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삼킨 소녀 스토리콜렉터 28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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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는 막장드라마도 잘 쓰는구나. 앞으론 타우누스 시리즈만 읽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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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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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이토록 무서울 수가... 요즘 세상에선 호환마마보다도 무서운 게 실업인 듯 하다. 특히 나이 좀 들어서 직장을 잃고, 고정 수입이 없어지며, 소속될 곳이 없어진다는 것은 진정 두려운 일일게다.


요새는 60이 넘어도 노인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정정하다. 잘 먹고 잘 관리해서 그런지 실질적인 노인이라는 개념이 지칭하는 연령대는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멀어진지 오래다. 하지만 사회와 기업이 정해놓은 정년의 시점은 아직 그대로인지라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알랭은 57세다. 아직 한창 일할 수 있고 갚아야 할 대출금도 많이 남아 있다. 죽는 소리 하는 자식들에게 어렵지 않게 돈도 빌려주고 사랑하는 아내가 다 떨어진 스웨터 대신 유행하는 새옷을 사 입게 하고 싶다. 그렇지만 현실은 알랭의 바램과는 반대로 돌아간다. 새로 응시한 회사에 취업의 가능성이 조금 보이자 알랭은 가족들의 원망과 반대를 무릅쓰고 돈과 시간, 노력을 모두 쏟아붓는다. 그런데 채용될 사람이 이미 내정되어있다는 얘길 듣고 알랭은 치솟는 분노 속에서 위험한 도박을 계획하게 된다.


고등학교 시절이던가... 한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은 눈 뜨면 갈 곳이 있어야 한다고. 쌓인 일도 버겁고, 상사는 꼴보기 싫어 죽겠고, 얌체 동기와 뺀질이 후배가 너무 싫어 회사 다니기가 너무 끔찍했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도 좋아죽겠어서 회사를 다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자 그 때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 이 사회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한 사람의 몫을 해내고 있다는 기분, 유명 예술가의 작품과는 격이 다르겠지만 엑셀 수식을 만들고 기획서를 쓰고 외부 업체와의 미팅을 잡는 등의 일들이 뭔가 만들어내고 있다는 충족감을 가끔 주기도 한다. 많지는 않아도 꼬박꼬박 통장에 찍히는 월급의 기쁨도 마찬가지다. 이걸 위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힘들게 마치고 스펙 쌓는다고 이런저런 자격증도 기웃거려보고 영어 시험도 보고 그랬지 않던가. 지금보다 좀 더 어린 시절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해외로 여행을 떠난 적도 두어번 있었지만, 그래도 직장이 주는 혜택과 고마움을 전혀 모르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일을 언제까지 계속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내가 아무리 그 소중함과 중요한 역할을 알았다 해도 내 상사가, 내 회사가 혹은 내 건강이, 내 주위 여건이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건 아니니 말이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 말만 들어도 소름끼치도록 무섭다. 죽어라 일하자니 가족이 멀어지고 내 시간이 사라진다. 가족을 돌보고 내 시간을 챙기자니 회사가 등을 떠민다. 어찌 살아야 하나... 이것만은 그 때 그 시절의 선생님도 답을 주실 순 없을 것이다. 알랭에게 벌어진 모든 일들이 마냥 책 속의 일로만 느껴지진 않는다. 작가는 알랭의 심정도, 가족의 심정도 민망하리만치 세밀하게 묘사해 두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다 그럴만한 사연으로 그럴만하게 행동한다. 어디 하나 튀는 구석 없이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기름종이를 올리고 밑그림을 베껴 그리듯 고대로 그려냈다. 알랭에게 좋은 결말이 다가오기를, 다시 안정되고 행복하고 조용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랬지만 역시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다 가진 자, 최고 권력을 지닌 자로 대표되는 회장의 모습도 그닥 행복해 보이는 건 아니었다만 그래도 원망하고 싶다. 그 마저도 할 수 없다면 거대한 피라미드 조직의 마지막 계급으로 기껏 일개미에 불과한 우리들은 너무 불쌍하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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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있었다
문필연 지음 / 북스피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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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가 주최한 K-오서 어워즈 미스터리 부문 당선작이다. 국내 미스터리물에 신인 작가 등, 평소 기피하는 많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북스피어 출판사에 대한 애정으로 구입한 책인데 역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시작은 꽤나 흥미로웠다. 한때 잘 나가던 랜드마크였던 삼일주택의 몰락에 관한 소개, 그 근처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 그 주택에 얽힌 여러가지 흉흉한 소문과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몰래 취재를 시도하는 PD와 경찰의 실종 등. 그런데 아쉽게도 딱 거기까지만이다.


