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란 말 따위 - 딸을 빼앗긴 엄마의 마약 카르텔 추적기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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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이란 말 따위.

두렵지만, 그런 말 따위 할 필요 없다는 뜻일까,

두려움은 말 따위에 불과해고 난 두렵지 않다는 뜻일까.

'평범한 사람'은 건드리지 않을거라 믿고, 조용히 그리고 안전하게 지내던 가장 평범한 가족의 딸 카렌이 마약 갱단에 납치되어 사망한다.

어머니 미리암은 딸 카렌의 구출을 위해 많은 몸값을 지불하고 정부에 도움도 청했지만 그 무엇도 카렌의 목숨을 구해줄 수 없었다. 그리하여 가장 평범하게 살길 원했던 미리암은 직접 그들의 심판에 나선다. 멕시코 내에서도 가장 폭력적인 집단으로 간주되는 세타스 카르텔에서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죗값 치르지 않은 이들. 모두 죽음으로 벌받으리라.

평범한 소시민으로 남고 싶었던 미리엄과 그녀의 여정을 끈질기게 쫓는 르포르타주. 작가는 아잠 아흐메드이다.

카렌이 실종된 지 정확히 한 달째가 되었던 2014년 2월 23일, 미리암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고 2층으로 올라가 목욕했다. 그녀는 거울 앞에 앉아 정말 오랜만에 머리를 빗었다. 화장을 하고 외출복을 입었다. 그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거실에서 아잘리아에게 말했다.

"한 달이 지났는데 그놈들이 카렌을 돌려주지 않았어. 이게 무슨 의미인지 나는 엄마로서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어." 그녀가 말했다.

미리암은 카렌이 집에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 적어도 자신이 바랐던 방식으로는 말이다. 막내딸 카렌은 죽었다. 목소리에는 자기 연민이 없었고, 얼굴에는 눈물도 고통스러운 기색도 없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잠시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내 여생을 걸고 내 딸에게 이런 짓을 한 놈들을 전부 찾아낼 거야.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어."

p55

책은 멕시코 범죄 카르텔의 역사와 주인공의 역사를 계속해서 교차시킨다. 그래서 더 생동감있게 느껴진다. 방대한 양의 자료에서는 모든 인물이 개인으로 존재한다. 조용히 존재하는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믿음에 금이 가던 시기. 갱단들이 정치와 법의 손을 잡고 서서히 몸집을 불려나갈 때, 미리암은 결혼을 했고 세 명의 아이를 낳았다.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도 평범한 인생은 계속해서 존재했다.

그러나 하나의 갱단이 아닌 여러 갱단끼리의 싸움이 지속되고, 또 그 규모가 점점 커지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 뿐인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 상처를 안긴다. 폭력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이유가 없는 게 당연하고, 저녁 외출은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것이 되어 버렸으며, 주변 사람들이 사라져도 모른척 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6장 '저주받은 가족'에서는 미리암-루이스 부부를 필두로 가족이 점점 분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카렌은 부모의 별거와 지역사회 전체가 마비된 시기 속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카렌은 점점 밖을 향해 나갔고, 가족들에게 사생활을 숨겼다. "파니의 집에서 파티를 여는 것부터, 바바라와 친구가 된 것, 그리고 어느 순간 범죄 세계에 노출된 것까지.(p138)" 카렌은 범죄의 표적이 되었고,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또 다른 위협으로부터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집을 버리고 탈출하기도 한다.


그 후 이어지는 이야기는 죽은 딸을 위해, 또 다른 피해자를 위해,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세타스 카르텔을 소탕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미리암을 집요하게 쫓아가는 과정이다.

"배가 고파요." 크리스티아노가 말했다.

