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괴담
온다 리쿠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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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괴담』은 중년의 남자 네 명이 카페에 모여 괴담을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여러 곳의 카페를 옮겨 다니며 한 사람이 하나의 괴담을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 소설을 읽고 있는 지금은 추운 겨울입니다.

괴담이라고 하면 보통 여름에 등골을 서늘하게 하며 읽는 이야기를 떠올리게 됩니다.

땀을 식히기 위해 읽는 장르라는 인식이 강한데 겨울에 읽는 괴담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괴담을 읽는 계절 역시 이 소설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처럼 느껴집니다.

중년 남자들이 술집이 아닌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눈다는 설정도 흥미롭습니다.

온다 리쿠의 소설을 처음 읽는 터라 별다른 기대나 선입견 없이 읽을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이들이 나누는 짧고 굵직한 괴담은 현실과 맞닿아 있는 비현실의 이야기들입니다.

책을 읽다 보니 나의 경험담이 떠올랐습니다.

괴담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하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일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퇴근 후 피곤이 몰려와 지하철에서 졸고 있었는데 귀에다 대고 누군가 큰 소리로 제가 내릴 역 이름을 말해 놀라 깼습니다.

급히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가 내릴 역을 어떻게 알고 말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험입니다.

『커피 괴담』에는 내가 겪은 일과 닮은 이야기들이 등장합니다.

허무맹랑이나 현실과 동떨어진 괴담이 아니라 세상에서 한 번쯤은 있을 법한 믿기 어려운 일로 다가옵니다. 소설 속 이야기라 허구라 생각했지만 작가가 실제로 들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썼다고 하니 이야기에 대한 친밀감도 생깁니다.

평소 호러나 공포 장르를 좋아하는데 장르가 주는 긴장감과 짜릿함 때문입니다.

하지만 『커피 괴담』 속 이야기들은 읽다 보면 공포보다는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커피나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오랜 친구들이 나누는 수다처럼 다가오기도 하고 삶을 어느 정도 살아온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과장되지 않고 담담하게 전해집니다. 무서움이 아닌 이야기 자체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집중하게 되고 카페를 옮겨 다니며 이어지는 구조 때문인지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커피와 괴담이라는 조합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졌지만 책을 읽고 나니 커피는 일상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한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괴담은 삶과 동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살아가며 마주할 수 있는 믿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는 일들이며 그 이야기가 커피를 마시듯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공포를 기대하기보다는 조용한 이야기 속에서 일상의 다른 시선을 만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편안하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듯 가볍게 시작해 읽다 보면 어느새 재미있게 읽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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