삼일주택에서 벌어지는 사악한 범죄(충분히 예상가능한...)와 혼과 영의 분리, 죽은 자와 산자의 구분, 영매의 존재와 역할, 삼일주택 거주자들에 관한 사연과 담합에 관한 이야기가 주요 골자인데 어떤 한 부분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작가가 작품에 담고 싶어하는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이 독자에게 전달이 안 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본인이 하고픈 얘기만 하겠다면 걍 일기를 쓰는 게 낫지.


책을 덮고 난 후에 느낀 것은 완결이 안 된 이야기를 읽은 것 같다는 것이다. 삼일주택 자체와 관련 소문에 대한 설명만으로 많은 부분을 할애한 후 공모전 마감 날이 촉박해지자 서둘러 마무리해서 끝내버린 듯 하다. 초중반까지 잘 끌어오다가 허무하게 한방(?)으로 끝내버리고, 진짜 사건에 대해선 인물들의 대화 조금과 지하실 묘사 몇 줄로 넘어가고선 제목은 낚시하듯 저렇게 짓다니 다소 성의없게까지 느껴지더라. 결말 즈음에 경찰들은 삼일주택 관련 사건들을 결국 밝혀내지도 설명하지도 못 하고 미결로 남겨 두었는데 작가가 이 작품까지 그리 만든 듯 하다. 삼일주택에서 애초에 어찌 그런 범죄들이 시작되었는지, 굳이 혼과 영의 분리에 관한 설명에 페이지를 할애하면서 그 귀신의 존재를 부각시킨 이유는 뭔지, 삼일주택 거주자들이 어찌 그런 일에 연류되어 담합하게 되었는지 설명이 없다. 범행 장소를 위시한 배경 설명에만 충실할 뿐 동기도 없고 트릭(?)에 관한 설명도 없고 캐릭터에 대한 묘사도 부족하며 사건진행 부분은 아예 건너뛰어 버린다. 작가는 평소에 관심이 많던 분야의 소재들을 모두 끌어다가 이 책에 쏟아부었나보다. 좀더 보충하여 각각 다른 책으로 써낼 욕심은 없었는지. 게다가 나 혼자 만의 느낌인지는 모르겠는데, 전체적인 작품의 배경이 분명 한국이란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이나 아니면 다른 나라의 그것처럼 느껴진다. 말주변이 부족하여 적절한 단어를 골라 납득할만한 설명은 못 하겠는데 책을 읽는 내내 일본 미스터리 영화의 한 장면스런 것이 머리 속에 떠오른다.


가끔 신인작가의 데뷔작이나 공모전 당선작을 읽고 실망할 때마다 그러려니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러나 독자가 신인작가의 책이라고, 데뷔작이라고 책 값을 할인 받나? 절대 아니다. 유명 작가의 대작도 동일하게 책정된 값을 주고 구매하며 바쁜 일상 중에 똑같이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책을 읽는다. 이미 시장에 나온 이상 그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다고 본다.


