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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독본 - 미시마 유키오 문장론 ㅣ 미시마 유키오 문학독본 1
미시마 유키오 지음, 강방화.손정임 옮김 / 미행 / 2022년 2월
평점 :
미시마 유키오는 소설을 기가 막히게 잘 쓰는데, 천황폐하 만세. 어쩌고 하면서 할복한 걸 보면 똘아이다. 작가로서의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 인간으로서는 아주 골때리는 인간이라 관심이 많이 간다. 미시마 유키오는 일반독자로 만족하는 사람을 독서가의 길로 이끌기 위해 <문장독본>을 썼다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다. 즉 일반독자에서 만족하지 말고 더 깊이 문학을 즐기자.라는 것이다. 또는 좋은 글은 이렇게 써라. 라는 것도 되겠다.
그런데 나는 독서가가 어떻게 되느냐보다는 미시마 유키오를 알고 싶어서 <문장독법>을 읽었다. 미시마 유키오는 자신이 읽은 책에서 문장을 뽑아내 장르별 문장 특성을 설명하는데, 작가의 독서 경험을 아는 것은 작가의 작품세계를 아는 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윤동주가 투르게네프의 휴머니즘을 자기식으로 비틀어 부끄러움을 표현했고, 봉건과 근대가 혼재되었던, 대격변기 중국에서 루쉰이 바이런을 소개하며 자유를 위해 싸우는 진취적인 정신을 알리려고 했듯이 말이다.
미시마 유키오는 뭘 읽었길래 천황주의자가 되었나. <문장독법>에 언급되는 책은 헨리 제임스, 발자크, 괴테, 플로베르, 모리 오가이, 시가 나오야, 다니자키 준이치로, 히구치 이치요 등 한국에도 소개가 된 작품이다. 거기서 천황주의자 미시마 유키오를 알 수는 없었다. 다만 알았던 것은 이 사람이 정말 제대로 읽는 사람이었다는 것 정도라고 할까. 희곡 문장 특성을 설명하고, 에로티시즘 소설 특성을 설명하며, 간결한 문장 특성을 설명하는 대목은 예리하다. 작가나 교수라고 해도 엉뚱한 소리 하는 사람이 많은데, 미시마 유키오는 핵심을 정확하게 분석한다. 깊게 수긍을 했다.
책을 다 읽고 다시 미시마 유키오가 읽은 책을 살펴보니 루쉰, 톨스토이, 투르게네프는 없다. 식민지의 문학(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중국과 한국)도 없다. 식민지 문학을 읽지 않은 것은 일본에 소개가 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지만 루쉰, 톨스토이, 투르게네프가 없는 건 의아하다. 투르게네프는 20세기 초 한일 양국 문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는데 말이다. 만약 미시마 유키오가 루쉰, 톨스토이, 투르게네프를 읽었다면 천황주의자가 되지 않았을까. 평화주의자가 되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참고로 다자이 오사무도 없는데, 미시마 유키오가 다자이 오사무를 혐오했다는 걸 떠올리자 당연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