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클레어 키건이 20대에 쓴 『남극』은 하나의 이야기가 아닌 1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소설집 입니다. 이야기들이 짧은 단편이라 쉽게 읽혀지지만 다루는 소재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묵직한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다루지만 지나치게 무겁거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글이 짧아 등장인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서사는 많지 않지만 작가는 꼭 필요한 부분의 정보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짧은 이야기임에도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고 읽는내내 다양한 감정과 공감을 느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남극>은 오만한 한 여인의 욕망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며 평범한 일상 속에서 만족을 느끼는 주부라는 설정은 짧지만 명확하게 전달됩니다. 이어 드러나는 그녀의 위험한 상상과 욕망 그리고 실제로 옮기는 과정은 강렬하게 그려집니다.

결말은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는데 개인적으로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화상>에서 네 명의 가족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 인상적입니다.

그들은 과거와 맞서 그것을 짓밟아 없앨 것이라고 했는데 작가는 이 문장의 장면을 생생하게 글로로 보여줍니다.

<남자와 여자>에서 딸이 지금까진 보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답답하게 이어지던 감정이 한순간에 풀리는 듯했습니다.

<두 자매> 언니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인생을 타인을 위해 희생하지 않기로 합니다.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는 관계는 정리가 답이었습니다.

<여권 수프>는 상실 이후 부부 사이에 남은 감정의 온도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여줍니다.

말로 다 전해지지 않는 원망과 감정이 행동으로 드러나며 둘의 관계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감정은 드러나 부딪히더라도 차라리 그편이 낫다는 생각에 공감이 됩니다.

섬세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글을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따스한 문장만으로는 차가운 세계와 싸울 수 없다'라는 말이 책을 읽고 나니 공감이 됩니다.

클레어 키건의 20대 시절의 작품세계가 궁금한 독자들에게 권해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