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RA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커다란 구렁이가 사람들의 몸을 칭칭 감고 있고 그 틈에 파묻힌 얼굴들은 저마다 욕망을 상징하는 물건을 움켜쥐고 있습니다. 이 강렬한 장면의 표지와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의 제목을 마주하는 순간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목차에는 아람, 형근의 이름이 반복되고 있고 민욱의 이름이 자리해 있습니다. 이야기는 이들의 시선을 따라갑니다.
아람은 연극을 전공했지만 현실의 벽 앞에 생계를 위해 콜센터에 다닙니다. 아람의 친구 소을 역시 예술을 꿈꿨지만 상담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소을의 죽음으로 아람은 몰랐던 소을의 모습을 알게 됩니다. 소을의 죽음과 소을의 남자친구 석원, 그들의 일을 처리해주는 듯 하지만 다른 욕망을 품고 있는 형근, 그리고 민욱과 주변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단순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인물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연기를 하며 살아가고 있고 서로를 이해한 듯 보이지만 그건 자신의 필요와 두려움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고 그것들은 결국 파국으로 이어집니다.
한 때 예술을 선택한 이들이 꿈을 이루려 노력했지만 어려운 현실에 좌절하는 모습이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한 사람의 삶이 무너지는 일은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을 향하던 마음이 현실 앞에서 어떻게 흔들리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나쁜 짓을 한 사람들이고 그들의 행동에 내내 불편한 마음이 들지만 현실에도 존재하며 세상을 함께 살고 있고 내 안에 그릇된 욕망도 비슷하기에 그들의 모습이 완전히 다른 세계 이야기처럼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예술에 관한 살인적 농담』 을 읽으며 작가가 던지는 불편한 질문들을 마주하고 내 안의 욕망은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