미리암은 동정심을 느꼈다. 가슴이 아팠다. 분노보다 더 근본적인 감정이었다. 그녀는 크리스티아노가 있는 조사실로 건너가 비닐로 감싼 닭고기 한 조각을 건네주었다. 조사가 길어지면 자신이 먹으려고 가방에 싸 온 음식이었다. 어린 시절 친구이자 1년 전 남편이 납치된 이달리아 드 바에스도 수사본부에 함께 와주었다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안이 벙벙해진 수사관 한 명이 화난 목소리로 이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잘 알지 않느냐고 물었다. 미리암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인간은 두 가지 진실한 감정을 동시에 품을 수 있다. 살인자에 대한 증오심, 그리고 겁먹은 소년에 대한 동정심.

p176

복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통쾌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나도 불행해짐을 느낀다.

아주 생생하고 구체적이다. 사건의 타임라인이나 글의 짜임새에 흠이 없지만서도 어느 한쪽을 편파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건 자체를 바라보고 있다고 느꼈다. 미리암의 이야기를 따라가긴 하나 그녀에게 감정적으로 깊게 몰입하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자로 가깝게 느껴진다. 건조한 것 같은 문체를 구사하는데 버석버석하진 않고 오히려 희미하게 타오르는 느낌이 있다.

단순히 딸을 위한 복수에서 시작하여 나와 같은 처지의 피해자 가족들을 서서히 이해하게 되고, 그들과 연대하며 끝내는 가해자의 가족들 역시도 피해자로 품고 보듬는 결정을 내리기까지를 보여주는 성장 서사이다. 동시에 직접 나서지 않고서는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었던 평범한 사람이 평범함을 잃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서사이기도 하다.

이야기 자체를 따라가는 과정이 버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한 사람을, 한 가족을 이렇게까지 깊게 들여다봐도 되나?

퍼즐 조각 맞추듯이 단서를 조금씩 조금씩 모아 사건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느낌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경찰이 출동해 수갑을 채우자 엘 키케가 미리암에게 자비심도 없냐고 물었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 딸을 죽일 때 네 놈의 자비심은 어디에 있었지?"

p256

절대 두려워하지 마.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 두려움에 휘둘려선 안 된다, 특히 여자는.

p277

사건을 파헤치는 집요한 능력과 두려워하지 않는 심성으로 정부와 해병대, 세타스 카르텔에게마저 주요 인사가 된 그녀는 이제 다시는 평범한 삶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었다. "어머니가 지난 3년간 맞서온 세타스, 어머니 때문에 조직원들이 죽거나 수감된 카르텔, 공포를 연결고리로 삼았던 지배구조를 어머니가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발휘하여 와해시킨 범죄 조직이 마침내 보복에 나섰(p283)"고 미리암은 총 8발을 맞는다. 그녀는 자기가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는 그녀가 카렌을 살해한 가해자들을 찾아다닐 때 묵묵한 조력자가 되었던 아들 루이스 엑토르가 미리암이 남긴 모든 것을 받아 여동생과 어머니를 위한 복수를 마무리지으려 한다. 그러나 불의에 맞서 온몸을 던졌던 미리암은 이제 없다. 그리고 세상은 그녀가 존재하기 이전으로 손쉽게 돌아간다. 이제 세상에는 폭력과 슬픔만이 몸집을 불린 채 숨쉰다. 미리암을 기억할 사람, 누구인가.

이 책은 한 개인이 역사와 무관할 수 없다는 잔인한 사실을 알려준다. 완전히 혼자서 존재하는 개인은 없다. 모든 인생은 시간과 사건 위에 배치되고 뒤섞이며 각각의 모양과 서사를 갖는다. 우리는 훗날의 누군가가 배울 역사서 속의 사건을 실시간으로 살아내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리엄의 이야기는 어쩌면 개인의 서사일 수도, 어쩌면 단체의 서사일 수도, 어쩌면 세상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어쩌면 언젠가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사회 문제에 엮이지 않고자 그러 조용히 살길 바랐던 한 가족 구성원의 납치, 살해, 복수, 연대를 거치며 사회와 역사의 일부로 걸어 들어간 사람의 이야기.

