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나는 신이다:신이 배신한 사람들>가 세간에 화제가 되자 언론마다 사이비 종교단체의 위험성을 알리는 기사를 내놓고 있는데 어제 경향신문 기사의 제목은 “여성·새내기·지방러’ 노린다···새학기 대학가 ‘사이비 포교’ 주의보” 였다. 그 기사에는 JMS 정명석의 이름이 나온다. 기사제목에 등장하는 여성, 새내기, 지방러라는 단어들이 의미심장한데 이것들은 공통점이 있다. 여성은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불안감이 있고, 새내기는 대학 생활에 대한 꿈, 지적 욕구가 있다. 지방러 또한 서울보다 차별받는다는 불만 또는 서울로 가야만 한다는 불안감이 있다. 즉 사이비 종교는 사람들 마음 속 결핍과 불안을 노리는 것이다. 똑똑한 엘리트가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마음의 약한 지점은 영화나 소설에서 중요한 재료가 된다. 욕망과 결핍, 욕망에 충실한 사람과  결핍을 이용하는 사람은 이야기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라면 이야기는 달라지는데 약한 지점을 노리는 것은 한 인간을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재산을 뺏어가고, 몸을 유린하고, 정신을 파괴하며, 노동력을 착취하고, 가정을 파탄낸다.

사이비 종교는 옛날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마음을 노리는 범죄들. 이를테면 사기 범죄나 그루밍 범죄도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인간의 마음은 약하고, 그것을 노리는 악마는 늘 있으니 말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범죄를 막을 수 있나. 형량을 높여야 하나.약한 마음을 붙잡아 주도록 사회가 지지체계를 갖춰야하나.

이런 범죄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암울하게 떠도는 연기 속에 홀로 남겨진 인간이 떠오르며 마음이 어수선해진다. 그래도 피해자가 용기내 목소리를 내고, 그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이들이 있으니 악마가 발 붙이기 힘들지 않겠나.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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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 스토리 - 화장의 기나긴 역사
리사 엘드리지 지음, 솝희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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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에 대해서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게 몇 가지가 있는데, K-뷰티가 왜 인기가 있느냐. 전철에서 화장을 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 하는 것 등이다. K-뷰티의 꾸민 듯 안 꾸민 듯 한 화장이 중국,일본,동남아 여성들한테 인기라는데 그건 K-드라마와 K-팝 때문일 것이다. K-드라마가 재미있고 배우들이 이쁘고, K-팝이 멋지고 아이돌이 이쁘다고 생각하니 그들처럼 되고 싶어서 화장을 할 것이고, K-뷰티가 인기가 있는 것이다. 동남아 소녀들이 SNS에 한국 아이돌의 얼굴색을 톤 다운시켜 공유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한국 아이돌처럼 나도 하얗게 될래가 아니라, 한국 아이돌은 우리처럼 까무잡잡해. 라는 건데, 그건 동남아 소녀가 화장품을 살 경제력이 없고, 한국 아이돌처럼 보이게 화장을 할 기술과 시간이 없기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이돌 사진에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피부색을 어둡게하는 것은 손쉽게 한국 아이돌과 내가 동질감을 느끼는 방법이 될테니 말이다.

대중교통에서 누가 화장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일부러 외면한다. 화장은 사적인 영역, 은밀한 영역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기자가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는 여자’라는 칼럼을 써서 지하철에서 화장이 추하다고 했다가 SNS에서 욕먹은 적이 있었다. 그를 향한 비판은 여자가 지하철에서 화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보라는 것이었다. 여자한테 요구되는 게 많아서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지하철에서라도 화장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 항변이 일리가 있다. 예뻐지고 싶어서 화장을 하는 사정도 있겠지만, 화장을 안 하고 출근을 했다간 게으르다거나 자기 관리를 못 한다는 평가를 받을테니 아무리 하기 싫어도 할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있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나는 화장하는 여자를 보면 외면할지언정 비난하지 않는다.

<메이크업 스토리-화장의 기나긴 역사>에서 내가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도 이것이었다. 화장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1)사회의 요구, 2)개인의 요구이다. 르네상스 시대 여성은 화장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없었으며 따라야 할 규범만 존재했다고 한다. 미국 여성들이 여성 참정권 시위를 하며 당시 일반인들은 거의 바르지 않던 빨간색 립스틱을 입술에 발랐다는 것도 그러하다. 2차 세계대전 때 미용 광고들은 아름다워지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면서 여성들을 독려했다는데, 전쟁으로 현실이 암울할 때 긍정적이고 아름다우며 쾌활한 얼굴을 유지하는 것이 여성들의 애국적 의무로 여겨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하철 화장도 지하철에서 화장을 하지 말라는 사회의 요구, 지하철에서 화장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보라는 개인의 요구로 생각할 수 있다.

