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탄 게츠는 보사노바 앨범으로 유명한데 찰리 버드와 함께 한 <Jazz Samba>, 루이스 봉파와 함께 한 <Jazz Samba Encore>, 라우린두 알메이다와 함께 한 <Stan Getz with Guest Artist Laurindo Almeida> , 주앙 지우베르투와 함께 한 <Getz/Gilberto>, <Getz/Gilberto 2>, <Getz/Gilberto ‘76>, 게리 맥팔랜드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Big Band Bossa Nova> 같은 앨범은 대중적으로도 성공했고 음악적으로도 훌륭하다. 하지만 스탄 게츠는 성격이 개차반이어서 부인과 딸에게 가정 폭력을 행했고 주변 사람들과도 관계가 좋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다. 예술가의 삶과, 그가 만든 예술을 별개로 봐야 한다고 나는 주장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연주를 한 사람이 인간적으로는 개차반이었다는 게 아이러니하고 씁쓸하다. 스탄 게츠한테 매 맞던 부인에게 이 앨범은 아름다운 연주로 남아 있을까. 매 맞던 기억을 일깨워 주던 끔찍한 연주인가. 이 앨범의 저작권으로 생계에 도움을 받은, 고마운 연주인가. 스탄 게츠 가족의 이야기가 궁금한데 인터뷰나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사실은 오늘 티나 터너가 작고했다는 뉴스를 보고 스탄 게츠를 떠올렸다. 티나 터너의 음악 인생은 두 가지로 나뉜다. 남편 아이크와 함께 한 시절-솔로 시절, 다시 말하면 남편 아이크한테 매 맞고 고통을 숨기며 무대에 선 시절-남편에게서 빠져나와 한 인간으로 당당하게 홀로 선 시절이다. 티나 터너는 강인한 여성, 멋진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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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할러데이의 <Solitude> 앨범에는 처연함이 가득하다. ‘Love For Sale’, ‘Solitude’ 를 들어보면 알 수 있는데 이 곡들을 이렇게 애달프게 부르는 이는 보지 못했다. <Solitude> 앨범을 듣고 스산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어대는 풍경을 떠올렸다. 앙상한 나뭇가지가 있다. 그 나뭇가지는 자신을 흔드는 바람 속에서 언젠가 도래할 햇빛을 갈구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 힘겹게 버티고 있다. 나뭇가지는 빌리 할러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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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존슨의 <Right Brain Patrol>. ‘They Love My Fifteen Feet Away‘ 와 ‘After You‘ 는 이 앨범에서 내가 좋아하는 곡인데 보컬의 아련한 울림(They Love My Fifteen Feet Away)과 질구하는 베이스(After You)가 참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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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 향기 - 싱그러움에 대한 우아한 욕망의 역사
알랭 코르뱅 지음, 이선민 옮김 / 돌배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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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코르뱅은 <풀의 향기>에서 잡초, 정원, 풀밭 등 풀과 관련한 감정의 역사를 조망한다. 풀을 대하는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변해 왔느냐 하는 것을 소설, 시 등 문학작품으로 두루 살피고 있다. 그런데 수많은 감정 중에서 고통은 없다. 풀을 관리하는 고통, 지겨움을 언급한 문학작품이 없다는 건 과거에 풀은 괴로움을 주는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풀냄새가 부르는 향수를 말하는 작가들이 많은데 그 또한 풀에 대한 감정이 좋은 이유가 될 것이다. 현재 풀을 대하는 감정이 어떠하고,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로 그의 이야기는 흘러간다. 현재와 미래에 대해 말하는 건 짧지만 그가 말하는 바는 명확하다. 현재는 과거 풀이 주던 기쁨을 잃어버렸고 앞으로는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풀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 생각하게 되는데, 나한테는 잔디밭에는 들어가면 안 된다. 풀을 밟으면 안 된다. 하는 금지와, 군대에서 부대 정비를 하기 위해 제거해야 했던 귀찮은 노동으로 기억되고 있고, 외가집에서 주변의 풀을 뜯어 불었던 풀피리, 지금은 사라진 보라매 공원의 개구멍-그 개구멍으로 들어가 풀을 헤치며 열매를 따먹곤 했다.-로 대변되는 어린 시절의 향수로 남아 있다. 인적이 드물었던 로마 보르게세 공원, 핀초 언덕에서 싱그러운 풀냄새를 맡으며 거닐 때 어떤 걱정도 피로도 느끼지 못했는데 이 또한 풀이 주는 기쁨일 것이다. 지금도 풀밭에 앉아 풀냄새 속에서 책을 읽거나 풀밭에 누워 한숨 자고 싶은 마음은 늘 갖고 있다.

시대가 지나며 대상을 대하는 관점이 바뀌면 대상한테 느끼는 정서도 바뀌는 건 당연한데 지금 우리가 풀한테 느끼는 정서는 과거 사람들이 느꼈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 과거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을 우리는 잃어버렸다는 게 놀랍다. 옛사람들보다는 못해도 나는 조금은 그 기쁨을 기억하고 있다. 풀을 밟고, 풀냄새에 취하고, 풀밭에서 누워 이야기를 하고, 풀피리를 불고, 풀을 베개 삼아 잠을 자고 사랑을 나누는 일. 도시에 살면서 풀과 멀어지게 되었기에 풀이 주는 감정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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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나치 군의관을 추격하는 형과, 나치 군의관 일당한테 쫓기는 동생의 이야기가 스릴이 있는데 형이 동생과 동생의 여자친구와 처음으로 만나 같이 식사하는 장면에 눈이 갔다. 형은 동생의 여자친구에게 어느 지역 출신인지 묻고 자신의 동료가 그 지역 출신이라며 반가워하고, 동료가 스키를 잘 타는데 그 지역 유명인과 같이 스키를 탔다면서 너도 그 유명인과 같이 스키를 탔냐고 묻자 여자친구는 형의 질문에 전부 그렇다고 답을 한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형은 진지한 얼굴로 여자친구에게 거짓말하지 말라고 말한다. 동생의 여자친구가 언급한 지명은 가짜였고, 그걸 알면서도 형은 태연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내 여자친구를 떠 봤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쿠엔틴 타란티노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술집 장면이 생각났다. 발음이 특이한 독일군 장교(사실은 영국군인 그)에게 고향이 어디냐고 의심하며 묻는 게슈타포 장교에게 독일군 장교는 스위스 어느 시골이고, 스키를 타는 장면으로 영화에 출연했고, 하며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마라톤 맨이나 바스터즈나 나치와 싸우는 영화이고 인물의 거짓말이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로 사용되는 것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마도 쿠엔틴 타란티노가 <마라톤 맨>의 이 장면을 차용하지 않았나 싶은데, 타란티노가 단순히 따라하기만 한 게 아니라 자신의 방식대로 해석하여 긴장감을 높였으니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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