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연인 스토리콜렉터 25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 지음, 이원열 옮김 / 북로드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간호사로 일하며 아들과 단 둘이 살아가던 소피 브링크만은 담당 환자로 있던 엑토르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엑토르 역시 그녀에게 좋은 감정을 갖게 되어 깊은 관계로 발전할 듯 보였는데, 알고보니 그는 유명한 범죄조직의 수장이었다. 엑토르를 감시하던 경찰의 눈에 소피가 걸려 들게 되고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범죄 조직의 세계에 연루된다. 여기까지의 줄거리는 그닥 특이할 건 없는 내용이다. 예전에 개봉했던 전도연, 박신양 주연의 영화 도입부도 이와 비슷했다. 다만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책 뒷면에 쓰인 홍보 문구의 마지막 한 줄, '마침내 소피가 변하기 시작한다' 였다. 소피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경찰의 협박과 폭력에 질리고 엑토르에 대한 마음을 떨칠 수 없어 조직 세계에 가담하게 되는 그런 스토리를 기대했던 거다. 어린 시절부터 그려왔던 조직 여두목의 분위기, 화려한 밤의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통유리창 옆에 서 있는 한 여인, 몸에 착 달라붙는 검붉은 톤의 차이나 드레스(왜 차이나 드레스인지는 모르겠다. 중국 영화를 본 적 없는 어린 시절부터 그려온 이미지였는데...)를 입고 잘 재단된 검정 양복을 입은 누군가가 낮은 저음으로 보스 혹은 회장님 하면 천천히 뒤돌아보는 아름다운 여인의 이야기를 기대했었더란 말이지. 분명 유치하고 만화스런 전개일지는 모르겠으나 충분히 재미나 보였던게다. 그치만 난 오늘도 낚이고 말았다.


책 결말 즈음, 소피의 내면에 뭔가 변화가 생기긴 한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이게 '소피 브링크만' 시리즈 3부작 중 첫 권 이라고 하니 소피가 그 세계에 발을 들인 계기를 그리고 싶었던 모양인데, 그런 것 치고는 너무 길다. 그걸 위해 640페이지나 들여야 했다는 말인가... 엑토르의 조직이나 한케파와의 갈등, 무기밀매상이 되어 돌아온 첫사랑의 이야기, 경찰 내부 조직의 허상과 부패를 다루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기존에 출판된 무수한 범죄소설들과 비교하여 점수를 더 주기엔 많이 부족하다.


로맨스 부분만 두고 봐도 그렇다. 소피가 엑토르에게 느끼는 감정들을 하나하나 설명하려고 드는 것도 별로다. 엑토르가 사람의 내면을 꿰뚫어 보고 상대방이 뭘 원하고 어떤 것을 감추려는지 너무 잘 파악해서 불편하고 긴장된다는 것은 상황이나 에피소드를 통해 설명되어야 하지 소피의 입으로 굳이 들을 필요는 없다. 몇몇 캐릭터에 대한 묘사도 너무 획일적이고 반복적으로 등장해서 아까 봤던 페이지를 다시 읽는 기분이다. 격투 장면, 총 쏘는 장면, 자동차 추격 장면 등은 작가가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자료 조사나 공부가 부족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그만큼 디테일이 충실치 못하고 붕 뜨는 느낌이다. 작가가 집필 전에 기본적으로 설정해 둔 얼개는 괜찮은 듯 싶은데 데뷔작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적절히 분배하여 풀어가고 연결해 나가는 힘이 부족해 보인다. 엑토르파, 한케파, 경찰조직의 이야기까지 모두 다루는 와중에 엑토르와 소피의 로맨스까지 끌고 가는 게 너무 무리인 듯 하다. 과연 시리즈의 2권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인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작가가 내가 바라는 세계를 충실히 구현해 줄 지는 별개의 문제다. 안 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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