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들)
클레르 마랭 지음, 류재화 옮김 / 사람in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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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또는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어 단절을 선택했지만 여전히 나에게 남아있는 상처를 확인하며 살아갑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며 아픔은 조금씩 옅어지지만 이전에 나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상처받지 않고 진짜 나를 찾고 싶어 사람들과 거리를 두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워지거나 세상과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단절에는 자신을 찾고 싶은 희망과 자신을 잃어버릴 위험이 함께 있다'는 문구가 와닿았습니다. 제목에 끌려 읽게 된 『단절(들)』은 상처를 지우는 방법이 아니라 그 상처를 안고 새로운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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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말하는 단절은 사람과의 이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가족과의 절연, 질병등 익숙했던 삶을 떠나는 일처럼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모든 변화를 단절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단절이 우리를 무너뜨리는 사건인 동시에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만드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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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환점이 된다는 말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단절은 상처를 남기는 일이지 삶을 바꾸는 계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단절은 과거를 잊는 게 아니라 상처를 안은 채 이전과는 다른 나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결국 이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삶도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단절이 새로운 삶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조금은 이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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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의 단절에 대한 부분은 제 생각을 다시 돌아보게 했습니다. 부모이자 자식의 입장에서 가족은 언제나 지켜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때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가족과 거리를 두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책 속에 부모의 사랑 부족으로 인한 분노와 절망으로 쓰인 생존 지침서 같다는 글은 다소 충격적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처를 견디며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옳은 일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합니다.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가족을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제 생각도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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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아가며 크고 작은 단절을 경험합니다. 이미 지나간 단절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경험을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갈지는 각자의 몫이란 생각이 듭니다. 단절은 끝내는 것이 아니라 부러진 삶을 다시 이어가며 새로운 삶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저자의 이야기가 여운을 남깁니다. 저 역시 상처를 없애려 하기보다 달라진 나를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 단절 이후의 삶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단절(들)』은 단절을 극복하라고 말하기보다 상처를 안고도 계속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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