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머물다 마음을 씁니다
엄민정 외 지음 / 북도슨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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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림을 좋아한 시간이 꽤 오래되었습니다.

마음은 좋아하는 쪽을 향했지만 현실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고 그렇게 그림과는 상관없는 삶을 살아오다 아이들에게 손길이 조금씩 덜 가게 될 무렵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그때부터 전시를 관람하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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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고 돌아올 때마다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관심 있게 바라본 그림이 분명 있었는데 그 그림 앞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글로 옮기기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시 관람뿐 아니라 다양한 미술서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보고 느낀 나만의 감각을 어떻게 말로 풀어낼 수 있을지 자주 막막해졌습니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에 『그림에 머물다 마음을 씁니다』 가제본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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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을 살펴보니 그림의 정보를 설명하는 글이 아니라 그림 앞에 머문 개인의 사유를 담은 이야기들에 시선이 머무르게 합니다. 감상에는 정해진 답이 없으니 그림을 본 뒤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글로 담아낼 수 있는지 안내합니다. 그림을 이해하는 법보다 그림을 바라본 뒤의 마음을 기록하는 일에 집중하게 만드는 점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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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부터 우리의 그림까지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고 남긴 글들 가운데 우리나라 그림 중에서는 <어변성룡도>가 특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만년필로 글쓴이의 문장을 필사했고 그림도 함께 그려보았습니다.

<어변성령도>는 조선 시대 선비들이 과거시험 합격을 기원하며 서재에 걸어 두던 민화라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읽는 순간 고3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아이 방에 걸어 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 민화를 직접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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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림이 좋아서 그리고 싶고 감상을 글로 남기고 싶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저처럼 예술을 좋아하지만 느낀 바를 글로 옮기는 데 망설임이 있었던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의 가제본을 먼저 읽었습니다. 가제본이었지만 집필에 참여한 저자들의 다양한 시선을 만날 수 있어 그 다채로움이 인상 깊었습니다. 정식 출간 소식을 들으며 저자분들께 진심 어린 축하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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