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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비즈 - 이제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해볼게
사라 노빅 지음, 김은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평점 :
물 속에 있는 것처럼 들려?
엄마의 무심한 질문이 통역사의 손끝을 통해 전해졌다.
몰라요. 물속에서 어떻게 들리는지 모르니까요.
잠시, 침묵이 내려앉았다.
(서평단 도서 제공)
리버밸리 농인학교의 10학년, 11학년 룸메이트인 오스틴 워크맨화 엘리엇 퀸, 그리고 찰리가 사라진다.
이들은 왜, 무엇때문에 사라진걸까?
6개월 전으로 돌아가 이야기는 시작한다.
듣는 것이 당연하고, 듣지 못하는 것이 흠이 되는 세계.
그런 세계에서는 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흠으로 자라날 수밖에 없다.
청인 부모는 농인 자녀인 찰리를 보호라는 명목 하에 규제하고 억압하며,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다.
찰리의 의지가 아닌 부모의 의지로 (그녀를 위해서) 인공와우 수술을 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고 농인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갔지만 성적이 좋지 않다.
자신의 언어를 찾지 못한채 들려오는 소리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채로 살던 찰리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농인 학교에 가게 된다.
그리고 농인 커뮤니티에 녹아들며 자기 세계를 넓히고, 자기 언어를 갖는다.
비로소 자기 인생을 자신의 것처럼 살게 된 찰리, '오스틴'이라는, 특권을 가진 애를 만나게 되는데.....
주인공들은 모두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이다.
매일 변화하는 스스로를 견디며 성장하는 존재들.
부모와의 갈등, 정체성을 둘러싼 혼란, 일탈, 친구관계, 학교생활, 연애, 섹스 등을 가감없이 그려낸다.
성장은 '듣기'의 여부와 관계없이 주어지는 일이므로 농인 청소년들 또한 커뮤니티 내에서의 성장이 중요할 것이다.
듣는 것이 당연한 세계의 일원으로 태어나서
나역시 듣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소설의 도움을 받아 내가 몰랐던 인생을 살기 전까지, 계속해서 당연하게 여겼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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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중간마다 수어 표현, 수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사전처럼 펼쳐진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찰리가 청인 학교에서 농인 학교로 오면서 새롭게 배우게 된 내용들이기도 하다.
찰리의 배움을 따라, 그녀가 넓혀가는 세계만큼 독자의 세계도 넓어질 수 있다는 미약한 희망을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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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요한 세상에 가장 시끄럽게 불을 지르는 한판 승부!"
'트루 비즈'는 '이제 진짜 중요한 이야기를 해볼게.' 라는 미국 수어 단어이다.
정상성의 세계에 강제로 편입되느라 언어를 갖지 못했던 아이가 언어를 쟁취하고 마침내 들려주는 이야기.
듣지 않으려는 어른들에게 "전사"가 되어서라도 기꺼이 듣게 만들려는 이야기.
그 중요한 이야기가 시작될 차례다.
2024. 04.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