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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별빛처럼 빛난 자들 - 20세기 한국사의 가장자리에 우뚝 선 이름들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11월
평점 :
작가는 이 책에서 소개된 사람들을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의 생각을 크게 변화시키고 감정을 격발한 존재들'이고, '지난 한 세기동안 어려운 이웃을 위해 먼저 발 벗고 나서거나 사회와 문화 예술 분야에서 찬란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이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역사에 별빛처럼 빛난 자들은 총 3부로 나누어있으며 26인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익숙한 근현대사 대중 문화인들의 이름도 많이 보이고, 처음 알게된 음향 전문가 김벌래, 한국적 모더니즘 건축의 창시자 김중업 등 생소한 인물들의 이야기도 알 수 있습니다.
'1부 스스로 빛난 찬란한 별들'에 가장 많은 인물들이 나옵니다. 세계 최고, 조선 제일의 무용수 최승희(1911-1969), 신여성 김향안(1916-2004), 20세기 한국 화단의 최고 스타 천경자(1927-2015), 시인 기형도(1960-1989), 가수 김추자(1951- ), 가수 한대수(1948- ). 한국 농구의 여왕 박신자(1941- ), 걸그룹 가수 홍청자(1924-?), 가수 김창완(1954- ), 가수 윤복희(1946- )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사랑의 목발질하며 살아온 시인의 짧은 밤들, 청춘의 몸살을 앓게 하는 시긴 기형도(1960-1989)'가 기억에 남습니다. 서른이 되기 전에 작고한 시인이라 안타깝고 또 저희 집에도 기형도 시인의 유고시집이 있거든요... 故 김광석님이 라디오에서 낭송해줘서 알게된 故 기형도 시인의 '정거장에서의 충고'가 여전히 귓가에서 들리는 듯 해서 말입니다. 기형도 시인의 이름도 알고 시집도 알고 있었지만 기형도님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것이 없었는데 '역사에 별빛처럼 빛난 자들'으로 기형도 시인에 대해 조금은 알게되었습니다.
'2부는 약자들의 편에 선 친구들'입니다. 한국 독립영화계의 거장 김동원(1955- ), 인권변호사 조영래(1947-1990), 야구 선수 최동원(1958-2011), 조선 여자고학생들의 큰언지 정종명(1896-?), 정의구현사제단을 만든 신부 함세웅(1942- ), '훈맹정음'의 창시자 박두성(1888-1963), 흥남부두에서 9만 8천 명을 피난시킨 현봉학(1922-2007), 전태일(1948-1970)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태일 평전'의 저자로 유명한 조영래 변호사는 1983년에 '시민공익 법률상담소'를 열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변호 활동을 했습니다. 전태일 평전을 읽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요. 처음 그 책을 읽을 때에는 저자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나이 들수록 '전태일 평전'을 어떻게 썼는지, 저자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지 말입니다. 조영래 변호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집단소송으로 불리는 '망원동 수재사건'을 맡아 6년간 이어진 소송에서 승소하고,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여성 조기 정년제 철폐 사건', '상봉동 연탄공장 진폐증 보상 사건', '대우어패럴 노조사건' 등 수많은 소송을 맡았습니다. 또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의 도화선이 되었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도 참여해 군사독재정권이 무너지는데 일조하였지만 1990년 폐암으로 사망했습니다. 막연히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으로 조영래 변호사님의 이야기를 알게 되니 더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정의구현사제단'을 만든 함세웅 신부님 이야기도 있습니다. 함세웅 신부님 역시 이름만 들어봤는데 이 책으로 어떤 일을 하셨는지 대략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함세웅 신부님은 '종교가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고 홀로 고고한 척하는 건 가장 큰 죄악이며, 힘 없고 가난한 이들을 위해 굳세게 싸우는 게 종교 본연희 사명이라고 생각했다(p173)'고 합니다. 1974년 지학순 신부가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되자 1974년 9월 26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순교자 찬미 기도회'에서 '제1시국선언'을 발표하며 정의구현사제단을 창설합니다. 