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돌프J 달달 옛글 조림 1
유준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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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돌프 사슴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산타할아버지의 희망이 되어준 루돌프는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흥얼거리게 되는 캐럴 속 주인공입니다. 언제나 붉게 빛나는 코와 함께 기억되는 익숙한 루돌프, 그런데 『루돌프 J』의 표지에서 만난 루돌프는 달랐습니다. 반짝이는 빨간 코도 없었고 산타의 썰매를 끄는 당당한 주인공의 표정도 아니었습니다. 어딘지 낯설고 조금은 지쳐 보이는 모습이 시선을 붙잡아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렇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루돌프 J의 이야기로 또 하나의 새로운 크리스마스 그림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무사히 마친 날, 루돌프 J의 반짝이던 빨간 코는 빛을 잃었습니다.

산타는 그동안 고생이 많았다며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도 된다고 말합니다.

역할을 다했다는 말은 끝을 의미했습니다. 고향으로 돌아온 루돌프 J는 하루아침에 할 일을 잃은 존재가 됩니다. 허무한 마음을 애써 다잡고 이것저것 손을 대 보지만 익숙하지 않은 일들은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루돌프 K가 찾아옵니다. 산타의 편지를 전하며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말합니다. 갑작스러운 부탁에 루돌프 J의 마음은 선뜻 열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조차 쓸모없게 느껴지는 순간에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일이 버거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반짝이는 눈을 가진 루돌프 K는 포기하지 않고 루돌프 J의 곁을 맴돕니다.

루돌프의 코는 언제나 빨갛게 빛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빛을 잃은 루돌프의 모습이 안쓰럽게 다가옵니다. 오랫동안 최선을 다해 해 오던 일을 더는 하지 못하게 된 존재의 허탈함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것 같고 다른 일에는 서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루돌프 J의 시선이 왠지 마음에 남습니다. 그 모습은 아이들이 자라 각자의 둥지로 떠난 뒤 부모로서의 역할을 내려놓은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루돌프 J에게 맞는 일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알려주고 그 사실은 잃어버린 빛을 다시 불러옵니다.

이 그림책의 원작은 조선 후기 문인 홍우원의 고전 산문 「노마설」로 나이가 들고 역할을 내려놓은 존재의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한 사람이 맡은 일을 마친 뒤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자리가 남아 있다는 점을 전하며 그 이야기를 루돌프 J를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시 풀어냈습니다. 루돌프 J처럼 나 역시 언젠가 지금의 역할을 내려놓을 때 또 다른 나의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때를 위해 지금부터 내가 좋아하는 일을 이어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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