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 지루한 지룽이 북멘토 그림책 34
베티나 오브레히트 지음, 율리 푈크 그림, 김서정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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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해요. 아무 일도 안 일어나요"

방에는 책도 많고 장난감도 산더미이지만 에밀은 어쩐지 침대에만 가만히 앉아만 있습니다.

그때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확인해 보니 자신을 너무 지루한 지룽이라고 소개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에밀이 뭐하는 거냐고 물으니 아무것도 안한다고 하는 지룽이는 그대로 에밀의 방에 들어왔습니다. 자기와 놀려고 왔냐고 해도 아니라고 하고 책을 읽어 달라고 하니 글씨를 모른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니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고 하는 지룽이에게 에밀은 이야기하는 법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 앉아있는 에밀을 보니 지룽이가 왜 찾아왔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지루함이란 아무것에도 관심 없이 그저 멍하니 시간을 보내게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그림책에서는 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아무 관심이 없던 아이가 생각을 시작하고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게 바로 지루함에서 출발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루함이 부정적인 게 아니라 무언가 시작되기 전 잠시 쉬어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처음 혼자 침대에 앉아있던 에밀의 모습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함께 책을 읽은 아이는 처음에 지룽이라는 존재를 재밌어했습니다.

지루함이란 감정이 캐릭터로 만들어지고 그 모습이 기다란 회색 소시지 같다며 말이죠.

지룽이와 에밀이 변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에밀에게서 자기 모습을 보는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책이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고 합니다.

생각의 물꼬를 터주는 법을 알려주는 것 같다는 제 생각과 비슷했나 봅니다.

아이들의 상상의 세계는 무궁무진 합니다.

재촉하지 않고 생각할 시간을 느긋하게 기다려주면 어느새 반짝이는 눈으로 이야기를 하는 아이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는 감정을 속으로 삭이는 편이라 조금만 다그쳐도 입을 꾹 닫아버려서 함께 책을 읽고 넌지시 질문을 건넨 뒤 생각할 시간을 주고 기다렸습니다. 그랬더니 지룽이가 자기 지루한 감정을 표현한 것 같은 캐릭터라고 말하거나 어떤 아이들에게 이 책이 필요할지도 생각했습니다. 마치 그림책 속 에밀이 이야기하는 듯 했습니다.

겨울 방학 동안 추운 날씨 탓에 집에만 있게 된 아이가 심심하다는 말을 달고 살며 지루해하는 걸 보면서 이것저것 권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게 더 나은 일이었구나 싶습니다. 지루함도 나쁘지 않다는걸 알려준 책입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건 무언가를 채워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채울 시간을 주는 것이라 생각하니 지룽이가 찾아온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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