느끼고 있을 때, 그가 내게 나타나 설명해주었다……

  그건 외로움이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어도 느껴지는 외로움. 나를 아껴주고 내게 좋은  일이 있기만을 바라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도우려 애쓰는 것은 자신들도 똑같은 감정, 즉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혼자여도 도움을 베풀 수 있다"는 말이 연대감의 표현으로 영우너히 굳어져 있기 떄문이다.   - p. 220~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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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법 - 하 - 제6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대상 수상작
야마다 무네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애플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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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일단 SF다. 불로화 시술(늙지도 죽지도 않는)을 통해 늙지 않고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기술을 발명한 세상의 이야기다. 책이나 영화 상으로 보면 대단치 않은 소재일 수도 있지만, 이런 기술이 실제로 적용되어 사람들이 영원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면 사회가 어떤 모습이 되고 어떤 문제들이 발생하는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내용만 보자면 SF가 아니라 호러인가 싶기도 하다.

 

문제의 핵심은 불로화 시술을 받은 사람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는 이상 결코 죽음에 이르지 않기에 인구의 수가 계속 증가한다는 데에 있다. 한정된 공간, 유한한 자원, 제한된 직장 등의 환경에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수가 계속 늘어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름과 탄력의 저하를 막는 시술로 70세에도 80세에도 처음 시술을 받은 그 나이의 얼굴로 살아갈 수는 있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생각, 감정, 취향 등은 노인의 것과 다를 것이 없기에 사회는 발전을 멈추고 퇴보하기 시작한다. 사회와 국가, 나아가 전 인류가 마치 혈관의 흐름이 막혀 죽어가는 사람처럼 위기와, 쇠퇴의 수순을 밟아가자 숨통을 틔워줄 새로운 법을 고안해낸다. 이른바 생존제한법이라는 것을 시행하여 불로화 시술을 받은 이들로 하여금 각 나라가 정한 삶의 기한이 끝나면 죽도록 하여 영생을 이어가는 것을 막아 사회에 새로운 시대의 에너지를 불어넣고 사회, 경제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그런 이야기다. 여기서는 일본이 배경으로 나오고 생존 기한 100년을 의미하는 백년법이 등장한다. 무지몽매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눈 앞의 혹 하는 불로불사라는 미끼에 빠져들어가 백년법 준수 조약에 사인을 한다. 그러나 자신이 죽을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자 생에 대한 미련이 발목을 잡는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잘 살고 있는 사람을 왜 죽이냐며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기 시작하고 이른바 거부자가 속출하게 된다. 애초에 생이라는 건 인간이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엄청난 권력을 가졌어도 저 뒷골목의 노숙자와 다를 바 없이 때 되면 죽는 것, 그거 하나가 이 불공평한 세상에 유일하게 평등한 단 하나의 진실인데 그것에 손을 댄 인류에게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마지막 페이지가 읽는 내내 궁금하다.

 

젊음을 유지하는 것, 한살이라도 오래 사는 것은 인류의 오래된 꿈이었다.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엄청난 인력과 비용을 지불했던 수많은 지도자들의 사례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흔히 보톡스니 필러니 하는 시술들을 받는 주변인들만을 보더라도 능히 알 수 있는 일이다. 동안이 유행이고, 40세, 50세에도 탄탄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운동에 매진하는 이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의약, 의료, 미용 분야에서 이토록 열심히 노력하고 막대한 투자를 해가며 연구하는 데 언젠가는 가능한 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오래 산다는 것, 늙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 과연 좋기만 한 것인지 가끔 궁금하다. 주름살 제거 수술과 보톡스로 팽팽한 중년 여배우의 얼굴을 바라볼 때 마냥 이쁘고 좋아보이기만 하던가... 자연의 법칙이니 뭐니 하는 그럴싸한 이유를 대지 않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80세의 어머니가 20세처럼 팽팽한 얼굴을 하고 늦게 귀가했다고 잔소리를 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아니, 20세의 얼굴을 한 80세의 어머니는 집에 있지 않고 아까 내가 입장하지 못한 클럽 안에서 한 손에 맥주를 들고 춤을 추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불로불사라는 전설같고 마술같은 일들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잘 그려낸 좋은 작품이다. 자연의 섭리일지 신의 뜻일지는 모르겠지만 예상 가능한 형태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쉽긴 하다. 그치만 이는 피해갈 수 없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어떤 다른 결말이 존재할 수 있을까. 유사 아키히토의 말처럼 "이건 낙관적 예측이 아닙니다. 피할 수 없는 도박이지."