​책은 화장 기술과 산업이 발전하는 데 헐리우드 영화가 있었다고 말한다. 화장기술과 화장품은 배우의 단점을 가린 반면 장점은 부각시켜 배우를 아름답게 만들었다. 지금 K-팝 아이돌, K-드라마 배우의 화장이 사람들한테 영향을 끼치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팬들은 연예인을 동경해서 화장을 따라하고, 그들과 동질감을 느낀다. 나도 저렇게 예뻐질 수 있다. 나도 저렇게 예쁘다. 만족해한다.

책에 재밌는 대목이 많지만 몇 가지는 아쉽다. 제목은 <메이크업 스토리-화장의 기나긴 역사>지만 서구의 화장 역사가 책의 90%를 차지한다. 서구가 화장 산업을 발전시켰다고 해도 서구 중심의 역사가 전체 역사를 대변하는 것처럼 말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앞으로는 화장하는 남성이 늘어날텐데 남성 화장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말도 없는 것도 아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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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리오 데 시카 <어제, 오늘, 내일> 은 세 커플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소피아 로렌과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가 모든 이야기에서 커플로 등장한다.

1.법으로 금지된, 외국 담배를 파는 여인은 경찰에 붙잡혀 갈 위기에 처하자 임신을 하는데 임산부는 구속하지 않는 법이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사랑을 하고 아이를 가지려는 여인때문에 남편은 괴로워한다.
2.남편 때문에 답답해하는 부유한 부인은 소설가와 불륜을 맺으며 해방감을 느끼는데 소설가가 자동차 사고를 내고 답답하게 행동하자 다른 남자를 만나 떠난다. 불륜남 소설가는 어이없어 하며 괴로워한다.
3.창녀는 신학생과 정신적인 사랑에 빠지고 창녀와 관계를 맺으려던 남자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자 괴로워한다.

세 이야기가 다른 듯하지만 비슷한데 웃음과 눈물을 함께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사랑에 있어서 웃음과 눈물, 즐거움과 괴로움은 사랑이(또는 삶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일깨워준다. 이 역설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사랑을 갈구하는 게 아닌가.

비토리아 데 시카가 짧은 이야기에 웃음과 눈물을 담은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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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파이어 - 쇠락하는 어느 소도시에서 일어난 연쇄방화 이야기
모니카 헤시 지음, 박동복 옮김 / 돌베개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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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쇠락하는 지방 소도시-방화-결핍되고 불안한 인간' 의 순으로 챕터가 진행된다. 여기서 보듯 방화범죄에서 모니카 헤시가 바라보는 것은 환경과 인간이다. 이 논픽션이 소설적인 긴장을 가지고 있어서 읽는데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결핍된 인간과 그 결핍을 채워줄, 또 다른 결핍된 인간의 만남이 사랑이냐 아니냐. 단지 나의 목적을 위해 너를 이용한 것이냐. 라는 질문에선 슬픔과 비정함이 느껴졌다. 재밌게 읽었다. 모니카 헤시라는 작가를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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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노 멜랑콜리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장문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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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토리노 기차역에 내리자 황금빛 세상이었다. 하지만 눈이 부시지 않았던 것은 빛바랜 황금빛이었기 때문이다. 라는 내용이 긴 논의의 마지막에 나온다. 차라리 이 대목을 논의의 시작으로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소설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문학적인 수사같은 이 내용은 저자를 평생 토리노에 대해 연구하게 만든 운명같은 예언이기도 하다. 도시를 감싼 빛바랜 황금빛의 정체는 멜랑꼴리이다.


토리노를 대표했던 기업 피아트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피아트 노동자들의 시작부터 현재까지가 이 논의의 주된 소재인데, 경제적 자유를 향한 피아트의 노력과, 반파시즘을 향한 노동자들의 노력은 부딪치고 협력하며 나아간다. 자유로운 인간이 되어야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던 둘은 열심히 달려갔지만 현재 피아트는 토리노에 없고,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투쟁하던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것은 쓸쓸함과 슬픔이라는 이름의 멜랑꼴리이다.


“시몬 베유가 지적했듯이, 힘과 힘이 부딪치는 투쟁의 본질이 인간을 사물로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힘에 종속된 영혼은 수동적인 물질로 전락하여, 한편으로 “재앙의 눈먼 원인을 이루는 화재, 홍수, 바람, 사나운 짐승들”이 되거나 다른 한편으로 “겁먹은 동물, 나무, 물, 모래”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멜랑꼴리는 자신의 사물화, 즉 인간성의 상실을 깨달은 상처 입은 자의 감정으로서, 투쟁하는 인간을 항상 따라다니는 엷지만 길게 드리워진 그림이다. 피아트의 도시, 반파시즘의 도시 토리노가 본질적으로 멜랑꼴리의 도시가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 p220


한 도시를 응시하는 이 훌륭한 통찰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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