내가 뭐라고, 너무 지적질 일색인 듯 하여 죄책감이 좀 들었다. 리뷰를 쓰지 말고 걍 지워버릴까 하다가 책 말미에 있는 작가의 말을 떠올리고 걍 쓰기로 했다. 작가는 링 밖에서 독설가였다고 스스로 말했다. 링 위의 선수에게 그것밖에 못 하냐고, 그의 스피드를, 스텝을 조롱하고 힐난했다고 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글 한줄 쓰지 못하지만 독자라는 역할로 살아가는 이상 링 안의 선수에게 손가락질 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초중반까지는 꽤 재미있었기에 더 많이 안타깝다. 미안한 말이지만 작품 자체보다 작가의 말이 더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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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필연 2015-02-22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소설을 쓴 사람입니다.
연휴에 구글링을 하다가 코뿔소님께서 쓰신 서평을 읽고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먼저 제 소설에 관심을 가져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요즘 같이 많은 미디어가 난무하는 시대에 소설책을 읽는다는 것은,
게다가 이름도 없는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압니다.
말씀처럼 신인의 책이라고 값이 싼 것도 아니기에 코뿔소님이 보여주신 성의는
실로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코뿔소님께서 지적하신 여러 문제점들은 가슴 깊이 새겨넣겠습니다.
제 의도가 님에게 충분히, 잘 전달되지 않은 점, 저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제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거나, 능력이 미흡했던 까닭이겠지요.
다만, 코뿔소님의 예상처럼 마감일에 쫓겨 서둘러 마친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만은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공들여 쓴 것이고, 대사 하나, 단어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거의 외울 정도로 손보고 또 보았습니다.
그걸 독자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은 아디까지나 쓴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큰 실망을 하신 것 같아, 앞으로 잘 지켜봐 달라고 말씀 드릴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혹시라도 제 이름이 어딘가에 있으면
그냥 `저 친구 아직도 글 쓰나 보네.`하고 눈여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단히 노력해서 꼭 그런 날이 오도록 정진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더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코뿔소 2015-02-23 14:30   좋아요 0 | URL
보시고 고까운 마음에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을텐데, 이렇게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어줍잖은 리뷰가 상처는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꾸준히 작품 활동 하시길 바라며, 계속 작가로 정진한다면 꼭 대작을 집필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개 독자 하나가 쓴 글에 이 정도의 관심을 보이고 진심을 전하고자 하시는 모습을 보니, 단지 바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쓰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좋은 작품, 많이많이 부탁드립니다.

문필연 2015-02-24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흉터많은 인생에 이정도 상처야 상처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오랫동안 재미있는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 성격이 아닌지라 대작은 엄두도 나지 않을뿐더러
대작이 어떤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코뿔소님의 서평을 읽고
다른 건 몰라도 님이 인정하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군요.
그날까지 눈 맑은 독자로 남아주시기 바랍니다.

코뿔소 2015-02-25 11:31   좋아요 0 | URL
눈 맑은 독자... 제게도 큰 숙제를 주셨네요.
네,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문필연님의 재미가 가득한 소설 역시 기대하겠습니다. ^^
 
악명 높은 연인 스토리콜렉터 25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 지음, 이원열 옮김 / 북로드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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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로 일하며 아들과 단 둘이 살아가던 소피 브링크만은 담당 환자로 있던 엑토르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엑토르 역시 그녀에게 좋은 감정을 갖게 되어 깊은 관계로 발전할 듯 보였는데, 알고보니 그는 유명한 범죄조직의 수장이었다. 엑토르를 감시하던 경찰의 눈에 소피가 걸려 들게 되고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범죄 조직의 세계에 연루된다. 여기까지의 줄거리는 그닥 특이할 건 없는 내용이다. 예전에 개봉했던 전도연, 박신양 주연의 영화 도입부도 이와 비슷했다. 다만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책 뒷면에 쓰인 홍보 문구의 마지막 한 줄, '마침내 소피가 변하기 시작한다' 였다. 소피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경찰의 협박과 폭력에 질리고 엑토르에 대한 마음을 떨칠 수 없어 조직 세계에 가담하게 되는 그런 스토리를 기대했던 거다. 어린 시절부터 그려왔던 조직 여두목의 분위기, 화려한 밤의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통유리창 옆에 서 있는 한 여인, 몸에 착 달라붙는 검붉은 톤의 차이나 드레스(왜 차이나 드레스인지는 모르겠다. 중국 영화를 본 적 없는 어린 시절부터 그려온 이미지였는데...)를 입고 잘 재단된 검정 양복을 입은 누군가가 낮은 저음으로 보스 혹은 회장님 하면 천천히 뒤돌아보는 아름다운 여인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더란 말이지. 분명 유치하고 만화스런 전개일지는 모르겠으나 충분히 재미나 보였던게다. 그치만 난 오늘도 낚이고 말았다.


