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과 마르가리타 2
미하일 불가코프 지음, 박형규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처음에는 몹시 흥미진진하다가 점점 재미있고,  다음권으로 마구 넘어가게 된다.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이 펼치는 종횡무진의 이야기. 처음엔 악마가 등장하는 추리소설인가 했다. 작중 작가인 거장이 쓴 본디오 빌라도의 이야기와 교차하면서, 사실 소설이 겨냥하는 것은, 은총도, 악마의 매혹도 그 무엇도 아닌, 몹시 쓸쓸한 성찰임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소설의 결론이 이렇게 슬픈 시선일 줄은 예상치 못했다.

책 껍데기에도 쓰여있듯이, 이건 정말 슬픈 사랑얘기다. 그리고 작가로서의 쓰라린 삶을 살다가 간 불가코프 자신의 담담한 고백이기도 하다. 작중의 작가에게 거장이라는 칭호를 붙여준 것조차 묘한 중의적인 느낌이 든다. 세상을 향해 포문을 열고 자신의 펜을 휘두른 용기의 댓가는 차디찬 세상과의 단절이었고 작가는 말동무를 잃어버린 흰 망토의 사나이처럼 자신과 독백을 나눈다. 결말이 너무 가슴을 울려서 가슴이 먹먹할 지경이다. ㅜㅜ;

이토록 깊은 슬픔을, 심지어 광기에 가득찬 명랑한 우화를 통해서도 이야기하는 이 작가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전율로, 손에 잡힐듯이 눈에 선한 이미지들을 막힘없이 그려내어 보여주면서 그가 당도하는 곳은 위로라는 종착역이다. 사실은 가장 그가 도착하고 싶었을지도 모를.

러시아 사람들은 원래 이렇게 소설을 잘 쓰는건가.ㅜㅜ; 아니면, 가혹한 현실만이 진짜 거장을 태어나게 하는 필요충분조건이라도 되는건가. 그저 감동할 뿐이다. 이 소설이 끈질기도록 붙잡고 늘어져 마침내 얻어내는 그 다사로운 위로가, 이 쓸쓸했을 고독한 작가에게 영원히 함께하기를.; 정말, 지금 나와도 전혀 손색없을 작품이다. 1940년에 쓰여졌을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놀라움의 연속. 그리고 절절한 감동. 정말, 악마라도 좋으니 이 빌어먹을 세상을 뒤집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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