사제단은 '3.1 민주구국선언'을 주도했고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희생자들과 함께 고통을 나눴으며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의 진실을 알렸습니다. 함세웅 신부님은 '아파하는 자들이 겪는 고통을 함께 나누고 무거운 짐 진 자들의 수고를 덜어'준 분(p172)이에요. 함세웅 신부님은 1974년 '민주회복 국민선언'을 주도한 혐의로 첫 수감 생활을 했고, 1976년에는 '3.1 민주구국선언'에 천주교 대표로 참여했다가 1979년 10.26 사건이 일어날 때까지 감옥에 있었다고 합니다. 함세웅 신부님은 2012년 사목 자리에서 물러나 은퇴한 후 사택에서 홀로 기거하고 있는데요, 2018년에 사제 서품 50주년을 맞아 한 신문사와 인터뷰에서 "교회가 자본주의의 부스러기를 먹고 살고 있다"라고 거침없이 교회를 비판하며 교단의 정진과 시민 사회를 향한 관심을 다시금 촉구한 바 있다(p176).고 해요. 함세웅 신부님은 약자들을 위해 언제나 함께 하셨고 한국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3부는 '시련을 견뎌낸 존재들'입니다. 바이올린 마스터 메이커 진창현(1929-2012), 음향 기술자 김벌래(1941-2018), 한국적 모더니즘 건축의 창시자 김중업(1922-1988), 조선 최고의 문화재 수집가 전형필(1906-1962), 대한민국 여성 희극인의 대모 김윤심(1914-?), 프로레슬링 선수 김일(1929-2006), 바둑 기사 이창호(1975- ), 성철 스님(1912-1993)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바이올린 마스터 메이커' 저는 처음 듣는 단어인데요, 마스터 메이커는 '그가 만든 악기가 더 이상 다른 이의 감수를 받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는 의미(p223)'이며 전 세계에 다섯 명 밖에 없다고 합니다. 우와 처음 알았어요. 정말 대단쓰... ^^ 진창현은 '조선적(朝鮮籍)'을 유지한 사람이에요. 조선적은 해방 이후 군정 체제하에서 재일동포들에게 부여한 임시 국적인데요, 남북 각각 단독정부를 수립한 이후 재일동포들은 남한과 북한 중 하나를 선택해 국적을 변경했지만, 국적 선택을 미루고 조선적을 유지한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국적 때문에 어려운 일도 많았고,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일본 바이올린 장인들은 진창현을 제자로 받아주지도 않았지만 진창현은 거의 독학으로 바이올린 제작 원리와 음향 이론을 익혀 바이올린을 제작했어요. 1984년에는 '미국바이올린제작자협회'에서 진창현에게 '마스터 메이커' 칭호를 수여했고, 2004년 일본 후지TV 에서는 진창현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가 제작되었으며, 2008년에는 일본 고등학교 2학년 영어 교과서에 그의 일대기가 실리기도 했으며, 같은 해 대한민국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수여되기도 했습니다. 진창현은 2012년 대장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평생 조선적을 바꾸지 않았다고 합니다. 진창현, 마스터 메이커, 조선적이라는 단어 모두 처음 본 거라 신기하기도 했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간송 전형필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전재산을 우리나라 문화재를 사 모으고 보호하는 데 사용한 전형필님은 좋은 물건이 있으면 어디든 찾아가고 상대가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돈을 제시하고 골동을 사모은 것으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일화를 몇 개 소개하고 있으며 특히 '훈민정음 해례본'을 큰 성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형필이 소장한 해례본은 '간송본'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훗날 '국보 제70호'로 등재, 199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 현재는 그의 후손들이 '간송미술문화재단'을 설립하여 전형필의 업적과 유지를 기리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스물 여섯 명의 인물들을 다양하게 한 권으로 만날 수 있고, 짧고 간결하게 적어놓아 빠르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다양한 분야의 #근현대사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재미있고 또 현재 tv 등으로도 만날 수 있는 김창완, 윤복희, 한대수, 이창호 님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으니 더 친근한 책입니다. 한 번 읽어보시면 시간가는 줄 모르실 것 같지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