책 결말 즈음, 소피의 내면에 뭔가 변화가 생기긴 한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이게 '소피 브링크만' 시리즈 3부작 중 첫 권 이라고 하니 소피가 그 세계에 발을 들인 계기를 그리고 싶었던 모양인데, 그런 것 치고는 너무 길다. 그걸 위해 640페이지나 들여야 했다는 말인가... 엑토르의 조직이나 한케파와의 갈등, 무기밀매상이 되어 돌아온 첫사랑의 이야기, 경찰 내부 조직의 허상과 부패를 다루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기존에 출판된 무수한 범죄소설들과 비교하여 점수를 더 주기엔 많이 부족하다.


로맨스 부분만 두고 봐도 그렇다. 소피가 엑토르에게 느끼는 감정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려고 드는 것도 별로다. 엑토르가 사람의 내면을 꿰뚫어 보고 상대방이 뭘 원하고 어떤 것을 감추려는지 너무 잘 파악해서 불편하고 긴장된다는 것은 상황이나 에피소드를 통해 설명되어야 하지 소피의 입으로 굳이 들을 필요는 없다. 몇몇 캐릭터에 대한 묘사도 너무 획일적이고 반복적으로 등장해서 아까 봤던 페이지를 다시 읽는 기분이다. 격투 장면, 총 쏘는 장면, 자동차 추격 장면 등은 작가가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자료 조사나 공부가 부족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그만큼 디테일이 충실치 못하고 붕 뜨는 느낌이다. 작가가 집필 전에 기본적으로 설정해 둔 얼개는 괜찮은 듯 싶은데 데뷔작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절히 분배하여 풀어가고 연결해 나가는 힘이 부족해 보인다. 엑토르파, 한케파, 경찰조직의 이야기까지 모두 다루는 와중에 엑토르와 소피의 로맨스까지 끌고 가는 게 너무 무리인 듯 하다. 과연 시리즈의 2권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인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작가가 내가 바라는 세계를 충실히 구현해 줄 지는 별개의 문제다. 안 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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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 옮김 / 뿔(웅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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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누가 있을 때면, 그러니까 지니 말고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있을 때면 닐은 더 생기 있고 활기차게, 비위라도 맞추는 듯 더 살갑게 굴기도 했다. 그러나 지니는 이제 그런 것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지니는 닐과 스물한 해를 같이 살아왔고 그동안 그녀 역시 다소 더 내성적이고 아이러니한 사람으로 변해 버렸다. 이런 변화는 그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이라고,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곤 했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떤 가면들은 필수적이기도 하지만 때로 너무 일상적인 것이 되어서 버리고 싶을 때조차 버릴 수도 없는 것이다.   - p. 82 ]


[어떤 책들은 부모님이 십 대 때 학교에서 받은 상이었다.(그 책들에는 아름다운,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엄마의 필체로 엄마의 처녀 시절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집에 있는 책들은 서점에서 파는 그런 책과는 다른 것 같았다. 창밖의 나무가 살아 있는 식물이라기보다는 땅에 뿌리내린 집의 일부인 것처럼 여겨졌다.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황야의 부르짖음』, 『미들로시언의 심장』 같은 책들을 보며 앨프리다는 "아주 흥미진진한 책들이긴 한데, 근데 장담하지만, 펼쳐보지도 않죠?"라고 물었다. 아빠는 그녀와 한패라도 된 것처럼 책들이 시시하다는 표정으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때로 시간이 날 때면 아버지는 한참씩 그 책들을 읽곤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그런 종류의 거짓말을 하거나 경멸을 가장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전에 알고 지내던 사름들은 더 이상 만나고 싶지가 않았다.   - p. 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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