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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뤼아르 시 선집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21
폴 엘뤼아르 지음, 조윤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평점 :
<엘뤼아르 시 선집>에서 행동이나 사물을 나열하는 시가 꽤 있었다. 나열하여 속성을 드러내고, 전체를 보여주는 건데, 이를테면 <자장가>에서 ‘딸과 엄마와 엄마와 딸과 엄마와 엄마와....’가 그러하다. 짧은 시구는 딸을 품에 안고 좌우로 흔드는 엄마를 눈 앞에 그린다. <끊임없는 시>도 그러하다. 속성을 연이어 나열할 때 나열된 속성은 모여 하나의 상황(또는 사람)을 드러낸다. 이 방법이 재미있는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자. 나는 나를 어떻다고 생각하고, 친구들은 나를 어떻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나를 어떻다고 생각하고, 직장 동료들은 나를 어떻다고 생각한다. SNS 친구들은 나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한다. 나는 여기선 이런 사람, 저기선 저런 사람이고, 다양한 모든 것들이 모여 나를 형성한다. 내가 모르는 나도 나고, 내가 싫어하는 나도 나다. 나는 한 명이면서도 여러 명인 것이다. 현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상황을 시가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