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포비
다니엘 보릴로.카롤린 메카리 지음, 김영신 옮김 / 불란서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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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보릴로, 카롤린 매카리의 <호모포비-동성애 혐오의 역사와 기원>을 흥미롭게 읽었다. 동성애자에 대한 혐오의 근간에는 동성애자 커플은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생각이 있다는 것이 그러했다. 동성애자 때문에 출산율이 저하되니 민족과 국가를 영속하게 하는 데 동성애가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성애 혐오에는 두려움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우리와 다른 이가 우리 사회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두려움은 동성애자 혐오에만 그치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여성에 대한 차별, 비혼주의자와 무성애자에 대한 차별에도 이어질 수 있다. 두려움이 차별, 혐오, 폭력을 야기한다면 결국 우리 사회를 망가뜨리는 것은 그 두려움이다.


책날개에 역자는 이렇게 썼다. “동성애자에게 관심이 없다. 이성애자에게 관심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누가, 왜, 인간의 어떤 행위를 철저히 집요하게 부정하고 배격했는지 무척 궁금해서 이 책을 번역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궁금증을 지닌 독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그 말이 맞다. <호모포비>는 동성애 혐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건 곧 인간의 행위를 집요하게 부정하고 배격하는 또 다른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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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한 남자
펠릭스 발로통 지음, 김영신 옮김 / 불란서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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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발로통의 <유해한 남자>. 소설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가 쓰러진 자리에서 유고를 경찰이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경찰은 유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출판한다. 유고는 자크 베르디에라는 평론가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내용인데, 그 글에 죽음이 빈번히 등장한다. 친구의 죽음, 아버지의 죽음, 사랑하는 이의 죽음 같은 것으로, 그들의 죽음은 부주의와 우연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일견 부조리하게 보이기도 하고 허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딱히 잘못을 범했다고 볼 수 없는데도 화자가 모든 죽음에서 죄책감을 느끼는 게 인상적이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라는 마지막 죽음에서 죄책감은 자신의 죽음으로 이어졌는데 그가 쓴 마지막 문장과, 이어지는 그림(장례를 지내는 그림)은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한다.


사람은 죽을 줄 알면서 살아가고 이별할 줄 알면서 사랑을 한다.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았지만 죽어야 하고 미친 듯이 사랑했지만 이별해야 한다. 이런 아이러니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듯하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유한하기에 삶과 사랑은 필연적으로 고통을 동반하고, 고독, 우울, 불안, 불편함, 가련함같은 고통은 호감, 성적인 흥분, 충만함, 자신감같은 기쁨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연결되어 있다. 인간은 고통 속에서 성찰할 수 있고,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여겨 마음 아파할 수 있다.


펠릭스 발로통은 허우 샤우시엔의 <빨간 풍선>을 보고 처음 알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래 전 읽었던 쥘 르나르의 <홍당무>를 다시 읽자 내가 펠릭스 발로통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홍당무> 삽화를 펠릭스 발로통이 그렸던 것이다. 펠릭스 발로통의 그림을 볼 때마다 색감이 아름다워 마음이 충만해 지는 기분을 느꼈는데 동시에 쓸쓸함도 느꼈다. 어떤 그림이든 여운이 오래 남았다. 그가 쓴 소설 <유해한 남자>는 펠릭스 발로통의 그림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줄 것이다. 죽을 줄 알면서 살아가고 이별할 줄 알면서 사랑을 하는 아이러니.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여기는 공감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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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Joao Gilberto
주앙 질베르토 (Joao Gilberto)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197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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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름밤. 씨르륵대며 귀를 간지럽히는 풀벌레의 속삭임처럼 주앙 지우베르투의 연주가 나긋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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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Rain Forest
Verve / 196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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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완덜리의 오르간. 보사 노바 리듬이 참 시원하다. 내일 낮은 더울 것이라고 기상 캐스터는 말했다. 그 때 월터 완덜리의 이 앨범이 생각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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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의 유대 여인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리온 포이히트방거 지음, 김충남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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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레도의 유대 여인>은 중세 스페인. 카스티야의 왕 알폰소와 아름다운 유태인 라헬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알폰소 왕은 역사에 실존하는 인물로서 카스티야의 알폰소 8세이다. 그는 호전적인 왕으로 재위 내내 수많은 전쟁을 일으켰고 패배와 승리를 반복했으며 영토를 빼앗았으며 이해관계에 따라 동맹을 맺었고 파기했다고 알려져 있다.


소설에는 유태인 상인 예후다와 그의 딸인 라헬이 등장하는데 라헬이라는 존재는 전설로 전해지고 있지만 예후다는 포이히트방거가 만든 인물이다. 예후다는 알폰소와 다르게 이성적인 사람이고 복수가 아니라 평화를 위해 행동한다. 소설은 알폰소왕이 무와히드 왕조의 칼리파와 벌인 전쟁에서 패한 뒤 예후다를 떠올리며 이성적이며 평화를 중시하는 사람으로 바뀌고 평화협정을 맺는 것으로 끝난다.


소설의 전개는 실제 역사와 다른데(알폰소왕은 칼리파와의 전쟁에서 패하고 십여 년 뒤 이교도를 몰아내겠다고 전쟁을 일으켰다.) 포이히트방거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이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우리는 국가 간의 패권경쟁과 불안한 사회 속에서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무엇보다 평화를 최고의 가치로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포이히트방거가 나치에 쫓겨 미국으로 망명했고 냉전시기에 이 소설을 썼다는 것을 생각하자. 예후다는 복수하려고 하지 않았고, 예후다는 핍박받는 유태인인데도 소설은 유태 민족이 중심이 되는 평화가 아니라 다양한 종교,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지는 평화를 주장한다. 우리에겐 복수가 필요한 게 아니라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 특정집단을 위한 평화는 진짜 평화가 될 수 없다는 뜻이리라.


역사소설은 작가가 소설을 쓴 당대 사회를 대변하지만 이 책의 문제의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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