우리가 바라던 것이 확실하게 구현되어 있다. 이곳저곳 마구 누빌 수 있는 친화력과 라포, 사실에 기반한 꼼꼼한 취재,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흥미와 긴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필력 같은 것.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고, 읽고 난 후에는 읽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느끼며 마음이 약간 차오르는 것. 마구잡이로 책을 찍어내는 시대에 사람을 위해 사람이 오래 공들인 책의 힘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2025. 12. 11 허진


카렌이 실종된 지 정확히 한 달째가 되었던 2014년 2월 23일, 미리암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고 2층으로 올라가 목욕했다. 그녀는 거울 앞에 앉아 정말 오랜만에 머리를 빗었다. 화장을 하고 외출복을 입었다. 그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거실에서 아잘리아에게 말했다.

"한 달이 지났는데 그놈들이 카렌을 돌려주지 않았어. 이게 무슨 의미인지 나는 엄마로서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어." 그녀가 말했다.

미리암은 카렌이 집에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했다. 적어도 자신이 바랐던 방식으로는 말이다. 막내딸 카렌은 죽었다. 목소리에는 자기 연민이 없었고, 얼굴에는 눈물도 고통스러운 기색도 없었다.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잠시 신중하게 말을 골랐다.

"내 여생을 걸고 내 딸에게 이런 짓을 한 놈들을 전부 찾아낼 거야.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어." - P55

"배가 고파요." 크리스티아노가 말했다.

미리암은 동정심을 느꼈다. 가슴이 아팠다. 분노보다 더 근본적인 감정이었다. 그녀는 크리스티아노가 있는 조사실로 건너가 비닐로 감싼 닭고기 한 조각을 건네주었다. 조사가 길어지면 자신이 먹으려고 가방에 싸 온 음식이었다. 어린 시절 친구이자 1년 전 남편이 납치된 이달리아 드 바에스도 수사본부에 함께 와주었다가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안이 벙벙해진 수사관 한 명이 화난 목소리로 이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잘 알지 않느냐고 물었다. 미리암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인간은 두 가지 진실한 감정을 동시에 품을 수 있다. 살인자에 대한 증오심, 그리고 겁먹은 소년에 대한 동정심. - P176

경찰이 출동해 수갑을 채우자 엘 키케가 미리암에게 자비심도 없냐고 물었다.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 딸을 죽일 때 네 놈의 자비심은 어디에 있었지?" - P256

절대 두려워하지 마.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 두려움에 휘둘려선 안 된다, 특히 여자는. - P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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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비즈 - 이제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해볼게
사라 노빅 지음, 김은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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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 있는 것처럼 들려?

엄마의 무심한 질문이 통역사의 손끝을 통해 전해졌다.

몰라요. 물속에서 어떻게 들리는지 모르니까요.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서평단 도서 제공)

리버밸리 농인학교의 10학년, 11학년 룸메이트인 오스틴 워크맨화 엘리엇 퀸, 그리고 찰리가 사라진다.

이들은 왜, 무엇때문에 사라진걸까?

6개월 전으로 돌아가 이야기는 시작한다.

듣는 것이 당연하고, 듣지 못하는 것이 흠이 되는 세계.

그런 세계에서는 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흠으로 자라날 수밖에 없다.

청인 부모는 농인 자녀인 찰리를 보호라는 명목 하에 규제하고 억압하며,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찰리의 의지가 아닌 부모의 의지로 (그녀를 위해서) 인공와우 수술을 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고 농인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갔지만 성적이 좋지 않다.

자신의 언어를 찾지 못한채 들려오는 소리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채로 살던 찰리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농인 학교에 가게 된다.

그리고 농인 커뮤니티에 녹아들며 자기 세계를 넓히고, 자기 언어를 갖는다.

비로소 자기 인생을 자신의 것처럼 살게 된 찰리, '오스틴'이라는, 특권을 가진 애를 만나게 되는데.....




주인공들은 모두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이다.

매일 변화하는 스스로를 견디며 성장하는 존재들.

부모와의 갈등, 정체성을 둘러싼 혼란, 일탈, 친구관계, 학교생활, 연애, 섹스 등을 가감없이 그려낸다.

성장은 '듣기'의 여부와 관계없이 주어지는 일이므로 농인 청소년들 또한 커뮤니티 내에서의 성장이 중요할 것이다.