 

[ "요새는 다들 HAVI를 받으니 겉보기에는 다 같이 젊어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제각각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래서 체험한 시대도 다르고요. 하지만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을 가졌다는 건 친구를 사귀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잖아요. 그게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 상권 p. 72 ]

 

[ 말은 그렇게 했지만 가토는 왠지 수긍할 수 있었다.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결단이 항상 충격적인 사건을 통해 내려진다는 법은 없다. 날마다 일어나는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나 접했던 말들이 어느센가 인간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훗날 돌이켜봐도 무엇 하나를 콕 집어 원인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늙는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

 다시 침묵이 흘렀다.   - 하권 p.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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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락
필립 로스 지음, 박범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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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이 일정 단계에 이르면 인간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하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게 마련이다. 설사 그 설명이 무엇 하나 해명하지 못하고 결국 실패한 또하나의 설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 p.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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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의 황야 - 하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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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설명이나 홍보문구, 출판사 이름 등을 굳이 따져보지 않고 구매하게 되는 작가 중 한명이다. 그가 그려낸 작품들의 배경이 대개 몇십년 전이고 실제 그가 집필한 시기도 그에 맞먹지만, 그의 이야기는 시간의 속성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기본적인 인간의 정서를 건드리고 납득가능한 시대적 분위기를 곁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현시대의 잣대와 기준으로 세상을 평가하고 바라보는 입장에서도 과거의 사건과 인물을 그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바라볼 수 있게 만든다는 것부터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탁월한 재능이라 생각한다.

 

오래된 사찰을 둘러보는 세쓰코는 방명록에서 돌아가신 외삼촌의 필적과 같은 서명을 발견한다. 외삼촌이 좋아하던 근처의 다른 사찰에서도 같은 글씨체의 서명이 발견되지만 외삼촌, 노가미 겐이치로의 가족들은 우연이라며 웃어넘기고 만다. 다만, 노가미 겐이치로의 딸 구미코의 연인 소에다만 뭔가 모를 예감에 노가미의 마지막을 아는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게 된다.

 

전체적으로 액션 스펙터클한 장면이 줄줄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상권 초반 몇장에서부터 무슨 일이 벌어질지(노가미가 살아있군) 대번 짐작이 가게끔 쓰여졌다.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이 왜 죽은 걸로 처리되어야 하는지, 이 사실이 어찌 밝혀질지, 누구에게 전해질지 등이 작품의 주요 골자다. 독자도 그 사실을 알면서 읽게 되지만 전혀 재미가 반감되지는 않는다. 이것 역시 작가의 능력이겠지만.

 

노가미가 전쟁 막바지에 정확히 무슨 일을 했었고 그것이 일본의 종전 선언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의 죽음을 발표한 자들과 그의 생존을 의심하며 뒤를 쫓는 자들의 관계에 대해서 자세히 그려냈다면 그 어떤 첩보 스릴러보다 흥미진진했을 것이고 작품의 제목부터 작가에 대한 평까지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사실 상권을 읽는 동안에는 이쪽 스타일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충분히 그런 작품을 쓸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작가임에도 다른 스타일로 이 작품을 마무리 지었다. 아마 작가는 국가, 전쟁, 이해관계, 국민정서, 역사의 평가 등 거창하고 추상적인 개념과 이미지의 이야기보다 그 시대를 살아가고 그 안에서 선택하고 희생당하고 잊혀져가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라 생각한다. 해설에 나온 것처럼 이 이야기는 미스터리의 요소도 부족하고 그런 재미도 확실히 부족하다. 하지만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었기에 그렇게 여러번 드라마화 된 것이 아닐까. 흔하디 흔한 결말이고 뻔한 최루성 장면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공감하는 방식으로 마무리 된 것도 그런 의도가 들어가 있다고 본다.

