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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앨리스 먼로 지음, 서정은 옮김 / 뿔(웅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주위에 누가 있을 때면, 그러니까 지니 말고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있을 때면 닐은 더 생기 있고 활기차게, 비위라도 맞추는 듯 더 살갑게 굴기도 했다. 그러나 지니는 이제 그런 것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지니는 닐과 스물한 해를 같이 살아왔고 그동안 그녀 역시 다소 더 내성적이고 아이러니한 사람으로 변해 버렸다. 이런 변화는 그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이라고,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곤 했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떤 가면들은 필수적이기도 하지만 때로 너무 일상적인 것이 되어서 버리고 싶을 때조차 버릴 수도 없는 것이다. - p. 82 ]
[어떤 책들은 부모님이 십 대 때 학교에서 받은 상이었다.(그 책들에는 아름다운,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엄마의 필체로 엄마의 처녀 시절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집에 있는 책들은 서점에서 파는 그런 책과는 다른 것 같았다. 창밖의 나무가 살아 있는 식물이라기보다는 땅에 뿌리내린 집의 일부인 것처럼 여겨졌다.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황야의 부르짖음』, 『미들로시언의 심장』 같은 책들을 보며 앨프리다는 "아주 흥미진진한 책들이긴 한데, 근데 장담하지만, 펼쳐보지도 않죠?"라고 물었다. 아빠는 그녀와 한패라도 된 것처럼 책들이 시시하다는 표정으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때로 시간이 날 때면 아버지는 한참씩 그 책들을 읽곤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제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그런 종류의 거짓말을 하거나 경멸을 가장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전에 알고 지내던 사름들은 더 이상 만나고 싶지가 않았다. - p. 1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