듣는 것이 당연한 세계의 일원으로 태어나서

나역시 듣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소설의 도움을 받아 내가 몰랐던 인생을 살기 전까지, 계속해서 당연하게 여겼을 것들.

-

책의 중간마다 수어 표현, 수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사전처럼 펼쳐진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찰리가 청인 학교에서 농인 학교로 오면서 새롭게 배우게 된 내용들이기도 하다.

찰리의 배움을 따라, 그녀가 넓혀가는 세계만큼 독자의 세계도 넓어질 수 있다는 미약한 희망을 품는다.

-

"가장 고요한 세상에 가장 시끄럽게 불을 지르는 한판 승부!"

'트루 비즈'는 '이제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해볼게.' 라는 미국 수어 단어이다.

정상성의 세계에 강제로 편입되느라 언어를 갖지 못했던 아이가 언어를 쟁취하고 마침내 들려주는 이야기.

듣지 않으려는 어른들에게 "전사"가 되어서라도 기꺼이 듣게 만들려는 이야기.

그 중요한 이야기가 시작될 차례다.

2024. 04.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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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이름들의 낙원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교육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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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 제공)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주체가 해야할 선택이다. 고로 주어진 운명을 깨는 것 또한 주체가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일생에 주어진 매 선택의 기로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며 살고 있을까?

포도청 다모로 일하게 된 '설'은 운명에 당당히 맞선다.

조선시대라는, 여성이라는, 노비라는 제약을 뛰어넘고자 분투하는 인물이다.

책을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독자는 점점 설이 존재하는 조선으로, 한양으로, 포도청으로, 그 체계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끝내는 '설'이라는 인물 그 자체가 되어 소설의 이곳저곳을 누빈다.

연쇄적인 살인으로 음산한 분위기가 풍기는 한양에서 죽음을 조사하고 사건의 진상에 한 발씩 다가가다 보면 결국 맞닥뜨리는 질문은 이것이다.

믿음과 확신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무엇을 믿고, 무엇을 확신할 것인가?




-




개인적인 믿음이 허락되지 않았던 시대에, 스스로 옳다고 확신하는 것을 저버리지 않은 자들이 있었다.

연쇄적인 살인의 피해자가 된 이들의 공통점은 '천주교'를 믿는 신자였다는 점이다.

주어진 운명을 벗어나는 것의 결과가 죽음으로 돌아왔던 이 시대에, '믿음'이 얼마나 숭고한 가치였을지 가늠할 수 있다.

살인사건을 조사하며 촘촘하게 들어오는 역사 배경과,

저만의 서사를 가진 입체적인 인물이 퍼즐처럼 들어맞으며 더 생동감있는 세계를 창조해낸다.

-

소설을 이끄는 많은 등장인물이 있다.

한 종사관, 견, 심 부장, 이 대장, 안 생원, 최 도령 ...

이들은 모두 남성이다. 남성의 권력과 지위를 휘두른다.

그러나 소설을 '진짜로' 이끌어가는 것은 이름 없는, 이름 지워진, 이름이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다.

설, 소이, 혜연, 애정, 소이, 우림, 련 .....

이들은 여성이고, 노비이다. 권력과 지위 따위 없으며, 복종하고 충성을 바쳐야만 한다.

작가는 이 모든 이름 없을 존재들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름을 '잃어버리기' 위해서는 원래부터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없었던 것은 잃어버릴 수가 없으므로. 고로 잃어버린 것은 되찾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잃어버린 이름을 가진 자들은 어떻게 될까? 이들이 찾아갈 '낙원'은 어디에 있을까?

진실에 다가갈수록 믿음은 흔들리고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없게 된다.

사건은 자꾸만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데, 설은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수 있을까.

'있어야 할 곳', '내가 있을 곳'을 찾아 분투하는 소녀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내 인생의 주인"이 되기 위한 사람들의 이야기.

결말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가다 보면, 우리 안의 '무언가'도 조금은 변화했음을 깨닫는다.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독자를 '나' 밖으로 꺼내고 다른 세계로 데려가는 힘.

다른 경험을, 다른 인생을 이해하는 힘 말이다.



2025. 04.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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