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과 저것
아리아나 파피니 지음, 김현주 옮김 / 분홍고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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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과 저것들이 존재하는 곳, 이것들은 저것들을 먹어왔고 저것들은 먹혀왔다고 합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지만 먹고 먹히는 관계는 당연한 질서였고 그 누구도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게 자연스러웠습니다. 『이것과 저것』은 그렇게 당연하게 이어져 온 관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언젠가 먹히게 되는 저것들은 그걸 알면서도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았는데 그게 삶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먹히기 전까지 인생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이미 정해진 운명이라고 여기며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보지 않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쯤은 그 관계를 바꿀 수 있는지 질문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 주어진 삶을 즐기려는 태도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것들의 부모는 아이에게 저것들을 보여주며 언젠가 자신들이 먹어야 할 것들이라고 말합니다. 저것들의 부모도 위에 이것들을 올려다보며 아이에게 언젠가 자신들은 이것들에게 먹히게 되니 그때까지 남은 삶을 즐기라고 합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아이들의 시선입니다. 이것들과 저것들의 아이는 먹고 먹히는 관계로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서로 호기심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다가갔고 둘은 어른들과 달리 서로를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두 아이의 만남은 이것들과 저것들에게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어른들은 오래전부터 그래 왔다는 이유로 그 관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바꾸려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두 아이의 만남은 그런 생각이 꼭 옳은 것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세상에는 원래부터 정해진 관계라는 것이 없고 마음 안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서로를 이것과 저것으로 나누지 않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존재로 바라봅니다. 그렇게 나뉘어 있던 이름 대신 '우리'라는 관계가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왜 서로를 나누며 그 규칙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적이 되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두 아이처럼 어렵지 않게 '우리'를 만들어 갈 수도 있는데 서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거리를 두는 관계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이것과 저것』은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을 통해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익숙한 규칙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조금만 바꿔 보면 다른 관계가 만들어질 수도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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