 

인물들의 따스함과 다정한 마음들이 페이지마다 뚝뚝 묻어나는 작품이다. 이토 다다스케처럼 작품의 전반적 정서를 해치는 캐릭터 관련 사건은 최소한만 보여줌으로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유지해 나간다. 자신의 의혹과 믿음을 토대로 노가미의 주변을 추적하는 소에다 역시, 뭔가를 밝혀내려는 집요함과 치밀함보다 장인이 될 수도 있는 분의 안타까운 사정과 연인의 가족에게 아버지를 돌려주고자 하는 마음이 곳곳에 드러난다.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가족드라마를 보는 기분에 적당한 호기심이 가미되어 끝맛 개운한 음식을 먹은 듯 하다.

 

[ "그게 살아 있는 인간의 번뇌지.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거야. 누군가가 나를 알아두기를 바라는 걸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는 건 역시 쓸쓸하다. ……이런 번뇌 말일세. 그래서 그럴 만한 사람을 찾아보니 역시 자네밖에 없더군."   - p. 134 ]

 

[ "노가미 씨에게는 파리나 사막이나 마찬가지요. 지구상 어디에 가더라도 그에게는 황야밖에 없거든. 결국 국적을 잃은 사람이니 말이오. 아니, 국적만이 아니오. 자신의 생명도 십칠 년 전에 잃은 남자요. 그에게는 지구 자체가 황야요."   - p. 2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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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김중혁 글.그림 / 한겨레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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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맥주 공장 가고 싶다...

 

[ 회사 대표님과 경영진은 결국 신진 아티스트 그룹과 힘을 모아 공장 전체를 작품으로 만들어버렸다. 고양이 그림도 있고, 산수화도 있고, 콩을 닮은 예쁜 동그라미도 있고, 정체불명의 형상도 있다. 이런 식의 낭비라면 괜찮을 것 같다. 생산과 효율을 강조하는 공장의 외벽을 울긋불긋하고 파릇파릇하게 만든 낭비의 마음이 좋다. 사람의 마음을 위해 낭비하는 공장이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식품을 만드는 공장이라서 더 그렇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할 때면 그 사람을 향한 사랑이 음식에 배어들게 마련이다. 공장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 p. 72 ]

 

[ 초콜릿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몇 개 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아이들이라면 초콜릿을 좋아하게 마련이고, 아이들 옆에는 초콜릿을 먹지 못하게 하는 어른들이 있게 마련이다. 어쩌면 세상은 그렇게 굴러가도록 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뭔가 금지시키고,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 새로운 아이들에게 뭔가 금지시킨다. 금지와 허용이 반복된다. 반복되는 금지와 허용 사이에서 아이들은 자란다. 금지가 많은 곳에서 자란 아이들과 허용이 많은 곳에서 자란 아이들은 많이 다를 것이다.   - p. 119 ~ 120 ]

 

[ 공장 문을 연 2011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4500장의 엘피를 찍었다고 하지만 공장의 규모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문의를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실제 제작까지 이른 경우는 별로 없었다. 기계를 돌리지 못하고 노는 날이 더 많았다. 놀았던 시간에 대해 이길용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공장 문을 열었는데 일도 없고 돈도 못 벌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기술력이 일취월장합니다.'

 이런 초긍정주의자 같으니라고! 하긴, 그럴 법도 하다. 인간의 모든 기술은 잉여 노동력으로 발전한 것이고, 할 일이 없어서 새로운 발명을 하게 된 경우도 많으니까 말이다.   - p. 1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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